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반찬 주까? 단풍잎반찬 주까?

된장독에 박인 깻잎과 콩잎

나뭇잎 반찬 주까?, 단풍잎 반찬 주까?




“엄마, 밥상위에 나무 이파리 같은 거 이거 좀 올리지 마라.”


“아야.. 그거 묵어 봐라. 푹 삭아서 고소한 게 맛있다.”


“이거는 뭐 뻐덩하고 뻣뻣한 게... 그리고 이거는 축 짜부라져서... 쿰쿰한게, 된장 냄새가 싫타 아이가.‘




엄마는 단풍이 곱게 물들 때, 찬바람이 블어오면 저장반찬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계절을 맞이하곤 했다. 산에서나 볼 것 같은 단풍잎과 나뭇잎이 된장을 바르고 버젓하게 밥상위에 올라오거나, 고춧가루를 뒤집어쓰고 오르거나, 시꺼먼 간장물을 끼얹고 올라오는 무언가가 있다. 그 중에서 된장을 처바르고 올라오는 반찬은 그야말로 그 당시의 소녀에게는 너무나 고약한 반찬이었다. 엄마는 그 반찬을 만들기 위해 따고, 다듬고, 씻고, 삭히고, 절이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었다는 것은 내 나이 지긋해진 엄마 나이가 되어 보니 그 수고로움을 알게 되었다. 거리의 나무들이 제각각 오색찬란한 빛깔로 갈아입고 한 잎 두 잎, 거리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나는 왜 밥상위에 오른 나뭇잎이 생각이 났을까.



요즈음 나는 걷기를 하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움직임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30분 걷기로 아파트 주변을 걸었고, 점점 시간을 늘려 1시간으로 5km를 걸었다. 물론 동네 걷기. 그리고 걷기 30일이 되었을 때 백마역 애니골까지 걸었더니 7km로 한 시간 반이 소요되었고 이제는 거의 10 km를 걷고 있다. 집에서 출발하여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아서 집으로 귀가하면 2시간 정도가 소용된다. 올해는 걷기운동으로 가을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가을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고 연신 감탄을 한다. 가을과 친구 삼아 동네 구석구석을 섭렵하면서 혼자만의 힐링을 하고 있다. 걸으면서 듣고 싶은 강의와 책을 듣기도 하고 노래도 듣기도 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걸다가 비를 만나기도 하고 비를 만나면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커피를 마주하고 비오는 밖을 감상하기도 한다. 가을이 이렇게 예쁠 줄이야. 동네 곳곳을 둘러보다가 야채과일 가게가 많이 있는 것도 놀라웠다. 언제나 대형마트에서 장보기를 했었는데, 사실 마트에서는 야채와 과일 값이 장난이 아니지 않나, 두 개 구입 할 것도 한 개만 사게 되고 그것도 모자라 인터넷 장보기로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했는데, 이런 곳에 이런 가게가 있었다니 더구나 오전에 물건이 다 판매가 되고 오후에는 거의 파장 분위기 인 게 더 놀라웠다.




나의 걷기 운동은 아침에 시작했었는데 요즘 날씨가 쌀쌀해져서 오후에 나가고 있다. 호수 공원으로 가는 길에 야채 가게를 슬쩍 들러 보면 다양한 물건이 옹기종기 많이 쌓여 있다. 집으로 갈 때 사가야겠다고 눈도장을 찍어 놓고 부지런히 공원을 돌아서 걷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야채 가게에 들러보지만 눈도장을 찍은 물건을 벌써 다 판매가 되었고 그야말로 구입 목록에도 없는 물품을 건져 오는 일이 있다. 그게 바로 깻잎이다. 마트에서 산다면 도저히 그 가격으로 그 양을 살 수 없는, 그래서 욕심이 사고를 쳤다. 깻잎만 세 묶음을 구입하고 돌아오는 길,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이 깻잎으로 뭘 해 먹을까? 삼겹살 구워 쌈 싸먹기, 오~ 쌈은 울 집 남자들이 귀찮아서 안 싸 먹는데. 그러면 깻잎전, 전을 구우면 잘 먹기야 하겠지만 이 많은 양을 전을 부친다? 깻잎김치, 그러면 풀도 쑤고 양념을 만들어야 하고 한 장 한 장 양념을 쳐 발라야 하는 노동이 더해진다. 쌈. 전, 김치. 그리고 또 뭐 있더라,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는다. 순간 괜히 샀다는 후회와 도로 물리고 싶다는 자책이 엄청 밀려왔다. 장바구니를 어깨에 둘러메고 ‘내가 지금 운동하러 나왔는데 왜 자꾸 장을 보는 거야. 다음에는 장보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지만 내일도 아마 꾸역꾸역 억척스럽게 장을 볼 거라는 예감이 든다. 그렇게 생각이 범벅이 되고 어깨에 둘러맨 장바구니가 엄청 무겁게 느껴 질 때 길에 뒹구는 낙엽을 보자 생각이 났다. 쌈도 전도 김치도 아닌 된장에 박은 깻잎이.



어린 시절, 아니 여고시절. 된장냄새 난다고 나뭇잎은 밥상에 올리지 말라고 엄마에게 짜증을 부렸던 그 반찬이 생각이 났다. 이파리가 뻣뻣해서 입이 다 까진다고 심술을 부렸던 된장에 박은 콩잎과 깻잎이 생각이 났다. 그래, 이 깻잎에 된장을 발라보면 어떨까. 지금은 된장 담은 장독이 없어서 깻잎을 박을 수는 없지만 김치 담그듯 양념 대신 된장 양념을 발라서 먹어 봐야겠다고 집으로 오는 내내 생각에 잠겼다. 폭풍검색을 했다. 된장 바른 깻잎, 된장깻잎, 된장깻잎장아찌. 오~ 있다. 검색에 뜬다. 대부분은 된장에 오랫동안 삭힌 장아찌이다. 그중에 금방 먹을 있는 반찬으로 된장양념 깻잎이 있었다. 오메 반가운 것, 오래 묵힌 것보다는 맛이 덜할 것이지만 그럼에도 흉내라도 내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신선했다.



깻잎 세 묶음을 초벌 씻기를 한 후 식초물에 담가 두었다. 30분 후 다시 흐르는 물에 한 장씩 씻어 주고 물기를 탈탈 털어내고 채반에 담는다. 깻잎의 물기가 더 빠지도록 기다리는 동안에 된장 양념을 만든다. 깻잎의 양을 생각해서 된장을 덜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혹 맛이 없으면 어쩌지 싶었다. 양을 조금 덜어 내고 80장 정도 하기로 했다. 집 된장 크게 3숟가락, 집에서 만든 된장이라 짜지 않다, 다진 마늘 크게 1숟가락, 육수 1과 1/2컵 (육수는 미리 만들어 둔 것이 있었다.) 매실청 1숟가락, 설탕은 1/2숟가락 (고민하다가 넣는다) 이게 준비한 양념이다. 매우 간단하다. 육수가 어려울라나? 육수가 없으면 생수를 넣어도 되고, 매실청이 없으면 안 넣어도 된다. 사실 울 집 된장 맛이 좋다. 시판용 된장으로 하면 어떤 맛이 나련지 모르겠지만 손등에 올린 양념 맛은 아주 좋았다. 양념 그릇에 깻잎을 한 장씩 적시면서 콩알도 올려 주고 그릇에 차곡차곡 담았다. 김치 양념보다 바르기도 수월했다. 깻잎 한 장을 들고 된장 양념에 담갔다가, 그 깻잎 아래에 한 장을 포개고 다시 양념에 퐁당 담그고, 그 아래에 깻잎을 포개고 퐁당. 굳이 깻잎의 앞뒤로 바르지 않아도 이렇게 하면 앞뒤로 양념이 묻는다. 어느 정도 포개지면 그릇에 담고 깻잎을 뒤적이면서 숟가락으로 콩알을 얹어주면 된다. 된장을 바른 깻잎은 금방 숨이 죽었다. 그리고 자작했던 국물이 흥건해졌다. 반찬 그릇의 제일 아래쪽에 있던 깻잎을 한 장 먹어보았다. 깻잎 특유의 향과 된장의 향, 그 맛이 어우러져 맛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 합격은 울 집 세 남자들이 젓가락질이 바빴다는 것으로 오호, 밑반찬으로 합격임을 인증했다. 그 다음 날은 삼겹살을 구워 싸 먹었는데 양파절임, 파절임과도 잘 어울리기도 했고 맛이 깔끔하다는 평이 나왔다. 만들어 금방 먹을 수 있는 된장 깻잎은 오랫동안 숙성 한 장아찌보다는 깊은 맛은 내지 못하지만 양념 준비가 단순하고 만들기도 간단하고 맛이 깔끔하고 개운 했다. 무엇보다도 예스러운 것을 찾는 것을 보니 나의 입맛이 변한 것인지, 나이가 든 것인지, 아마도 나이가 들어 입맛이 예전의 것을 찾는 것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깻잎은 간이 배면 숨이 죽어 부드러워져 먹기에 부담이 없지만, 콩잎은 정말 품이 많이 드는 반찬이다. 나는 깻잎보다 콩잎을 더 싫어했다. 정말 깻잎은 나뭇잎이라면, 콩잎은 누렇게 변한 단풍잎 같았고 뻣뻣하기도 했다. 깻잎보다는 식감도 부드럽지 않다. 이런 단풍잎 같은 콩잎장아찌는 경상도에서만 먹는 듯하다. 지금은 그 가치가 널리 널리 퍼져 전국구가 되었지만, 이 콩잎 장아찌는 진짜 된장에 박아야 제 맛이 나는데.....




먹고 싶다. 엄마가 만든 된장에 박은 콩잎/깻잎 장아찌가.

그립다. 엄마의 밥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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