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시작이고, 시작이 반이라는데.

시작에는 준비가 많이 필요하기에

준비는 시작이고, 시작이 반이라는데.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할 때 흔히 주고받는 말, 시작이 반이다. 정말 그럴까? 나는 며칠 전부터, 아니 일 주일 전부터 기관에 보낸 계획서 또는 ppt 자료를 수정하고 또 보완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기관에 보낸 자료에는 참여자에게 필요한 식재료와 조리도구는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하는지, 주어진 시간에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진행 될 것이며. 각 과정마다 소요 시간을 예측하여 적어 보낸다. 그러면 적어 보낸 재료를 그대로 갖추고 혼자서 수업을 진행해 본다. 이 과정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참여자와 활동을 해 왔는데 뭘 또 해 보냐고 하지만 내가 만나는 참여자와 그 참여자가 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꼭 매 회기마다 연습이 필요하다.



기관에 보낸 자료를 프린트 한다. 그리고 그 자료에 빼곡하게 적힌 내용은 눈을 감고도 입에서 툭툭 튀어 나올 정도로 숙지한다. 준비재료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내 앞에 참여자가 앉아 있는 것처럼 자세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한다. 그 설명을 녹음하는 것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사전준비에서 마무리 정리까지 각 단계마다 걸리는 시간도 체크하고 활동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어떤 특성을 지닌 참여자에게 더 집중해서 설명해야 되는지도 체크한다. 또한 옆에서 도움을 주는 활동 자원가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되는지도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일일이 기록을 한다.



참여자가 쉽게 이해하고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참여자의 눈높이에 맞게 짧고 간단하게 핵심적인 내용만 뽑아서 설명해야 한다. 참여자가 불안과 두려움 없이 안전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과 하는 활동은 당장의 결과를 가져 오지 않는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눈곱만큼, 보이지 않는 미세한 변화가 모여 발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활동은 그들의 작은 행동에 커다란 결과물이 나타나는 것이지 않은가. 그들은 안다. 그들의 작은 행동이 시간이 지나면서 무엇이 만들어지는지, 어느 정도의 시간의 흐르면 마무리가 되어 가는지, 하나하나의 과정에서 이것은 나와 상관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외면해야 되는지를 빨리 알아차린다. 그러므로 내가 준비하는 모든 과정은 그들의 특성과 취향, 기호를 알아야 흥미와 호기심이 묻어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저런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잠시 중단 되었던 활동이 오랜 만에 서로의 안부를 나누면서 다시 기지개를 켰다. 왜 그런 거 있죠. 쭉 달리다가 어떤 일로 인해 한 템포 쉬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하게 되는 뭐 그런 거, 지금이 바로 그런 느낌이다. 지난 시간에 작성해 두었던 활동계획서와 기관에 제출 했던 활동일지와 나의 수업에 대한 활동평가서를 읽어 보면서 참여자 한명 한명의 얼굴과 그들의 특성을 기억해 내려고 애를 썼다. a는 어떤 활동을 좋아하고, c는 무엇을 안 먹고, e는 다른 참여자에게 도움 주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s는 가장 먼저 입실하여 내 등을 두드리며 인사를 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움직이는 그들을 기억해 내는 일은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렸냐에 따라 나의 기억 회로를 움직이는 가동 시간이 정해진다.



2개월, 오랜만에 만났으니 처음인 것처럼 시작을 해야 한다. 시작을 하다보면 이 정도는 건너 뛰어도 된다고 판단이 될 때 확장 활동으로 이어지면 된다. 나의 계획서에는 빼곡하게 무언가로 적어 나가고 있다. 일 활동이 잘 될 때는 이 활동으로, 수행의 어려움이 있을 때는 일 마이너스로, 일 활동 수행이 굳이 필요치 않을 때는 일 플러스 단계로 이어지면 된다. 이러한 일, 이, 일 마이너스, 일 플러스가 되는 다양한 방법과 방식을 예습 활동에서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예습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들 앞에서 버벅거리는 행동과 핵심적인 설명이 아니라 쓰잘데기 없는 말로 나열하는 수준을 보일 뿐이다. 그야말로 아, 오늘 잘 먹었어요. 하는 말을 듣고 올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소망한다. 그들이 잘 먹었다는 말보다는 집에 가서 엄마 옆에서 호박을 썰었구요, 가스레인지를 혼자서 켜 봤어요. 미역을 만졌는데 딱딱했어요, 미역에 물이 들어가니 보들 해졌어요. 라는 작은 행동을 실천하는 큰 감동을 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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