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김에 쉬어 가듯.... 속이 확 뚫리도록....
울고 싶은 날에는 대파를 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가격이 엄청 오르면서 파 테크라는 유행을 낳는 등의 대파 대란이 언제 일어났는지 싶게 마트에선 예전의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다. 마트를 쭉 돌아다니다 보면 유난히 초록이 선명한 대파의 기럭지에 놀라고 통통하게 쭉 뻗은 줄기를 곱게 묵어서 쌓아 둔 양에 입에 쩍 벌어지기도 한다. 또 하나는 한껏 올라 도저히 예전의 가격으로는 돌아 올 것 같지 않았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이제는 마음 놓고 구입할 만한 가격으로 안정이 되었다는 사실이 고맙기만 하다. 수북하게 쌓여진 대파 앞에서 냉장고 남겨 진 대파를 생각했다. 통에 담아 둔 것은 다 먹었고 그나마 다른 모양으로 잘라서 냉동실에 있는 것은 한두 번 먹으면 없어 질 양이라 대파를 본 김에 구입했다. 대파를 담는 비닐봉지는 좀 특이하다. 대파의 길이에 맞춰 비닐봉지가 제작이 되어 딱 대파만 넣는 용도로 만들어 졌다는 게 신기할 다름이다. 나는 이 봉지를 볼 때마다 항상 망설이게 된다. 아니 봉지를 볼 때마다가 아니라 대파를 구입할 때마다 대파를 봉지에 넣어서 가지고 올 것인가, 아니면 손에 쥐고 그냥 데리고 올 것인가를 생각에 잠기게 된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듯하다. 결과는 대파의 푸른 이파리를 움켜잡고 데리고 오는 것으로 마음을 먹었지00만 대파의 이파리를 잡고 털레털레 걸어오다 보면 꼭 누군가의 머리채를 잡고 오는 듯 한 이 느낌은 무엇인지 모를 일이다.
대파는 집으로 와서 호강(?)을 한다. 뿌리는 잘라서 깨끗이 씻어 채반에 담아 말린다. 채반에서 말린 대파 뿌리는 보리차 끓일 때 한 뿌리씩 넣기도 하고, 겨울에 생강차 끓일 때, 또는 돼지고기 수육 할 때 사용한다. 그리고 긴 파를 잎과 줄기로 나누어 자르고 겉껍질을 손질해서 씻어 준 후 식초를 넣은 물에 잠시 담가 둔 후 소쿠리에서 물기를 빼 준다. 물기가 마르면 용도에 따라 잘라 준다. 소고기국, 육개장, 불고기 양념할 때를 생각해서 어슷썰기로 자르고, 된장국, 된장찌개, 소소하게 양념장에 쓰일 파는 작은 크기로 송송 썰어서 채반에서 담아 물기가 없게 말려 통에 담아 냉동실로 입장시킨다. 그 다음은 파 기름을 만들거나, 생으로 사용할 대파를 종이 타월에 감싸서 밀폐 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넣는다. 고기 먹을 때 주로 사용되는 파채는 금방 먹을 용도로 장만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까지 만들어 둘 일인가 싶기도 한다. 파 채는 파 채칼을 사용하여 음식점에서 주는 파채 흉내를 내서 길고 기다랗고 가늘게 손질을 한다. 주로 고기를 먹을 때 상추와 나란히 양념 겉절이로 애용하고, 라면을 끓인 후 위에 살짝 얹어 주기도 하고, 샌드위치를 만들 때 양파와 같이 소스에 묻혀 식빵 위에 얹어 먹기도 한다. 이렇게 대파 한 단은 다양한 용도로 구분되어 제각각 있을 자리를 찾아 간다. 이번에 구입한 대파의 용도 중에 하이라이트는 대파김치이다. 처음 담아 보는 대파 김치라 자신은 없었지만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잘 먹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대파 세 줄기로 정성들여 담아 보았다. 대파김치는 줄기만 사용한다. 아마도 푸른 이파리는 진액 때문에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대파의 향과 맛을 결정하는 아리신이라는 진액은 강한 살균력을 지니고 있다는데 대파 김치용으로 이 푸른 잎을 사용하려면 파속에 있는 진득한 액을 씻어서하면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첫 도전이라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파 줄기를 깍두기 모양으로 작게 잘라서 까나리 액젓으로 절였다. 간이 세서 짜면 안 되니 파의 양이 적어 액젓은 한 숟가락, 나중에 이 액젓으로 간을 맞춘다. 그리고 30분을 기다린 후 고춧가루 두 숟가락, 매실청 한 숟가락을 넣어 섞어 주고 그 위에 통깨를 솔솔 뿌려주면 끝이다. 통에 담아 밖에서 하루 묵힌 후 그 다음 날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으면 되는데 대파는 푹 익어야 제 맛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대파는 다양한 모양으로 손질해 두면 요긴하게 사용되는 향신 채소이다. 대파를 손질하는 동안은 좀 괴롭기는 하다. 그래서 대파를 손질할 때 혹시 모를 이물질을 생각해서 식초에 담그기도 하고, 바람에 매운 향을 날려 보내기도 했지만 도마 위에 얌전히 있는 대파는 칼 질 몇 번에 매운맛을 아낌없이 발사한다. 크게 어슷썰기 할 때와 잘게 다질 때, 채를 썰 때 등 어떤 용도로 자르더라도 그 매운기로 인해 눈물이 펑펑 쏟아지고, 마침내 콧물까지 툭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흐르고 떨어지는 눈물 콧물을 쓱 손으로 닦을 수가 없다. 손으로 닦았다가는 더 큰 낭패를 볼 뿐이기 때문이다. 주책스럽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은 제어가 되지 않고 나도 모르게 서러움으로 올라 올 때가 있다. 속담에 울고 싶은 데 빰 때려 주는 격이랄까. 그동안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하던 일에 발이 묶여 버렸다.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 없어 지금까지 했었던 일에 대해, 다시 해고자 하는 일을 정리하여 책을 출간했다. 조금씩 온라인과 현장에서, 때로는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현실에 있지만, 그러면서도 일에 대해 좀 쉬고 싶다는 생각도 자주 하기도 한다. 대파를 썰면서 눈물이 나는 것은 오로지 식재료가 지닌 성질 때문이지만 나는 이런저런 핑계로 그래 이럴 때 펑펑 울어 버리자고 마음먹는다. 그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엄청 슬프고, 매우 서럽고, 괘심할 정도로 서운하다, 온갖 아쉽고 아련하고 아찔한 순간들이 한 편의 영화처럼 순간적으로 펼쳐지고 지나간다. 이제 대파를 썰 때는 실컷 우는 날로 정하자 핑계 삼아 맘껏 울어 버리게.
[울랄라 행복한 생각] 내가 만나는 친구들은 이제 성인되었다. 대파를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서 써는 방법을 다르게 하고 이를 보관하는 방법을 알려 주려고 생각을 해 보았다. 대파의 뿌리를 다듬고 손질하는 것까지는 가능할 것 같은데 칼을 잡고 도마 위에서 자르는 활동에서 문제가 나타 날거라는 생각이 많아졌다. 나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친구들이라 칼 사용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는데, 식재료 대파의 독특한 향과 성질 때문에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파를 도마 위에 올려서 칼로 썰다가 매운기 때문에 눈물이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난감할 것이다. 물론 시작하기 전에부터 대파는 맵다에서 시작해 눈물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 설명을 반복하겠지만, 설명과 실제는 다른 법, 막상 상황을 만나게 되면 당황해서 알고 있던 것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칼을 놓고 손으로 눈을 비빌 것이고, 소리를 지를 것이고, 그 이후에 벌어 질 일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한다. 그러면 파를 미리 다듬고 썰어서 파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알려줄까? 대부분의 친구들은 파김치를 안 먹을 것이며 만지는 것도 싫어 할 것이다. 물론 나의 착각, 또는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회기에 만나는 친구들에게 파김치 담그는 활동에 대해 살포시 이야기를 꺼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