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마음은 달랐다.

나의 오지랖

들어올 때 마음은 진심이고 나갈 때 마음은 오기였나.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되거나, 한해를 시작하는 연초가 될 때면 다양한 기관에서 사업비를 받기 위해 자문을 구하는 전화가 많이 온다. 자문의 내용에는 대부분 프로그램을 보내 달라는 내용이 많다. 기관마다 참여자가 다르고 기관의 특성이 다르고 주제에 따라 활동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 하나 새롭게 구성하고 계획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에게 자문을 구하는 기관에서는 다급하게 부탁을 한다. "내일까지 부탁 드립니다."고 급하다고 말하는 기관이 대부분이다. 하루 이틀 만에 뚝딱하고 나오는 프로그램이 아닌데도불구하고 왜 그들은 나에게 임박해서 연락을 할까?( 그들이 해 보다가 안되니까 연락한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더구나 나에게 자문료나 프로그램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한푼의 자문료나 프로그램 기획비를 받아 본적이 없다. 그들은 매우 죄송하다고 하면서 당연히 그냥 해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사업비가 확정이 되면 강사로 모시겠다는 말이 전부이기도 하다. 사업비를 받았는지 못받았는지 알려 주지 않는 기관도 있고, 약속과는 다르게 강사로 불러 주지 않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다. 이 곳도



2월인가, 3월인가. e기관에서 나에게 자문을 구하는 전화를 하였다. 말은 자문이지만 프로그램이 급하다는 내용이었다. 어디서 보고 나에게 전화를 했냐고 물어 보니 인터넷에서 찾았다고 하는데, 작년에도 요리활동을 했으니 올해도 사업비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사업공모 서류를 내일까지 제출하는 데 있어 프로그램 계획서를 작성해야 되며, 강사 프로필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외부에 있기도 했으며, 내일까지 프로그램을 작성해서 도움을 주는 일에는 자신이 없었다.) 나는 프로그램은 출간 한 책을 참고해서 기관의 특성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고 하였고 인터넷에서 주문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e기관의 부탁은 또 있었다. 기존에는 요리하는 선생님이 와서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나를 모시고 하고 싶다고 전했다. 나는 정중히 거절을 하며 작년에 했던 선생님을 모시고 하는 게 제일 좋다고 말했는데 굳이 나와 함께 해야겠다고 하니 이유를 물어 보았다. e기관은 장애 아동이 활동을 해야 하니 특수교육 전공자가 왔으면 좋겠고, 선생님이 전문가인 것 같으니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e기관 선생님의 말씀을 정리하자면, 장애아동과 요리활동을 하는 사업비를 받고자 프로그램을 제공해 달라는 것, 사업비 확정이 되면 내가 와서 요리활동을 해 줄 수 있는지, 아동들에게 요리활동으로 특수교육과 치료지원을 하면서 자존감도 향상하고 자립의 기본이 되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e기관이 요구하는 내용에 따라 나도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 보았다. 활동 참여자는 몇 명이며, 어떤장애를 지녔는지, 활동시간은, 총 활동은 몇 회기로 계획하는지, 활동환경은 어느 정도 갖추어 졌는지를 물어 보았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강사비를 물어 보았다. 어느 기관이든지 강사 요청을 하면서 강사비를 먼저 제시해 주는 기관은 드물다. 항상 먼저 물어 보아야 하거나, 강사기준표를 제시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e기관의 대답은, 아동(초중등) 10명, 2시간 수업, 격주로 12월까지 할 것이며, 테이블과 의자가 구비되어 있으며 필요한 것은 구입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강사비에 관해서는 "선생님, 여기가 아주 가난한 기관이에요. 그리고 사업비가 많지 않아서 강사료를 많이 못드려요. 그래도 해 주세요." 항상 그러했다. 기관에 돈이 없다는 이야기, 시업비가 많지 않다는 이야기. 사업비는 적은데 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많다는 이야기 그래서 강사비를 많이 못준다는 이야기이다. 작년에는 모 교육기관의 대표가 이런말도 했다. 여기는 강남이라 임대료가 많이 나가서 강사료를 다른 기관의 절반밖에 못 준다는 말도 했다. (강남 임대료라......어떻게 받아 들여나 하나 생각이 많았지만, 정중히 강의요청을 거절을 했다.) "선생님, 저는 사업비 받는 기관에서 정하는 강사료 기준표에 따라 받습니다." 어떤 기관이든지 강사료 기준표가 있다. 예를 들어 교육부 강사료 기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복지부. 시(군)에서 정하는 강사기준표에 따라 경력과 이력을 제시하고 여기에 준하는 강사비를 받는다. 그런데



e기관에서는 그렇게 줄 수 있는 여건이 못된다고 하면서도 나에게 강의 요청을 했다. 나는 그렇다. 일단 장애 아동이라 해서 맘이 약해진 것도 있다. 그래서 "선생님, 일단 사업공모를 해 보세요. 사업이 확정되면 연락하세요. 제 일정이 맞으면 해 드릴 수는 있지만 안되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업 공모 하실 때 강사비 기준표에 따라 지급한다고 하시면 됩니다." 라고. 그 후



한 두달이 흘렀나. 미리 잡혀 있는 스케줄을 소화해 내느라 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e기관에 전화가 왔다. 사업이 확정되었다고 하면서 메일로 일정을 보내겠다고 했다. 그런데 메일을 열어 보니 헉....좀 .... 5월 말에서 12월까지 격주로 12회기 진행인데 재료비도 강사비도... 재료비는 기관에서 구입하니 나와는 상관은 없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재료구입 품의서를 내가 작성해서 보내야 하니 그 돈에 맞춰야 한다. 그리고 두 시간의 수업에 강사료는 3급 강사료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단 그렇다치고...격주로 두 번에 12월 말까지....(진행은 12회기이지만 6개월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면 나는 그 사이 비어있는 날이 있어도 일정을 잡지 못한다. 격주 진행은 강사에게는 큰 타격이다.) 그래서



나의 스케줄 표를 열어 놓고 진행 할 수 있는 일정을 쭉 적어 보았는데 엉망이었다. 도저히 진행할 수 없는 날짜, 한 달에 한 번도 되고 두 번도 되는 달, 즉 격주 무슨 요일에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빈 시간에 진행해야 되는 엉망인 날짜가 나왔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바로 전화를 드렸다. 일정이 도저히 안된다고 우리 아이들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진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이건 뭐 한달에 한번도 되고 안되는 달도 있고, 세 번 네번 되는 달도 있어 도움이 안되겠다고 정중히 거절을 했다. 그럼에도 e기관에서는 아무 날 시간이 되는대로 해 달라고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 다른 강사를 구하라고 했다. 그로 부터



일주일 후, 갑자가 e기관이 걱정이 되었다. '강사는 구했나, 아직 못했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에 전화를 해 보았다. 띠리리리릭..................



"여보세요 누구시죠."

"선생님 ~ 저 ㅇㅇㅇ연구소 ㅇㅇㅇ입니다."

"아, 네, 왠일로 ..."

"네~ 선생님 구하셨는지 걱정이 돼서 전화 했습니다 선생님 구하셨어요?"

"네, 지역에 계시는 선생님으로 구했습니다."

"네~~ 다행입니다. 잘 됐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고맙습니다."

딸깍............뚜...............................




고맙습니다. 무미건조한 마지막 인사를 전한 e기관 담당자의 냉량한 목소리가 폰 너머로 전해졌다. 처음 강의를 요청 할 때와 다르게 목소리는 경직(?)되어 있었고, 아주 사무적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처음 강의 요청을 할 때와는 사뭇 달랐다. 전화를 끊고, 난 시간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후회를 많이 했다. 왜 전화를 했나. 내가 못하면 그만이지, 강사를 구하든 말든 내가 해 줄것도 다른 강사를 보내 줄것도 아니면서 뭔 상관이라고 전화를 했나. 대개의 기관들은 나에게 자문을 구할 때와 프로그램을 받고 난 후에 달라지는 상황을 한 두번 겪는 일도 아닌데 난 또 자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진정 아이들이 걱정스러웠나, 아니면 나의 허무맹랑한 오지랖이 객기를 부렸는가?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는 스스로 낯을 붉히는 그 때 그 상황을 말이다.







나는 다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OK라고 말한다. 또한 내가 만나는 참여자가 바람직한 활동을 할 수 있을 때만 OK라고 허락한다.

나는 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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