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제는 욕심을 내려 놓는 것이다

될까? 안 될까?

계획은 완벽했다.


아니 ‘완벽했다.’ 라는 말 보다는 철저하게 준비했다. 일주 전부터 준비재료를 작성하고, 그 재료에 맞춰 미리 만들어 보고, 만들면서 시간체크도 했고, 복잡하고 어려운 활동에 대해서는 참여자 개개인마다 어떻게 방법을 알려 주어야 되는지도 빼곡하게 적어 보았다. 언제나 현장은 나의 계획과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 그 날의 법칙이 되어 버린 것일까. 나 혼자서 활동의 과정을 단계별로 나누어서 연습을 해 보았지만 상황은 이러했다.


참여자 한 사람이 해야 하는 활동이 두 가지이다. 셋팅 되어 있는 불 앞에서 두 개의 팬을 번갈아 사용해야 한다. 오목한 궁중팬에는 김치볶음밥을 볶아야 하고 납작한 팬에는 달걀후라이를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무리였다 그들에겐. 순전히 나의 욕심이었다. 시간분배도 엉망이었다. 시간이 모자란 건 아닌가 물어 보지만 헐, 시간이 남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만큼 내가 빨리 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빨리 한 게 아니라 내가 너무 급하게 다 해 줘 버린 것이다.



참여자 두 사람은 본인이 준비한 재료를 들고 앞으로 나온다. 그리고 궁중팬을 불 위에 올려 식용유를 넣는다. 그릇에 담긴 김치를 팬에 넣는다. 여기까지는 나의 지시에 따라 그들은 무난하게 활동이 이루어졌다. 한 손에는 팬의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주걱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여 가며 김치를 볶는다. 물론 나는 그들의 앞에 서서 언어적, 행동적인 지시를 해야 한다. 기관에서 준비해 둔 밥은 큰, 커다란 그릇에 담겨 있다. 아마 대량으로 밥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대개는 햇 반을 사용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릇에 밥을 담아 팬에 넣어 주는 것은 나의 몫이다. 밥 뿐 만아니라 미리 다져 준 햄도 한 컵을 계량해서 넣어 준다. 그리고 손의 힘이 없는 참여자. 밥과 김치, 햄이 섞이고 볶아지도록 저을 줄 모르는 참여자. 팬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기울어지는 참여자, 순간 나의 마음에 불안이 얹어졌다. 언제나 안전이 제일인지라 그들이 할 수 있고, 할 수 있게 방법을 알려 주는 일은 나중의 일이 되어 버렸다. 두 사람이 앞에 나와 활동을 하지만 이들의 똑 같이 시작해서 마무리도 같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나의 몸과 마음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일단 볶음밥이 완성 되고 팬을 바꿔 불 위에 올려야 하는데 그 조차도 힘들어 했다. 만약에 한 사람이 앞에 나와 했더라면, 인원이 많지 않았더라면 좀 더 순조롭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두 사람의 특성과 수준이 너무 달라 한 사람을 도와주고 나면 다른 한 사람은 불 조절도 어려워 태워버린다. 물론 옆에서 “불 조절하세요. 불 꺼주세요.” 라고 말하지만 ..... 나의 설명이 그들의 행동으로 실행되지 않는다. 그래서 얼른 몸을 돌려 불을 낮추거나 끈다. 물론 말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한다. “불을 줄여도 되나요? 불을 줄일까요. 불을 줄입니다.” 라고,



내가 만나는 참여자는 언어적인 설명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러면 행동으로 보여 주여야 하고, 아니면 언어적인 설명과 함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 팀, 두 팀을 하다 보니 땀으로 등이 흥건하게 젖는다. 활동과 상관없는 말을 늘어놓는 참여자가 앞에 나올 때는 더 긴장하게 된다. 상화에 맞지 않지만 그의 말을 들어 주어야 하고, 하는 방법을 설명해야 하고, 참여했으니 스스로 할 수 있는 것 하나라고 알려 주어야 했다. 이 또한 나의 욕심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한 사람이 두 가지 일을 해 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임을 안다. 나의 욕심이 그들을 힘들게 한 것이다 반성하고 있다. 요즈음 그들과의 활동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나는 욕심을 부려 보는 일이 잦아졌다. 불 앞에서 식용유를 넣고 김치를 넣고 볶는 일, 햄과 밥이 김치와 잘 섞는 일. 그리고 도시락에 담아야 한다. 팬을 바꾸고 다시 식용유를 넣어야 하고. 달걀을 그릇에 깨뜨려 팬에 붓는 일. 달걀이 노릇하게 익으면 뒤집개로 뒤집는 것. 그리고 후라이가 완성되면 밥 위에 올리는 것까지 그들이 해 내야 하는 활동이 그리 단조롭거나 수월한 활동이 아니다. 식용유를 한 숟가락 담아 팬에 넣기까지 흔들리는 손을, 팔을 잡아 주어야 한다. 혹은 식용유를 흘리지 않도록 식용유 담긴 그릇을 팬 가까이 대 주어야 하고, 식용유의 양이 적으면 더 넣어 주어야 한다. 김치 담긴 그릇을 한 손에 잡고 팬에 부으면서 숟가락으로 쓸어 담는 것은 양 손의 힘이 어느 정도 기능을 해야 할 수 있다. 흔들리는 팔과 떨고 있는 손을 잡아 주어야 하고, 김치를 숟가락으로 쓸어내리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하고 그릇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잡아 주어야 한다. 김치, 햄, 밥이 골고루 섞어야 되는데 자꾸 한쪽으로 밀어 두거나 앞쪽으로 당긴다. 그들이 섞는 행동은 그저 주걱 또는 숟가락을 들고 밥 위에 올려놓는 행동을 보일 뿐이다. 그들의 손을 잡고 위로, 아래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하라고 한 번씩 뒤집어 주라고 말로 몸으로 함께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혼자서 해 보라고 말하고, 돌아서서 다른 참여자를 지도하고 있으면 그는 숟가락을 팬 위에 올려만 있는 정지 상태이다. 나의 얼굴에. 등에는 땀이 엄청 쏟아진다. 볶음밥이 우여곡절 끝에 완성이 되고, 도시락에 담는 일도 만만치 않다. 그들의 손에 힘이 없으니 팬을 들기가 어렵고 도시락에 맞춰 담기가 어렵다. 볶음밥을 숟가락으로 떠 담아 보게 했지만 숟가락 끝에 조금씩 떠 담으니 언제 다 해내냐구요. 그 마저도 흘리기도. 해내야 하는 과정이 많은 게 아니라 그들의 수준에 비해 촉박한 시간, 많은 인원이 모두 다 거쳐야 하므로 나의 지시에 그들의 리듬대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다. 역시 그들은 많은 시간과 일대일 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절감(切感)한다. * 절감 : 아주 깊게 느낀다.



볶음밥이 완성되면 팬을 바꾸어 달걀 후라이를 해야 하는데, 팬을 바꾸라고 말을 해도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 나는 참여자에게 선생님 얼굴 보세요. 라고 한다. 그리고 참여자가 나의 얼굴을 쳐다보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칠세라 팬을 손으로 가리키며 바꿔서 버너위에 올리자고 말해 준다. 그리고 작은 그릇에 달걀 하나를 집에 작은 그릇을 밑에 두고 숟가락으로 톡톡 두드려 껍질을 깨 주기를 기다린다. 기다림의 연속이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또 내 몸이 움직인다. 팬을 바꿔 주고 달걀 깨는 것을 도움을 주고, 식용유를 넣어야 되는 것을 말해 주고 달걀을 넣게 한다. 버너를 조작하여 불을 올리고 뒤집개를 들고 노릇하게 익으면 뒤집을 수 있도록 한다. 한 손에 팬의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에 뒤집개를 잡는 것도 어렵다. 뒤집개를 잡으면 팬의 손잡이를 놓치게 되고 팬의 손잡이를 잡으면 뒤집개를 놓친다. 뒤집개를 넓은 면을 달걀의 밑바닥에 쑥하고 집어넣는 것도 어렵고. 집어넣어 뒤집는 것도 어렵다. 가만히 그들이 행동을 관찰해 보니, 뒤집개의 넓적한 면 전체를 밀어 넣지 못한다, 너무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리고 마음도 몸도 너무 급하다. 완성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다음을 하려고 하니 항상 실패를 한다. 천천히, 천천히 급하지 않아요. 자신 있게, 힘 있게 밀어 넣어보세요. 라고 말하지만 난, 마음이 급하다. 그래서 한번, 두 번, 한 번 더 기다려 주어야하는데..... 세 번까지 기다려 주지 못하고 내가 해 준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후회 할 거면서도.... 말보다도 행동이 앞서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완성 된 달걀 후라이를 담은 볶음밥 위에 옮겨서 올리는 일이다. 이분 들이 잡은 뒤집개 위에 올린 후라이가 얼마나 달달 떨리는지. 나의 마음도 달달 떨리다 못해 조려지는 듯하다. 성공, 성공 할 수 있다고 마음 속으로 얼마나 외쳤는지. 소리 질러 외치지 않은 이유가 있지. 혹시나 나의 기대에 이바지하기 위해 너무 애쓰다가 실수 아닌 실패를 했다고 느낄까봐 나는 태연한 척, 무심하게 지켜 볼 뿐이다. 달달 떨리는 손으로 겨우 밥 위에 올려 진 달걀후라이, 참으로 눈물 나게 하는 모습이다. 이 작은 승리와 성공이 그들의 어깨가 한 뼘 올라가게 하고 걸음걸이가 날렵해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게 뭐라고, 나의 욕심이 채워지는 순간이다.



그들도 안다. 우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식당에 오면, 오기 전에 화장실에 들러 손을 씻어야 하고, 각자의 자리를 찾아 앉아 이름표를 붙여야 한다. 그리고 허리를 곧게 세워 바른 자세로 앉자 손으로 탁자를 비비거나, 옆사람을 만지거나, 머리를 긁거나, 코를 파서도 안된다는 것을, 그러나 그들의 의지와 달리 행동은 이러한 규칙을 어기고 만다. 그러면 좀 더 부지런하게 다시 씻으면 되고 굳이 안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또 그들은 알고 있다. 칼을 사용할 때는 식재료를 도마 위에서 자르고 썰 때만 사용한다는 것을, 불을 사용할 때는 불 앞에서 똑바로 서야 하고, 하고 있는 일만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현실은.... 그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나도 그들만큼이나 알려주고 가르쳐 줄 것이 많고, 그들의 표현에 공감을 해야 하고, 그들의 행동이 보고 싶은 욕심쟁이임을 고백한다.



요리의 모든 과정을 그들이 다 해낼 수는 없다. 그들이 잘하는 것 하나와, 내가 알려 주고 싶은 것 하나, 그러니까 그들이 잘 해 내는 하나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알려 주는 것 하나가 이루어진다. 식재료 손질에서 마무리 완성까지를 완벽하게 가르친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과 그리고...... 나의 인내가 버무려져야 하는 일이므로 나는 그들에 대한 나의 욕심을 살짝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나의 욕심은 그들을 힘들게 할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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