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발달장애인 요리치료
나는 언제나 새롭게, 적합한 방법을 찾는다.
나에게 현장이란 익숙하지만 새롭다. 나에게 참여자란 다양한 특성과 수준으로 언제나 긴장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에게는 매번,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만들어 본 것이지만, 그들은 처음 해 보는 일이다. 그들에게 적합한 방법을 찾기 위해 쉬는 날은 다음 수업을 위한 연습을 한다.
수업 다녀 온 다음날은 하루 종일 지쳐 쓰러져 있다. 다음 날 바로 수업이 이어지면 벌떡 일어나 나갈 채비를 챙기지만, 하루 또는 이틀이 비어 있는 날에는 한 없이 늘어져 눈은 감고 숨만 쉬고 있다. 하루건너 다음날에 수업이 이어진다면 반나절 만 늘어져 있다가 오후에는 몸을 튕겨 일어나 수업준비를 한다. 오늘이 바로 몸을 튕겨 일어나야 하는 날이다. 나의 작업실로 들어와 다음날의 수업이 어떤 활동인지 확인을 한다.
확인해 보니 밥을 지어야 했다. 밥을 지어 주먹밥 크기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무게를 달아보고, 여기에 참치와 마요네즈를 넣으면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또 다진 피클은 어느 정도로 넣어야 되는지, 매운 맛을 좋아한다면 고추장은 어느 정도 넣어야 맛을 내며 밥이 잘 뭉쳐지는지 정확한 양으로 만들어 봐야 한다. 밥을 고슬 하게 지어 피클 한 개를 다지고 내 맘 같아서는 양파도 다져서 넣었으면 좋겠는데 참여자 대부분이 양파 다지는 것을 어려워한다. 양파의 매운 맛 때문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어떻게 처리 할지 몰라 했기 때문이다. 칼 든 손으로 눈물을 닦거나, 양파를 만진 손으로 눈물을 닦는 행동으로 위험과 불안을 한꺼번에 몰고 오는 모습을 보고 양파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밥 150g, 다진 피클 20g. 마요네즈 한 숟가락이 30g. 참치 캔 70g으로 주먹밥 2개가 만들어졌다. 조미김으로 감싼 주먹밥은 아주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오로지 내 생각이지만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있다. 문제는 삼각 김밥이다. 그 곳의 선생님도 삼각 김밥을 한 번도 만들어 보지 않았다고 했다. 참여자도 삼각 김밥은 먹어 본 경험은 있지만 직접 만들어 보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과연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들이 만드는 삼각 김밥. 삼각 김밥이 이렇게 만들어 진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한집 건너 편의점이 들어 선 도시생활에서 그들도 편의점에는 가 보았을 것이고, 그곳에서 간편식으로 삼각 김밥은 구입해 먹어 본 경험을 있으리라 짐작은 한다. 지난 수업 마무리에서 물어 봤지만 정확한 대답일리는 없을 것이므로 오로지 나의 생각으로 추측 할 뿐이다.
그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가장 쉽게 삼각 김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김밥틀이 있으면 더 쉽게 만들겠지만 많은 인원에게 나누어 줄 도구가 없다. 비닐봉지를 이용하여 삼각, 즉 세모 모양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일회용 비닐봉투를 활용해 보니 봉투가 너무 크다. 비닐이 손에 걸려 거추장스러웠고 밥을 넣고 꺼내기가 불편했다. 다음으로는 쿠키포장 비닐에 밥을 넣고 세모 모양으로 만들어 보았다. 큰 비닐봉투보다는 간편하고 수월하였다. 일단 밥을 넣기가 쉬웠고, 밥의 양을 조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모 모양을 두 직선을 이용하고 한 면만 직선으로 만들어 주면 되었다. 도마 위에 올려 손으로, 손바닥으로 모양을 잡기가 그나마 쉬웠다. 문제는 손놀림이 아주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참여자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세모모양의 밥을 김 위에 올려 비닐을 고이 접어야 한다. 삼각 김밥 김을 접는 방법이 어렵다. 양쪽모서리를 접어서 안으로 집어넣고, 위에 펼쳐진 김을 아래쪽으로 말아 넣고, 아래쪽에 펼쳐진 김을 접어서 위로 접은 다음 스티커로 붙여 주어야 한다. 이때 스티커에 기름기가 묻으면 잘 붙지 않아 깨끗한 손으로 떼서 붙여야 하는 세밀함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참여자가 할 수 있을까 싶다. 작업장에서 나는 두 시간을 삼각 김밥 만들기를 연구(?) 했다. 어떻게 하면 쉽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러다가 내가 참여자의 삼각 김밥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예전에 어르신이 "우리도 삼각 김밥 만드는 거 알려 줘 봐라" 하셔서 수업을 진행 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어르신은 삼각 김밥을 잡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아시냐구요?" 손주가 먹는 거 봤다고. "그거 신기하데" 하셨다. "나도 먹고 싶다 하나 사 주라" 하시지 그랬냐고. "그걸 어째 그라노, 손주 입에 들어가는 거 보기만 해도 배 부른다," 하셨다. 그 때로 내가 열심히 만들어 드렸고 어르신들은 집에 가져서 또 손주에게 줬다고 자랑을 하셨다. 다행스러운 것은 만든 것 중에 한 개를 그 자리에서 드시게 했다는 것이다, 다양한 수업의 경험에서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그 자리에서 맛보게 한다. 몇몇 어르신이 집에 가서 먹겠다고 우겨도 안 드시면 집에 못 보내 드린다고 내가 고집(?)을 부렸다. 이렇게라도 해야 어르신들은 새로운 것에 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가 올 날에도 내가 참여자의 수대로 삼각 김밥을 대량을 만들어 내야 하는 날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기분이 좋은 것은 참여자가 끝까지 완성하지는 못할 지라도 삼각 김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경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고, 그들이 표현하는 많은 몸짓에서 어떤 반응으로 나와 함께 진행될 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