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에겐 시간이 문제였구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시간이 문제였구나.' 나는, 아니 우리는 그들을 기다려 주는 시간이 부족했었다. 그들에게 과제를 주었고., 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그들만의 시간이었다. 그러면 첫 번째로 중요한게 무엇이지?라고 질문을 한다. 그 첫번째가 항상 반복하는 말이자만, 그들에게 알맞은 방법과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이다. 그들에게 과제를 주고 무작정 기다려서는 안된다. 처음 받아 본, 아니 여러번 받아 본 과제일지라도 그들에게는 언제나 새롭다. 언제나 처음 만나보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시작을 한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과제는 언제나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야 한다. 기본적인 과저를 내 주면서 이해를 돕는 충분한 설명이다. 충분한 설명에는 반복과 시연이다. 반복설명과 시범은 참여자의 생활연령과 발달연령을 두루 섭렵할 수 있도록 계획된다.


가령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참여자에게 발달연령만 고려하여 "에구구, 아이고 참 잘했어요. 그래 그래 잘했어 잘했어요." 라고 무조건(추상적) 칭찬과 격려는 금물이다. 참여자가 어떤 방법으로 수행했으며, 무엇을 했는지, 했더니 결과물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해 주어야 한다. 지난 시간에 걱정했던 수업과 관련하여 이야기해보면, ...... 별이(가명)씨가 참치와 밥을 섞었고, 섞은 밥을 한 숟가락 떠 손바닥에 올리고 두 손으로 동그랗게 빚었어요. 두 손으로 동그랗게 만들었는데 동그란 주먹밥이 되었어요. 별이씨가 만든 것은 참치마요주먹밥입니다. 참치에 마요네즈를 넣고 밥을 섞어 만든 참치마요주벅밥을 만들었습니다." 라고 결과물이 만들어진 과정과 결과물에 대한 이름을 설명 한다. 지난 시간 진행할 수업을 계획하고 연구하면서 고민한 포인트는 그들이 스스로,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물론 밥은 미리 준비하여 그릇에 담아 두는 것, 참치캔을 따서 기름기를 제거해 두는 것, 그리고 단무지의 물을 빼고 세 쪽씩 접시에 담아 두는 것, 도마와 칼을 미리 셋팅해 두는 것은 나의 사전준비 과정이었다. 그들이 하는 활동은 오로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작업활동이다. 즉, 밥에 참기름 1/2숟가락, 통깨 1/2숟가락을 계량하여 섞는 것(비비는 것). 캔에 담긴 참치를 그릇에 담고 마요네즈 1숟가락을 짜서 섞는 것. 단무지를 도마 위에 올려 두고 잘게 잘게, 작게 작게 다지는 것, 밥과 참치와 단무지를 한 그릇에 담고, 김 자반 볶음 두 숟가락을 넣고 골고루 섞는 것. 마지막으로 밥을 한 숟가락 씩 떠서 두 손으로 동그랗게 빚는 것이다. 이때 주먹밥은 크기가 비슷하게 만들어야 되는 중요한 작업이 진행된다. 그들은 ...... 혼자서 무엇을 해 낸다는 일에 흥분(?) 되어 있었다. 지난 주까지 불을 사용해서 오랜 동안 기다려야 되는 시간을 생각하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었다. 혼자서, 그것도 오롯이 내꺼를 가지고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해 내는 일은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일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과정마다 나의 설명을 잘 들어야 한다. 과정마다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려우면 가만히 손을 들고 있으면 도와 줄 것이라고말 했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재료만 봐도 주먹밥을 만든다고 말했다. 미리 알려 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참치마요주먹밥을 만드는 과정에서 참여자가 어려워하는 활동은 ... 컵에 따로 담은 참기름과 통깨를 반숟가락씩 담는 일이었다. 계량의 어려움. 내가먼저 숟가락에 떠서 보여주고 또 보여주고, 손을 잡고 같이 떠 보여도 그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워 했다. 그들의 활동을 관찰해 보니 실수를 할까봐 엄청 조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아예 한 숟가락이라고 할 껄 그랬다고 후회를 했다. 그러면 좀 더 과감하게 숟가락을 넣고 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참여자가 생각하는 한 숟가락의 의미는 숟가락에 얹히는 양이 아니라 숟가락이 움직이는 횟수가 한 숟가락이다. 그래서 나는 한숟가락, 반숟가락, 1/2숟가락의 의미를 알려 주고 싶었다. 왜? 그들은 성인이니까. 그 다음의 어려움은 마요네즈를 짜는 일이다. 마요네즈를 한 손에 잡고, 숟가락을 한 손에 잡고..양손의 협응과 조절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활동이다. 대체로 참여자들은 힘의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 마요네즈를 든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재료를 준비한다면 작은 크기, 적은 양의 재료를 여러개 준비를 하는 편이다, 이제는 기관에서 준비해 주니 준비된 재료를 활용하면서 참여자에게 방법을 알려 준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잡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숟가락에 마요네즈를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요네즈 병을 잡아 주는게 아니라, 참여자의 팔꿈치를 잡아 준다. 나의 손으로 참여자의 팔꿈치를 살짝 대 주기만해도 그들은 안정감을 느끼고 힘을 받는다.


참여자 중 한 명은 숟가락을 아예 들지도 않고 그릇에 결쳐 둔채로 마요네즈를 두 손으로 쭉 짠다. 그래 이런 생각도 바람직하다 싶어 웃음이 났다. "누구씨, 숟가락을 그대로 두고 마요네즈를 힘차게 짰어요?" 했더니 씨익 웃는다. "이렇게 하면 좋아요." 한다. 맞다, 그 나름대로의 방법을 생각했고,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찾았다는 것에 칭찬을 했다. 마요네즈로 참여자가 양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힘을 조절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참치와 밥을 섞는 활동은 작은 그릇에 넘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 활동이다. 한 손에는 그릇이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아 하고, 숟가락으로 골고루 섞이도록 뒤적여 주어야 한다. 도마 위에 올린 그릇은 참여자의 손놀림에 따라 이리 저리 움직인다. 이번에는 관찰이다. 밥과 참치와 단무지와 김볶음이 골고루 섞여야 한다. 밥만 뭉쳐 있어도 안되고, 참치만 한 곳에 몰려 있어도 안된다. 특히 김볶음이 밥과 참치에 어울리지 못하고 뭉쳐 있으면 안된다고 했다. 옆 사람이 어떻게 섞는지, 옆 사람의 밥은 어떤 색깔을 나타내고 있는지, 본인의 밥그릇도 보고, 옆사람의 밥그릇도 보라고 설명을 했다. 내가 비빈 밥그릇을 들고 다니며 참여자의 밥그릇 옆에 나란히 두고 비교 관찰하도록 했다. 참여자들은 나의 밥그릇과자신의 밥그릇에 담긴 밥의 다름을 알았다. 나의 밥그릇과 본인의 밥그릇에 담긴 주먹밥의 재료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고 더 비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주먹밥의 재료를 만들어 냈다. 계량하고, 섞고, 다지고, 한 그릇에 모르고, 다시 섞기를 반복하면서. 나는 이 활동에서 참여자의 칼사용에 대해 언급하려고 한다. 단무지 세 쪽을 도마 위에 올려두고 작게 작게, 잘게 잘게 다지는 활동에서 물론 칼 사용이 처음은 아니라 안전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


문제는 밥에 섞일 정도로 단무지를 잘게 다지는 일인데, 혹시나 싶어 다지기도 준비해 가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참여자가 잘 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반달 단무지가 준비되었다. 단무지를 도마 위에 올린 후 길게 채를 썰고, 다시 작게 썰어야 한다. 참여자 중에는 나의 설명대로 채를 썰고 다시 잘게 써는 사람이 서너명이었고 나머지는 무턱태고 자르는 데 의의를 두는 참여자이다. 그래서 계속 자르게 하고. 또 자르게 하고, 또 자르게, 힘을 어떻게 사용할 지 모르는 참여자는 같이 칼을 잡고 어느 정도의 힘을 주어야 단무지가 잘리는지를 알려 주었다. 잘린 단무지가 도마 위에 펼쳐져 있으면 칼로 슥삭 슥삭 모으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단무지를 모아서 다시 힘을 주고 잘라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이 작은 단무지 세개를 잘게 다지는 데 2, 30분은 걸린 듯하다. 시간이 지나니 단무지는 밥에 섞여도 어울릴 듯하게 밥알 크기보다 더 작아졌다. '아, 우리에게는 시간이 문제였구나.' 물론 나의 몸과 입이 엄청 바빴지만 작게 다져진 단무지 앞에 경의(?)를 표할 정도로 도마 위에 기쁨이 내려앉았다. 나의 입과 몸이 바빳듯, 참여자의 집중력과 신체적 조절력이 발휘되어 그렇게 재료 준비를 했다. 다음 과제는 주먹밥의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도록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수업에 임하기 전에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봤다.


첫번째 방법은, 그릇에 담긴 밥을 숟가락을 모로 세워 피자 나누는 것처럼 골을 파서 나누는 것, 밥이 담긴 그릇에서 '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 된다. 골을 파서 밥을 나누다가 밥이 밖으로 다 튕겨 나올 염려가 있다. 그리고 참여자가 피자처럼 밥을 나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두번째 방법은 ..... 밥을 도마 위에 부운 후 길게 펼치게 한다. 그런 후 반으로 나누고 반으로 나누고 반으로 나눈다. 마치 가래떡을 자르듯 하면? 그런데 이 방법도 패스...위생상 보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해야 참여자가 직접 해 볼 수 있으며, 위생상으로 안전할 수 있을까? 그래서 집에서 해 보았더니, ...그래도 이 방법이 젤로 적절했다. 숟가락으로 밥을 한 숟가락을 떤다. 뭐 이거는 집에서 식사할 때 하던 일이므로 어려움이 없다. 밥을 떤 후 손바닥 위에 올린다. 밥 올린 손바닥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동그랗게 만든다. 헐..... 한손으로 오므렸다 폈다가 이렇게 어렵다니. 참여자가 힘 조절이 안되니 밥이 납작 동그랑땡이 되었다. 숟가락을 놓고 양 손바닥을 이용해 동그랗게 굴리게 했다. 아하...이렇게 하니 어느 정도 모양이 만들어졌다. 만든 주먹밥을 도마 위에 올렸고 다시 또 주먹밥 만들기를 진행했다. 한 숟가락씩 떠서 만든 주먹밥은 12개 정도 만들어진다. 참여자 중에는 크게 만들어 8개가 나오거나. 작게 만들어 20개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크기가 크고 작고 , 모양이 뒤죽박죽인 형태가 나왔지만 그들은 엄청 즐겁다. 그 중에 너무 작게 만들었거나, 너무 크게 만든 참여자에게는 다시 만들 것을 권유했고. 반복활동을 해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하면 할 수록 활동이 수월해 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시락에 이리저리 담아 놓은 주먹밥을 다시 챙겨서 담아주었다. 도시락에 담는 활동은 계획에는 없었고 여기까지 하기에는 참여자가 벅차 할 것 같아서 빼 두었다. 주먹밥을 빚을 때 참여자 모두에게 니트릴 장갑을 나눠주었다. 그 전에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하게 했는데 ...일회용 비닐장갑은 참여자에게는 참으로 불편하다. 음....일단 손 맞지 않다. 특히 손이 큰 참여자는 땀이나 물기로 인해 손에 들어 가지도 않는다는것. 손이 작은 참여자에게는 활동마다 벗겨진다는 것. 특히 주먹밥처럼 동그랗게 빚어야 하는 활동에서 비닐이 접혀지고 빠지고, 엉겨 붙는다는 것이다. 한번 사용하고 버릴것이지만 참여자에게는 활동이 좀 더 수월하고 용이하게 해 주고 싶었다. 손이 큰 참여자에게는 빅사이즈로, 손이 작은 참여자에게는 스몰 사이즈로를 준비했다. 그들은 제빵 시간에 니트릴 장갑을 껴 봤다고 했다. 손에 착 달라붙어 착용감이 좋아서인지 그들의 활동이 순조롭게 이어졌고 누구도 불편하다거나, 벗겨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도마 위에 나란히 올려진 주먹밥은 상상 이상의 결과물로 나타났다. 어쩜 이렇게 잘 만들었는지, 어쩜 이렇게 잘 빚었는지, 선생님들과 눈을 마주 하면서 놀람이 연속으로 터져 나왔다. 찌그러진 주먹밥은 동그랗게 다시 만들게 했고, 작은 주먹밥은 밥을 더 붙여 크게 만들게 했다. 크기가 들죽날쭉한 것은 서로 비교해서 알아 보게 했고, 너무 큰 주먹밥은 한 입에 먹을 수 없음을 증명(?)해 보였다. 누구에게는 이렇게 단순하고 간단한 주먹밥이, 우리 참여자에게는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많은 활동으로 이루어져 만들어졌다. 계량하고 나누는 기초적인 인지학습과, 다지고 섞으면서 협응과 균형, 조절이라는 신체의 움직임을, 주먹밥이라는 결과물을 바라보면서 완성이라는 성취감과 자신감이 하늘을 날아 올랐을 것이다. 그래 맞다. 그들에게는 넉넉하고 충분한 시간도 중요하고, 그들에게 적합한 도구도 중요함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 그들에 급하게 재촉하지 않기, 그들에게 알맞은 재료와 도구를 제공하기,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방법으로 설명하고, 그들과 눈높이를 조절하면서 행동으로 자극하고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할 것. 매 회기마다. 기관과 참여자의 특성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방법과 방향과 방식의 다름을 인지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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