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정서지원과 영양지원
마요네즈를 병째로 들이켜 보았다.
"늙은이에게 이런 호강을 누리게 해 주시다니 이 나이에 이 늙은이에게 병 채로 마시게 해 주셔서 고마워요.
이렇게 고소한 걸 몰랐네. 맛나다 맛나 고솝고."
어르신들과 요리활동을 하다보면 아주 작은 것에서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색깔이 화려한 파프리카와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를 보고 하시는 말씀은 이러하다. 우리야 고추 밭에서 일만 할 줄 알았지. 이렇게 색깔이 고운 큰 고추가 있는 줄 알았나. 맵지도 않고 물도 많고 몸에도 그리 좋다고 함써. 그런데 너무 비싼 거 못 싸지. 된장에 넣을 고추나 사고 찍을 먹을 고추나 사지 파프리칸지 큰 고춘지 봐도 살 생각을 안 하지. 이건 또 뭐지 이름도 어렵다. 브로코? 콜라? 하하하 으메 이름을 몰라서 못 부르제. 이거 다 비싸기도 하고 맨날 먹는 거만 눈에 들어오지 이런 거 눈에 안 들어봐. 그라고 어찌 해 먹는지도 몰러. 꼭 애기 엉덩짝 같이 생겼네.
어르신의 앞에 놓인 빨강, 노랑, 주황, 초록의 파프리카를 보고 으메 으메 감탄을 하며 던지는 말씀 속에 왠지 울컥한다. 애기 엉덩이 같이 생겼다는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는 보니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애기 볼(얼굴)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준비한 파프리카와 브로콜리, 과일을 손질하고 잘라 골고루 먹어 보고 샐러드 박스를 만들어 보려고 준비했다. 그냥 먹어도 담백하겠지만 소스를 곁들일 수 있도록 익숙한 마요네즈와 발사믹을 준비했다. 우리가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마요네즈에 과일과 채소를 버무려 먹는 것과 익숙하지 않은 발사믹 소스에 대해 설명했다. 어르신은 발사믹이 뭐냐고 되물어 보신다. 그릇에 부어 숟가락으로 맛을 보게 해 드렸더니 얼굴을 찡그리신다. 이게, 뭔 맛이 이러냐고 안 되겠다고 하시는데 참으로 난감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좀 더 익숙하게 맛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했다. 간단하고 쉽게 포도를 오랫동안 숙성시켜서 만든 것이라 했다.
역시 발사믹보다는 포도가 더 간절히 와 닿았는지 몸에도 좋은 거면 그 눔으로 묵어야지 하신다.
자르고 썰고 담고 그리고 소스를 올리는 동안 남겨진 꽁다리를 버리지 못하고 아깝다고 드신다. 아깝다고 먹고, 버리느니 먹고, 남았다고 먹고, 그러면 배불러서 정말 먹어야 하는 것을 못 드신다고 했더니, 우린 그래도 괜찮다고 하신다. 이렇게 맛나고 많은 걸 주신 것만도 행복한데...내거 오늘은 이 마요네즈 병을 쪽쪽 빨아 먹어 볼라요 하시는데 말릴 틈도 없이 병을 들이키고 계신다. 그 옆의 어르신은 다음 사람 쓰지도 못하게 그러냐고 하시고 또 더럽게 뭐하는 짓이냐고 나무라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보이는 마요네즈 병을 행복하게 마시고 계신다. 모두가 사용하고 바닥을 보이는 마요네즈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르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실 수 있도록 해 드린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