유부초밥 만들기가 이렇게 어려웠나?

걱정스런 밤

그들은 유부초밥을 만들 수 없다. 아니 없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뭐 만들고 싶어요? 우리 다음 시간에 만나면 무엇을 만들어 볼까?, 만들어 먹고 싶은 요리가 있나요? 우리 손으로 직접 무엇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무엇이 먹고 싶어요?' 참여자가 하고 싶고 만들고 싶고 먹고 싶은 게 무엇인지 다양한 표현으로 물어 본다. 질문의 핵심은 '뭘 만들고 싶은 것인지'이다. 그러나 참여자의 수준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질문도 여러번 반복해서 말해야 하고, 표현을 달리해서 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나 결론은 "무엇을 만들고 싶어요."를 듣고 싶어서 이다. 그들이 다소 어눌하고 느리더라도 직접 의견을 말하고,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같은 내용의 질문이지만 몇번씩 물어 보고 대답을 기다리게 된다. 그들 중에는 자기 의견을 말하고 의사소통이 되는 참여자가 몇 분 있다. 소통이 되는 몇 분 만을 위한 질문이 아니라, 이 분이 표현을 하면 그 옆의 참여자가 따라서 말하기도 하고 행동을 따라 하는 한다. 그들을 또래라고 하기에는 모두가 성인이지만 또래 교수, 또래 모델링이 되기도 한다. 그날도 나는 다음에 우리 무엇을 만들고 싶냐고 물어 보았다. 그 중에 한 참여자가 " 유부초밥' 이라고 했다. "유부초밥은 노란 유부 피에다 야채를 섞은 밥을 넣어서 만들어요. 맛을 새콤, 달콤하고 고소하기도 해요. 유부초밥 만들고 싶어요? 유부초밥 먹고 싶어요? 유부초밥 언제 먹어 봤어요?' 유부초밥 만들어 봤어요?" 라고 유부초밥에 대한 기억을 꺼집어 낼 수 있도록 물어 보았다. 유부초밥이라고 말한 참여자는 먹어 본적도, 만들어 본적도 없다고 했는데............어떻게 유부초밥을 만들고 싶다고 했을까? 의아햇다. 더 이상의 질문과 대답은 어려워 다음에 유부초밥을 만들것인지 담당 선생님과 의논해 보겠다고 했다. 유부초밥이라............... 담당자는 그것도 괜찬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참여자가 원했으니 원하고 있는 것으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유부초밥을 만들기에는 참으로 난감했다. 첫째, 지금 계절이 여름이라 식중독에 대한 걱정이 앞섯다. 이 유부초밥을 만들려면 손으로 주물럭 거려야 하는데 과연 참여자들이 잘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두번째는 참여자가 만드는데 어려움이 있으면 내가 다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이 많은 인원이 문제였다. 도시락에 들어 가는 초밥의 갯수는 대략 8개 정도이고 참여자가 15명이니 총갯수가 120개 이다. 유뷰초밥 공장을 돌리는 격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자의 기능이 유부 속을 벌려 숟가락으로 밥을 밀어 넣은 후 손으로 모양을 잡으며 꼭꼭 누르는 작업을 과연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내가 이들과 2년을 거쳐 수업을 해 본 결과 그들은 최고 난이도릐 유부초밥을 만들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판되는 유부초밥 재료를 구입하면 유부와 알록달록한 조미볶음과 새콤 달달한 소스가 들어 있다. 밥 만 있으면 이재료 만으로도 해결이 된다. 그러나 영양이 부족한 것 같아 다진 소고기를 간장에 볶고, 단무지를 잘게 다진 후 밥에 같이 넣어 섞는다. 뭐 이 정도는 참여자가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 칼질도 많이 해 봤고, 소스를 한 숟가락, 두 숟가락 계량하는 것도 익숙해 졌고, 숟가락으로 섞는 것도 많이 해봤다. 유부 속에 들어 갈 밥을 만드는 것은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그 다음 활동이..... 걱정이 슬슬 올라 오는 과정이다. 뜨거운 물에 봉지 채 살짝 데친 유부는 뜨겁고 잘 찢어지니 물기를 꼭 짜서 준비하는 것은 내가 하면 된다. 문제는 물기를 짠 유부를 벌려 주는 일이다. 일회용 장 갑 낀 손으로 유부를 벌려 보니 헐.... 손가락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아 유부가 찢어진다. 장갑을 벗고 조심 스레 한장씩, 한장씩 벌려 보는데.... 아, 참여자가 하기에는 초고의 난이도이며 절대 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유부를 벌리는 작업은 지난 번 처럼 실습하러 온 대학생이 나의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들어 온다면 이 일을 시키리라 생각을 해 두었다. 만약 실습생이 없다면 좀 더 일찍가서 한장씩 벌려 두어야 한다. 그다음은 유부를 벌려 비빈 밥을 쏙 집어 넣는 일이다. 밥을 한 숟가락 떠서 벌어진 유부 속에 가득 채울 수 있을까 싶다. 집에서 미리 만들어 보니 숟가락으로 퍼 담은 후 손으로 위를 눌러 주어야 하고 벌어진 양 쪽을 잡아서 모양을 만들어 주어야 했다. 아무튼 이런 저런 일, 즉 유부를 손으로 벌려야 하고, 비빈 밥을 유부 속에 넣어야 되고 모양을 잡기 위해 손으로 만져야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미리, 직접 만들어 보니 결론은 손으로 주물럭 거려야 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아! 여름이라 식중독도 걱정이 되고, 만들어 보면서 마음이 심란해졌다. 일회용 비닐 장갑은 착용감이 제로이다. 손놀림이 어눌한 그들에게 일회용비닐 장갑은 활동을 더 둔하게 만든다. 아예 착용하지 않는 편이 더 낫지만, 위생상 내일은 라텍스 장갑을 준비해 가야 겠다. 손의 착용감이 좋아서 식재료를 만지거나, 조리도구를 다룰 때 벗겨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방에 니트릴 장갑 한통을 챙겨 넣고 난 후, 비빈 밥이 남아서 김밥을 말아 보았다. 한층 깔끔해 보이기는 하지만, 참여자가 김밥을 마는 일도 고난이도이다. 일단 소근육 즉 손놀림이 원할해야 되는 돌돌 말기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들과 만드는 유부초밥 위에는 게살 마요도 올리는 활동도 포함을 시켰다. 맛살을 찢고 마요네즈를 넣고 섞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고, 젓가락을 이용하여 한 젓가락씩 집어 초밥위에 올리는 것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내일 그들과 함께 만들어 볼 유부초밥. 이러다가 나 혼자 120개를 만들어 내야 되는 건 아닌지 걱정 스럽고 긴장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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