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발달장애인 요리치료
나의 오지랖으로 그들이 행복해했다.
나의 걱정은 언제나 착 들어맞는다. 그들의 느리고 어눌한 손동작으로 단순하지 않는 삼각 김밥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언제나 그러하듯 내 몸이 더 노력해야 했다. 물론 다른 기관에서도 그러했고 다른 참여자도 그러했다. 이 삼각 김밥이란 것이 보기는 쉽게 보인다. 먹기도 쉬운데 만들기가 어렵다. 물론 일반인은 설명서를 보거나 한 번만 만들어 보면 다음은 좀 쉽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다양한 구성으로 즐비하게 판매 되는 이것은 가격도 내 손으로 만드는 것보다 오히려 싸게 먹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오지랖을 떨었다.
이번 회기에는 참여자들과 삼각 김밥과 주먹밥을 만들기로 했다. 참여자들은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을 사 먹어 본 적은 있지만 직접 만들어 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더구나 그곳의 담당 선생님들도 삼각 김밥을 한 번도 만들어 본적이 없다고 했다. 기관의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적어 보낸 품의서대로 구입하러 갔는데 삼각 김밥용 김이 없다고 난감해 했다. 마트에서 이 곳에서는 구입하는 사람이 없어서 진열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했다. 하긴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도 판매하는 마트가 많지 않다. 담당자의 말대로 조미 김으로 주먹밥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했지만 나의 욕심이 또 일을 만들었다. 그래서 더 해 주고 싶었다. 담당자의 전화를 받고 나는 옷을 챙겨 입었다. 삼각 김밥용 김을 구입하러 마트를 갔다. 집에서 가깝고 자주 가는 곳에 갔는데 없었다. 예전에 여기서 구입한 것 같았는데 없다. 다른 마트에 갔다. 오잉 그곳에도 없다. 또 다른 곳에 갔다. 없다. 내 욕심으로 내 몸이 고생을 하고 있다. 3, 4군데를 다니다 보니 오기가 생겼다. 반드시 구입해서 가지고 가야겠다는 생각뿐. 마지막으로 간 노브랜드에 삼각 김밥용 김이 있었다. 아주 예쁜 포장을 하고 곱게 진열되어 있었다. 3개를 구입했다. 한 개에 20매씩 들어 있으니 한 사람당 4개를 만들면 60장이 필요하다. 60개의 삼각 김밥을 만든다는 것은 말이 60개지, 나의 고생길이 보이는 일이다 그래서 계획서대로 김밥 2개, 주먹밥 2개를 만들고 나머지 김밥용 김을 그 곳의 선생님들에게 주고 오리라 생각했다. 판매되는 김이 더 많았으면 아마 다 구입할 뻔했다.
6월의 첫날, 온 세상은 푸름을 더해가고 날씨는 여름을 재촉하고 있다. 차안은 에어컨을 켜야 할 만큼 더웠고 공기가 팍팍했다. 왠일인지 길은 막히지 않았고 수업이 시작되기 30분전에 도착을 했다. 밥이 가득히 담긴 커다란 그릇이 두 개 있었고 참치캔이 높이 쌓여져 있었다. 이곳의 담당 선생님은 내가 보낸 품의서를 보고 준비물을 꼼꼼히 잘 챙겨 놓는다. 언제나 그러하듯 참여자들은 이 시간을 기다린 듯 시작 시간보다 항상 일찍 입실하고 밝고 환한 얼굴로 인사를 한다. 그들은 입실하면서 전해 주는 것은 인사 말 뿐만 아니라, 전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이 자리에 왜 오는지를 그들 나름대로 표현을 한다. 나는 그들의 표현에 집중을 하고 듣는다. 그리고 아주 적극적인 반응을 한다. 어떤 자극에 대한 반응은 참여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그들의 자극에 반응을 해야 하고 그들에게 자극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에 눈을, 얼굴을 마주하고, 경청을 하고, 공감을 해야 한다. 그들도 나의 이야기에, 나의 표현에 눈을 보라고, 얼굴을 보라고 요청을 한다. 그들의 무표정한 대답이지만 적극적인 대답을 하라고 요구한다. 이렇게 우리의 만남의 인사는 아주 장황하게 이루어진다. 입실과 함께 하나 둘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다. 자폐성장애를 지닌 참여자는 늘 같은 자리에 앉는다. 어쩌다가 늦게 들어와 늘 앉던 자리에 앉지 못할 때는 안절부절 하는 모습을 모인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를 지켜보다가 다른 자리에 앉아도 되겠느냐고 물어 보고, ‘늦게 왔기 때문에 앉던 자리에 다른 누군가가 앉아있다는’ 왜 다른 자리에 앉아야 되는지에 대해 이유를 반복해서 설명해야 한다. 그래서 참여자들은 늘 앉던 자리에 그리고 내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기 위해 일찍 입실하는 모습을 보인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기까지 우리는 자주 눈을, 얼굴을 마주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장황한, 사실은 빨리 만들기를 하고 싶은 그들이 듣기에는 잔소리에 불과하지만, 지난 시간에 혹은 오랜 시간에 만들어 보았던 활동을 기억하고 표현하는 도입부분을 줄이고 바로 만들기로 들어갔다. 아 맞다. 그보다 먼저, 참여자가 입실하기 전에 담당자와 공익요원에게 삼각 김밥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헐, 담당선생님들이 삼각 김밥용 김을 처음 보았다고 했다. 아이쿠 이런, 맞다 이곳이 정말 시골이었지. 버스가 다니지 않아 내차가 있어야 올 수 있는 곳, 관장님과 사회복지사님이 선생님이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따로 인사를 해 준 곳, 너무 외져서 아무도 특강을 오는 사람이 없는 곳, 그래 이곳이 그런 곳이었지 깜박 잊고 있었다. 구매자가 없으면 판매 물품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지만, 이 곳에 근무하는 선생님조차도 삼각 김밥용 김을 처음 본다니 나는 정말, 진심으로 놀랐다.
나의 예상은 언제나 현실로 나타났다. 피클을 다지고, 참치소스를 만들었다. 밥과 밥 사이에 참치소스를 넣어야 되는데 이것은 도저히 불가능 할 것 같아 비빔밥으로 만들어서 비닐을 활용하여 삼각형의 밥을 만드는 활동을 했다. 그러나 참치에 다진 피클과 마요네즈를 넣고 비비는 것도 이 소스를 밥에 넣어 섞는 것도, 양 손(위생장갑 착용)으로 주물러 삼각형을 만드는 것도 어려웠다. 아차차 싶었다. 우선 활동 환경이 힘들었다.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서 참여자가 너무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는 점이다. 내가 앞에서 설명을 하면서 한 단계씩, 한 과정씩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다. 내가 앞에서 서 너 번씩 설명을 하고 보여 주어도 멀리 있는 참여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참여자가 눈 맞춤과 얼굴 마주하기도 어려워하는데 멀리 있는 나에게 집중하기에는 너무 큰 욕심이었다. 그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면 일대일로 보여주고 만들어 보게 하고 손을 잡고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러나 실패. 참여자들은 참 많이 힘들어 했다. 그래서 담당자와 팀을 나누어 참여자의 앞에서 설명과 보여주기를 하면서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16명의 참여자에게 두 개씩 삼각 김밥을 만들어 주었다. 나의 수고로움으로 참여자가 신기해했다. 그리고 행복한 얼굴로 화답했다. 다음은 주먹밥이다.
사실, 삼각 김밥보다 주먹밥이 더 만들기 쉽다. 그런데 왜 어려운 삼각 김밥부터 했을까 묻는다면 그것을 활동과정을 고려하고 활동환경을 고려한 이유이다. 일단 여기는 손을 씻을 수 있는 개수대가 없다. 그리고 스스로 치우거나 닦을 수 있는 참여자가 없다. 그래서 활동의 난이도를 고려한 대신 활동환경을 생각하여 깨끗한 활동부터 시작하고 약간의 아니 많게는 타인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활동으로 이어지게 계획했다. 역시나 주먹밥은 도마 및 테이블 전체를 지저분하게 만들었다. 참치에 버무린 밥을 이등분하여 양손으로 동그랗게 만들어 주는 작업은 삼각 김밥보다는 단순하지만 양손의 협응, 힘 조절, 힘 균형에 어려움이 있는 참여자를 지치게 했다. 그래서 참여자의 손바닥 위에 밥을 올리고 내 손을 얹어 동그랗게 주물러 주었고 반대로 내 손 위에 밥을 올리고 참여자의 손으로 동그랗게 주무르게 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의 양손을 잡고 힘의 강약과 조절이 어느 정도인지 느끼게 해 주었다. 참여자가 모두 성인인지라 손이 커서 내 손으로 감사고 힘을 느끼게 하는데 쉽지 않았다. 이렇게 그들은 삼각 김밥 두 개와 주먹밥 두 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어떻게 삼각 김밥이 만들어지는지 경험해 본 참여자의 얼굴이 자신감 상승으로 즐거워보였다. 그들이 즐겁고 행복한 만큼 언제나 그러하듯 나는 땀으로 샤워를 했다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현장에 서 있는 우리들이 말하는 장애인의 수준을 말할 때 눈 맞춤 잘하지, 협응력이 좋아 라는 “잘한다, 좋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해 본적이 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일반인이 듣고 대상자를 본다면 “뭐야 잘 한다매? 이걸 잘한다고 말하는 거야.” 라고 묻는다. 우리 모임에서 성장과 발전을 의미하는 잘해, 좋아 의 표현은 아주 미세한, 아주 경미한 것이다. 어제 대답 못한 내용이 오늘 실수로 ‘으’ 라고 소리가 나왔다면 나는, 우리는 적극적인 반응으로 오지랖(강화)을 펼친다. 그러므로 요리활동을 매개로 특수교육과 치료지원을 하는 나로서는 가끔씩 만나는 그들의 반응에 민감해지고 그들이 보이는 실수라도 그 상황에서 상호간에 자극과 반응이 적절하게 일어났다면 성장과 발전 그리고 변화라고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