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당황했다 아주 많이....

그 날도 .....


언제나 그러하듯 그 날도 그랬다. 우리가, 아니 내가 하는 일이 ..긴장의 연속이라는 것을 다시 실감하게 해는 일이 일어 났다. 내가 가는 기관에서 진행 되는 프로그램은 대개는 사업비를 지원받아 이루어 진다. 그리고 기관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참여자를 모집하게 된다. 내가 강의를 나가는 날이 임박해서도 참여자가 바뀌기도 하고 더러는 참여자 모집이 되지 않아 폐강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일은 거의 드문 현상이다. 왜냐면 한 명의 참여자라도 있으면 프로그램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 날도, 아니 아마도 한달 전, 두달전에 나에게 강의 의뢰가 왔고 그 의뢰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어 메일로 보냈고 몇 번의 수정이 오고가고....그렇게 강의 날이 다가왔다. 강의가 시작되는 날, 담당자는 준비하기 위해 강의실 사진도 보내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듯했다. 물론 나도 한시간 전에 도착을 한다. 강의실도 체크하고 참여자에 대해서도 약간의 귀동냥(사전지식)을 해야 한다고나 할까 아무튼 정보를 얻기 위해 일찍 도착을 하게 된다.



언제나 그러하듯 첫 회기는 긴장을 하게 된다. 강의실의 동선도 살펴 본다. 동선을 살피는 이유는 출입문을 중심으로 장애인의 동선을 그려 보는 일이다. 강의 중간에 나가고 싶거나, 뛰쳐 나가거나, 늦게 오는 일 등을 알고 미리 계획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내가 어디에 서 있을 지를 체크한다. 내가 서 있는 모습이 참여자가 가장 잘 보여야 하고, 나도 참여자가 잘 보여야 한다. 그 다음은 몇 명의 참여자가 오는지, 누구와 오는지, 연령대는 어떤지를 파악한다. 그리고 담당자가 참여자를 알고 있는지, 그 동안 참여자를 만나 본 적은 있는지, 만나 본적이 있다면 특성은 어떠한지를 조심스레 물어 본다.



그 날의 프로그램은 가족 역량강화 프로그램이다. 보호자 한 분에 장애 자녀 한명, 1가족 2인이 참여한다. 그래서 장애자녀는 몇 살인지, 보호자는 엄마인지 아빠인지 아니면 ....... 조부모일 수도 있으니 누구와 함께 오는지를 알아 보았다. 1인 3가족이 두 팀. 성인 자녀 2팀, 고등학생 자녀 1팀, 초등 자녀 2팀이었다. 강의실 의자에 앉아 계획서를 꺼냈다. 참여자가 입실하기 전 남아 있는 시간에 혼자서 생각하고 그려보는 일을 하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다시 적으면서 머리를 바쁘게 돌려야 했다. 장애자녀의 연령과 보호자에 따라 내가 계획한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리 배치를 구상하고 위험하지 않는 것부터 셋팅을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적어보고 시뮬레이션까지 그려보지만, 내가 하는 일은 아니 우리 친구들과의 진행은 언제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나는 당황했다. 나의 소개를 하고 자녀들의 이름을 알고 기억하고 불러주는 절차를 거치면서 참여자의 특성을 관찰했다. 누구는 언어 소통은 이루어지는 듯 한데 말을 시키면 지 할말만 반복적으로 한다. 그리고 강의실을 엄청 돌아 다닌다. 궁금한 것도 많아 똑같은 질문이 많다. 누나와 엄마가 함께 왔는데..... 누나가 더 재미 있어 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누나는 집에 있어도 될 것 같은데 왜 따라 온 건지?) 한 친구는 너무 조용하다. 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래 이 친구를 보조선생님으로 채용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또 한 친구는 모자를 엄청 눌러 썼다. 까만 옷에 까만 마스크에 까만 모자에 ...."선생님 눈 좀 보여 주세요" 라고 했더니 머리를 살짝 치켜 드는데 안경까지 까만 뿔테다. 착석이 안정적이며 조용하다. 그 다음은....초등학생인데 거의 청개구리이다, 소통은 되는 듯한데 고집이 엄청 세다. 나와 기씨움하자는 듯하였고 나를 쳐다 볼때 눈을 흰자위만 나올 정도로 까집어 뜨는 행동을 했다. 다른 참여자가 어머니와 왔는데 이 참여자만 아버지와 같이 왔다. 그런데 아버지가 아니라 할아버지 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10살 위의 형이 있고 또..... 사연이 복잡했다. 이 친구의 행동은 환경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맘이 쓰인다. 프로그램 진행 중간에 온 세 명의 가족. 초등 자녀는 거의 통제 불능이었다. 담당자들도 어찌 해야 하는지 몰랐고 엄마는 거의 소리만 지르는(?)..... 엄청 ... 많이 지쳐 보였다. 그 옆에 여동생이 앉았는데 엄마 껌딱지였다. 엄마는 딸내미를 챙기기에 정신이 없는 듯했으며 하고 싶어 하는 대로 응해주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다섯가족이 모였다. 가족의 형태도 자녀들의 특성도 다양했다.



가족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 보호자 및 비장애 형제 자매가 장애 자녀, 장애 형재자매를 대하는 첫 날의 모습은 이러했다. "하지 마라, 앉아라, 돌아 다니지 마라, 때리지 마라, 소리 내지 마라, 입 다물어라, 그렇게 눈 뜨지 마라, 던지지 마라, 그만 먹어라, 주물러 거리지 마라, 먹지 마라, " 등 ...전부 ~~마라는 금지어 뿐이었다. 심지어 담당자도 "안돼" 라고 하는 말과 제재를 가하는 행동을 보면서 '왜, ,,,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않는가, 왜 ...안되는 이유를 말해 주지 않는가'를 생각했다. 자녀가 식빵을 보고 입에 가져 가고 망가뜨리는 모습을 보면서, 식탐이 많은 게 아니라 할거리가 없어서 손으로 뭉개고 으깨는 행동을 보이는 게 아닌가? 어머니가 이 행동을 못하게 하니 소리를 지르고 텐트럼이 일어 났다. 그리고 다른 참여자 형을 때렸다. 이 형아 당황하고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잠시 당황하더니 속사포로 쟤가 때렸다고 반복적으로 말을 했다. 때린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다그쳤고 손을 잡아 끌어 형야 미안해 하라고 말하라고 재촉했다. 맞은 형아의 엄마는 동생이니까 한번 만 봐 주자고 하면서 당황한 마음을 잠재우고 있었다. 그렇게 상황이 벌어졌고 당사자들이 빠진 엄마들끼리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아무도 상황에 대해 마음을 읽어 주는 엄마가 없었다.


"00씨, 동생이 때려서 깜짝 놀랐죠?"

"네, 놀라고 무서웠어요."

"00씨가 놀라고 무서웠어요? 그런데 누가 때렸어요?'

"쟤 (손가락질을 하면서). 동생이요."

"동생이 그랬구나."

"동생이 모르고 딱,,, 그래서 용서했어요."

" 00씨가 동생을 용서 했어요? .........많이 놀라고 당황했지만 동생이니까 용서했군요."


"@@이, 때리는 것은 나쁜 거에요."

"....으..이.........(소리만 지른다)"

" @@이. 선생님 눈 봐. 얼굴 보세요."

"(잠깐 눈이 마주치자, 머리를 돌려 버린다.) (소리를 지른다)."

"때리면 안돼. 대답하세요."

"......................"

"때리면 안돼. 대답하세요. 네~ "

".........(마지못해)............ 에~."

"형아 미안해 해요 말하세요."

"(얼굴을 돌린 채) 미안 ~~~해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상황은 이렇게 종료되었다. 형아에게는 느닷없이 얻어 맞고 당황한 마음을 이해해 주고 달래 주어야 한다. 그리고 때린이에게 왜 배려를 해 주어야 하는지, 동생에게 사과를 받는 일을 절차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도록한다, 동생에게는 때리는 것은 안되는 일이라는 것과 자신이 잘못했으면 사과를 하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동생이니까, 몰라서 그랬으니까 무조건 봐주라는 엄마의 말에 순응해야 하고, 엄마 손에 이끌려 때린 당사자가 아닌 엄마가 대신 사과하면서 얼버무려서는 안된다.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중에 아버지와 온 초등이는 환경에 적응이 되었는지 강의실 구석 구석을 누비고 다녔고 다른 참여자를 뚝뚝 치면서 정신을 속 빼 놓았다." 자리에 돌아 와라, 앉아라" 라는 아버지의 말은 듣지도 않았을 뿐만아니라 아버지보다 서열이 높아 보였다.



담당자가 전하기를 같은 연령 대의 장애 자녀를 모집하려고 했는데 잘 안되었다고 했다. 성인과 아동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마이너스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하는지를 진행을 하면서도 고민했다. 가족역량 강화를 위하여 가족끼리 집중이 잘 되는 팀에게? 아니면 자녀로 인해 오늘의 과정도 힘겨워 보이는 가족을 위해? 나 역시도 아주 당황스럽고 생각이 많았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깊은 생각을 금물이다. 일어 나는 상황에 집중해서 해결해 나가리라 생각을 바꾸었다. 일단 집중력 좋고, 엄마와의 상호작용이 좋은, 한마디로 팀웍이 좋은 가족은 일단 해야 할 꺼리를 제공하고 자녀에게 적합한 방법을 알려 주었다. 이 두 팀은 일단 제외, 그 다음은 동생에게 맞은 친구네 가족이다. 이 친구와의 약속 즉 규칙을 정했다. 하고 싶은 말, 궁금한 게 있으면 손을 들고 선생님하고 부르기, 그리고 엄마에게는 자녀가 이야기 할때는 일단 한번은 잘들어 주라고 했다. 두번, 세번 이야기 할 때 "한 번만 이야기 할 것" 이라고 얼굴을 쳐다 보면서 말하고 정확하게 말하도록 했다. 형아를 때린 동생 네 가족은 세 명이다. 이 가족의 서열상 7세 딸이 우선이다. 엄마를 엄청 피곤하게 만든다. 이 엄마에게는 피곤하더라도 결석하지 말고 참석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아마도 다음회기부터 안 나올 것 같았다. 자녀 두명이 엄마를 가만히 두지 않아서 얼굴이 어두웠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부자가 온 가족팀은 아들이 아버지보다 위에 있었고 아버지는 아들의 특성을 모르는 듯했다. 아직은 어리니깐 사랑으로 봐 줄 수 있지만 ..... 아무튼 가정사를 들어 보니 어려움이 많겠지만 체계적인 양육이 우선이 되어야 할 듯했다.



첫 날의 강의를 마무리하고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늦은 시간까지 참여를 하는 가족도 대단하지만 담당자의 수고와 노력도 칭찬할 만했다. 신청한 가족이 참여하도록 독려와 확인 전화를 수시로 해야 하고, 정시에 퇴근도 못하고 신경을 쓰야 하기 때문이다. 참여자의 장애 자녀에 대한 특성과 부모의 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족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족과 자녀의 어떤 부분에 대해 담당자의 도움이 필요한지 말해 주었다. 다음 회기에는 좀 더 탄실한 계획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의, 아니 나의 일이란 계획대로 되지 않겠지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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