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처음처럼

실수에 대한 반성의 시간

언제나 처음처럼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깊이 반성한다.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한없이 질책하면서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나의 반성 이야기는 이러하다. 기관에서 진행한 성인 장애인 요리치료 프로그램이 끝이 났다. 그 이후에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사회적 상황으로 인하여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고 네가 하는 요리치료로 대신해도 되겠냐고 했다. 나의 입장에서는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과 반응의 긍정적이라고 하니 좋았고, 몇 번 더 해 줄 것을 요청해오니 더 감사했다. 담당자는 지금까지 했던 활동을 복습하는 의미에서 다시 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인기 있었던 샌드위치를 다시 만들어 보자는 의견을 내 놓았다. 참여자들도 샌드위치를 다시 만드는 것에 적극적인 표현을 보여 주었다. 그래서 반복 학습을 주제로 활동을 다시 해 보기로 하고.


담당자에게 보내는 준비재료 품의서에 대한 고민을 했다. “선생님, 지난 번 보내 드린 대로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라고 말할까, 아니면 다시 작성해서 보낼까, 이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다시 작성하여 보내는 걸로 결정을 했다. 다시 작성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정리해 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5명에 대한 식재료와 조리도구를 작성하였고. 지난 회기에 진행한 활동일지를 작성하여 메일로 보냈다. 드디어 다시 시작하는 날이 되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준비재료 품의서를 보내는 날부터 어떻게 진행 할 것인지를 고민했고 연구했다. 참여자와 인사를 나누고, 지난 시간에 대한 기억을 꺼집어 내고, 준비 된 재료를 소개하고, 다시 기억하여 말하게 하고, 만드는 순서와 방법을 설명하고 다시 반복하고 그러한 과정을 빼곡하게 적어보고, 그 과정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고 대처 방법을 기록하는 일도 빼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곳으로 가는 여정은 가을이다 보니 더 아름다웠고 마치 여행을 하는 듯 마음은 부풀어 있어 즐기면서 갔다. 그런데, 30분 일찍 도착한 나는 아직 준비가 덜 된 조리실에 들어가 다듬고 씻기를 거들었다. 사실 제 시간에 도착했으면 준비가 다 되어 있지만 일찍 가서 준비 된 재료를 살펴보기도 하고 나도 수업에 대한 마음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든 준비가 되었고 한 사람씩 필요한 재료를 접시에 담아 자리에 옮겼다. 그리고 빵을 보니 아뿔사,........ 정사각형의 샌드위치 식빵이 아니었다. 식빵의 크기도 작았고, 잘 부서지는 빵이었다. 참여자가 다루기에 적합하지 않기도 했고, 완성 후 내가 가지고 간 샌드위치 케이스에 담아내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식빵이 준비되어 있었다.


담당성생님은 “오모, 맞다, 지난번에 사진도 보내 주셨는데, 제가 깜박 했어요. 이걸로는 안 되는 건가요?” 사실,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참여자가 하기에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나는 애써 태연한 척. “아니요, 안 되는 것은 아니에요. 준비된 상황에서 만들어 보겠습니다.” 라고 말했지만 나의 머리 속은 복잡했다. 이 빵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참여자가 좀 수월하게 쉽게, 단순하게 활동할 수 있을까? 샌드위치에 넣을 소스의 양은 어느 정도로 해야 남기지 않고 할 수 있을까? 모든 과정이 다시 셋팅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또, 나는 참여자의 수준을 너무 과대평가(?) 했다.


오이, 양파, 피클, 사과 등 들어가야 하는 재료를 참여자와 함께 같이 자르고 썰고 다지기를 했는데, 참여자의 활동 수준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서툴렀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계획을 했는지, 활동의 단계마다, 과정마다 자신을 질책하고 실망했다.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다. 오이 반개를 납작하게 썰고, 피클과 양파를 다져야 하고, 사과를 채 썰어야 하는 일이 참여자의 수준으로는 수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활동이었다. 그 중에서 몇 분은 장애의 특성상 설명과 모델링만으로도 아름답게 해 내는 분이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봐서는 나의 계획이 잘못 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순간순간 지난번에는 어떻게 진행 했는지 생각에 잠겼다.


지난번에는 처음 만남이라 그들의 수준과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 그리고 준비 해 둔 재료는 내가 설명하는 대로 각자의 접시와 그릇에 담는 활동을 했다. “납작한 오이 8장을 종이 타월에 펼쳐서 올리기. 다진 피클 두 숟가락을 그릇에 담기. 다진 양파 두 숟가락을 피클 담은 그릇에 담기. 채 썰은 사과를 집게로 두 번 집어 그릇에 담기.” 그리고 소스 넣어 섞기 등, 이렇게 그들의 인지능력과 신체능력을 파악하고, 지시 따르기, 수행 능력을 파악하면서 특성을 알아보았더랬다. 지난 번과 다르게 계획하고 진행한 나의 실수에 굳이 변명을 하지면 이렇다.


그들을 장애가 아닌 각자의 강점과 장점을 지닌 것으로 보려고 한다. 나의 이 신념이 무너졌다. 지난봄부터 시작된 나와의 요리치료 프로그램은 그들이 무서워했고 불안해했던 칼을 사용하고 불을 사용하고, 완성된 요리가 만드는 것까지 단계적으로 학습될 수 있도록 해 왔다고 생각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 정도는 칼을 무서워하지 않고 사용하였고, 불을 겁내하지 않고 자유롭게 켜고 끄기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원활하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지도, 아니면 내가 그들의 수준을 높게 잡았는지도 모른다. 또한 참여 인원이 너무 많다 보니 한명, 한명 살피고 알려 줄 수 있는 기회가 줄어서 내가 두루뭉실하게 그들을 알아버렸는지도, 아무튼 그렇게 판단하고 평가해 버렸다 나 자신을, 그들을. 그렇다. 내가 수업을 진행하는 참여자 속에서 그들의 난이도를 체크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 정도면 잘 하는 거 아닌가 하는 판단으로 마치 일반인과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착각할 때가 많다. 이 생각은 변명이다.



담당자에게 보내는 서류도 “선생님, 지난번에 한 거 있죠. 지난번 보내 드린 서류 있죠. 그거 참고하세요.” 가 아니라 다시 작성하고 참고해야 할 식재료와 조리도구의 사진도 다시 보내야 한다는 것 잊지 말자.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항상 작성 해 두었던 활동일지와 활동평가서를 읽고 반드시 참고하여야 한다. 한번 해 봤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언제나 처음처럼 마음을 가진다. 지난 프로그램과 똑 같이 진행 될 거라는 착각과 오만함은 버려야 한다. 항상 새롭게 만나는 것처럼 행동한다. 참여자를 만날 때도, 회기마다 새로운 참여자를 만드는 것처럼, 처음 만나 그들의 특성과 수준을 파악하는 것처럼 진행하되 그들의 수준에 맞는 방법을 모색하고,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방향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모든 게 나의 실수다. 담당자에게 준비재료를 선세하고 세심하게 다시 보내야 했어야 하는 것, 참여자들을 나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다른 기관에서 만나는 참여자와 헷갈리지 않도록 지난 활동에 대한 일지와 평가서를 열심히 읽어보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


익숙함에 속아 세심함을 잊어 버렸다는 것이다.

나에게 반복되는 일이자만,

그들에게는 언제나 처음처럼 새로운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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