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을 해도 어려운 일.
장황한 설명은 오해를 낳는다. 진리다?
때로는 장황한 설명으로 이해시킬려고 하지만 오해를 낳고,
오해가 쌓이면 마음을 접는 경우가 있지.
"우리는 이렇게 안 머거요. 이래가 어째 묵느노. 선생님, 식용유 없습니꺼?"
"네. 이번 재료에는 식용유가 없는데요. 오늘은 제가 알려 드린대로 한번 만들어 보세요."
" 그렇게 하면 맛 없어서 내는 안먹어요 다 버릴건데."
"아....................., 네.............그럼 ........................................................"
두번째 만남도 나는 별이님의 말에 기가 팍 죽었다.
이 곳은 정신질환 그리고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자아존중감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기관이다. 이 프로그램은 요리활동을 매개로 진행 중이며, 별이님은 13명 참여자 중의 한 분이다. 나이는 대략 40대 후반 또는 50대 초반인 여성으로 결혼을 했는지. 자녀는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은 알지 못한다. 단지 내가 이 곳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알 수 있는 것은 참여자 몇 명인 것과 남성과여성의 수 그리고 그들이 지니고 있는 장애와 질환에 대한 명칭만 안다. 그들이 어느 정도의 상태인지, 수준인지, 특성에 대해서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알아가야 한다.
3일전 두번 째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별이님은 준비 되지 않는 재료를 찾다가 없음을 알고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 본인의 식재료는 봉지에 채곡채곡 담아서 가지고 가려고 준비해 둔 후, 대신 옆에 앉은 참여자(남자)의 활동에 일일히 참견하다가 끝내는 자기 앞으로 끌고 와서 직접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러면 안되는 데 말이다.
"남이(남성참여자, 즉 어르신)님이 직접 하셔야 됩니다. 그래야 집에 가셔서 만들 수 있어요." 나는 별이님에게 도움을 주지 말라는 말 대신에 남이님에게 직접 하라는 말을 한 뒤 다른 참여자의 활동을 살피면서도 별이님과 남이님이 있는 자리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아무튼 시간이 흐르고 우여곡절 끝에 두 가지의 반찬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반찬이 식을 동안 후기를 듣는 시간이 있는데. 나의 오른쪽을 기준으로 차례로 소감 또는 느낀점을 들어 보기로 했다. 참여자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항상 내가 먼저 이야기 하는 것이 나의 룰이다. 그래야 서먹하고 쭈빗거리는 참여자 없이 진행이 되기도 한다. 또한 나의 소감발표가 그들에게는 모델링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는 오늘 여러분이 활동하시는 모습을 살펴 보니 더 어려운 것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칼 사용, 불사용. 그리고 다른 재료로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지도 말씀해 주셔서 많이 더 많이 높은 수준의 요리를 만들 생각을 했습니다. 만드는 데 어떤 부분이 어려웠습니까? 무엇이 더 필요 했었나요? 만들면서 스치는 생각이나 고민스러운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수고 많이하셨습니다. 제 오른쪽부터 말씀 나누기 하겠습니다."
나의 오른쪽에 앉은 참여자부터 쭉 소감을 이야기 하는데, 재미있었다. 만들어 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싶다. 하루 이틀 반찬 걱정은 하지 않겠다. 만들면서 맛을 봤더니 너무 맛있다. 내가 이렇게나 잘 만들었나 싶다 등등의 말씀은 주로 남성 참여자의 소감이다. 여성 참여자의 소감에서는 내가 하는 방식과 달라 좀 생소하기는 했지만 어쨋던 재미 있었다. 사람마다 해먹는 방식이 다르니 강사님 따라서 해봤다. 강사님이 가르쳐 주는 방법이 많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다 등의 소감이 나왔다.
"또 다르게 만들어 보는 것도 신기하지 않으세요. 자기 만의 방법도 존중하지만 고집을 살짝 내려 놓고 제가 알려 주는 방법으로 한 번 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똑같은 재료로 똑 같은 양으로 만들다 보니 똑같이 진행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 드리는 게 제 일이라........."
"머라 캐. 내는 이래가고는 못묵는다 했는데 못 묵는 걸 만들어서 뭐한다고. 나 안할래 뭐래노, 왜 자꾸 못묵는다 하는데 만들라 하노."
별이님은 다른 참여자의 발표에 호응한 나의 말에 분노를 하며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났다. 그리곤 삿대질을 하면서 나를 몰아 세웠다. 뭐 땜시 와 가르쳐 주는 대로만 해야 되느냐고 따지고 서 있었다. 아마도 고집을 내려 놓고 ..에서 고집이라는 말에 분노를 하는 듯했다. 순간 난 얼음이 되었고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별이님의 삿대질과 앙칼진 목소리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그래 이럴 땐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는 게......'
사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보면 비장애인과 수업하는 것으로 생각 할 때도 있다. 그들이 한 가지라도 스스로 할 수 있게 특성에 맞는 방법을 찾아 알려 주는게 나의 일인지라 장애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어떤 장애를 지닌 참여자인지 잊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날도 그러했나 매우 깊이 자기검열중
"별이님, 제 이야기가 상처가 되었다면 죄송해요. 죄송합니다.물론 식성도 다 다르고 해 드시는 방법도 다 다르지요. 지난 번(1회기)에도 참치캔 안드신다고 길고양이 준다고 그냥 가지고 가셨잖아요. 그래서 안드시는게 많구나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균형있는 영양섭취가 안될 까봐 걱정이 되어서...........정말 죄송해요.. 앉으세요 마무리는 하고 가셔야지요." 별이님은 거의 아니, 조금 보탠다면 다른 참여자들이 눈치를 보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이 되어 순식간에 강의실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나를 비롯한 기관의 담당자와 다른 선생님들의 거듭되는 사과에 잠잠해졌다. 그리고 별이님은 많은 사람들의 지원(?)에 착석을 하게 되었지만 먼저 일어나 뒷정리(설거지)를 해 버리고 가도 되냐고 큰 소리로 물어 보곤 했다. 나는 기가 빨린 채 "네"해버렸는데 담당자는 조금만 기다렸다가 같이 가시지요 하며 붙잡았다. 별이님은 자리에 앉아있지만 씩씩거리는 호흡과 뿜어내는 분위기가 매번 이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화 내는 것 같애요" 상이(여성)님의 말이다. "제가요? 화를? " 참여자 분들이 하시는 활동에 제가 화 낼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넓은 강의실에서 떨어져 앉아 있다보니 제 목소리가 엄청 크고(참여자가 반응의 없어 목소리가 켜졌다고 차마 말을 할 수 는 없었다), 여성참여자는 잘 하시는 반면에 남성 참여자들은 절반의 수준을 지녔고 느리게 수행하고 있으니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넓은 공간을 이리저리 쫒아 다니다 보니......................."
나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장황해 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 그렇게 느꼈으면 맞을 겁니다. (90도로 허리를 꺾어 )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작은 소리로 설명하겠습니다. '그래 그들은 정신장애와 정신질환을 가진 참여자이다. 그러니 장황하게 인과관계를 설명하면 또 꼬리를 물고 말이 늘어 날 것이기 때문에 이쯤해서 맘을 내려 놓고 다음 회기에 대한 설명을 하고 마무리 인사를 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 더구나 첫 만남에서 첫 인상은 아주 중요하다. 내가 타인의 눈에 어떻게 새겨지는지, 타인은 나의 마음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서로가 느끼는 감정은 나이가 들수록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 곳에 강의를 나가면서 어떤 참여자가 오는지 담당자에게 물어 보았는데, 담당자도 딱히 알고 있는 참여자가 아닌 경우도 있었다. 또 기관 주변의 분위기는 어떠한지 갈 때마다 한시간 정도 동네 한바퀴를 돌면서 살펴 보았는데 날씨가 따뜻하다보니 어르신들이 엄청 많이 살고 있는 동네이구나 싶었다.
아무튼 두번의 만남이 이루어졌지만 이 두 번 다 별이님의 예기치 못한 행동과 역기능적인 의사소통은 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럼에도 세번째 만남에는 출석은 하시겠지. 안나오면 어떻하지? 담당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의 걱정을 말씀드렸더니 결석은 하지 않을 거라고 해 주신다. 식재료에 대한 욕심이 있고, 누군가 나를 무시하는 것은 참지 못하며 무조건 존중 받기를 원하고. 출석과 결석으로 담당자와 실랑이를 벌리는 일이 잦은 참여자라 했다...... 어찌되었던 모두가 결석없이 무사히 마무리 되기를 바랄 뿐이다.
참여자의 언행이 순기능적이던, 역기능적이던 이 또한 내가 풀어 나가야 할 과제인걸로........아마도 매번 그러하듯이 프로그램의 회기가 끝날 때 즈음에 참여자의 특성과 수준이 파악 될 것 같다. 그래서 현장에서 배운다고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