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그리운 음식이 많아진다.

예스러워지는 입맛 길들이기. 미역국새알수제비

나이가 들면 입맛이 예스러워진다. 미역국새알수제비



날씨가 추워지니 따뜻한 국물이 생각이 났다. 따뜻한 국물.....


가장 손쉬운 것이 미역국을 끓이는 것이다.

미역을 불리고, 물을 맞춰 넣고. 그리고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좀 더 정성을 들인다면 소고기를 볶아서 진한 맛을 더한다.

물론 고기를 좋아하는 입맛을 고려한다면 국거리 소고기를 적극 추천한다. 그래서 비싼 한우국거리를 사다가 미역국을 끓인다. 음....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무 비싼 소고기. 그렇게 소고기 미역국을 한 솥 끓였다.



미역국을 끓일 때면 항시 생각나는. 찹쌀새알 미역국

진하게 끓인 미역국에 찹쌀가루로 반죽을 하고 동그랗게 구슬을 빚어 퐁당퐁당 국에 담가 끓여내는 미역국 찹쌀새알수제비. '언제 먹어 봤더라.' 기억해 내려니 이것도 추억이 되어 버렸다 ㅠㅠ


예전에 특수학급, 복지관 둥둥의 기간에서 장애인의 소근육 대근육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해 가루에 물을 넣고 반죽을 만들고, 치대고 동그랗게 빚는 일련의 작업을 열심히 참으로 열정적으로 했었다. 사실 새알미역국은 경상도에서 주로 해 먹던 음식이라 기관에서 이 활동을 했을 때 참여자는 물론 담당자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거기다가 색깔을 넣은 삼색수제비, 오색수제비를 만들 때면, 참여자의 신체발달은 물론, 인지 학습능력도 함께 향상 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아련한 추억을 베시시 입에 머금고 미역국을 만든 김에 찹쌀 새알을 빚기로 했다. 냉동실을 뒤져 보는데 찹쌀가루가 없다. 떡집에 찹쌀가루 구입 문의를 해 보니 당장은 구입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미리 예약을 해야 된다고.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는 미리 예약해야 살 수 있습니다." 아주 단호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찹쌀을 씻어 물에 불렸다.

통통해진 찹쌀을 믹서기에 넣어 갈았다.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엄청 요란했다. 그야말로 난리도 아녀.

믹서에 돌린 가루를 체에 내리고 다시 믹서에 돌리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했다. 그럼에도 내가 생각했던 고운 가루는 아니었다.

방앗간에서 구입하는 가루는 그야말로 아주고운 가루인데 집에서 간 가루는 뭔가 좀 엉성하다고나 할까.......괜히 기계를 탓하게 된다.


<<<<잠깐. 마트용 찹쌀가루는 비추천. 전, 부꾸미, 풀 쑤기 등은 가능한데 새알을 만들어 보니 질고 식감이 아니었다.



안되면 부꾸미라도 구워먹을 생각으로 익반죽을 했다. 뜨거운 물을 넣고 섞고 치대고..... 손가락에 달라붙는 반죽을 떼 내느라 애먹었다. 아,,,이렇게 실패인가 싶었는데 .... 인내심(?)이 요구되는 과정이었다.

부꾸미를 만들려고 해도 반죽은 해냐 되니....이때 괜히 했다는 후회가 밀려 왔다. 팔도 아프고.


'옛날에, 아주 옛날에는 우찌 집에서 다 빻아서 사용했을꼬? 집집마다 있는 방아로 다 했겠지.'

살기 좋은 세상에 살고 있기는 한데.


어찌 저찌. 시간과 노력은 비례한다는 진리 앞에서 혼자 고군분투한 결과 반죽이 완성 되었다.

예전에 느껴 본 반죽의 질감은 아니었다. 모래를 만진다는 느낌. 아무튼 거칠었다.


'에고...이만큼 만든 것도 어디야.' 스스로를 칭찬해가며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집념(씨잘데기없는.....)



한 시간 넘는 작업 끝에 새알을 빚어 냈다.

처음 믹서에 가루를 만들때는 삼색을 할까, 오색을 할까 고민을 했는데.

아이쿠, 흰색 새알만으로도 작업의 강도가 너무 세서...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 낸 새알이다.


고생을 안할려면 돈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수밖에. 방앗간에서 가루를 구입했다면

이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그랬다면 삼색, 오색 새알을 만들어 냈을지도.

아, 새알미역국 먹을 마음이 싹 없어졌다.








미역국을 엄청 끓였다. 그것도 큰 냄비에다가. 소고기를 넣고.

사실 미역국만 먹어도 좋은데 이 뭔 짓거리인지, (후회한다는 내면의 소리.)



미역국을 작은 뚝배기에 담고 새알을 넣어 폭폭 끓였다. 새알이 익어서 푹 퍼질 때까지 기다린다.

뚝배기가 열을 받아 거품을 물고 올라 올 때면 못 이긴 척 불을 조절하고.

작은 그릇에 담아 후후 입으로 불어 '식어라 식어라 '

진하고 삼삼한 국물로 속을 풀고 '으, 시원하다.'

입천장에 달라 붙는 새알을 살살 달래 꿀컥 삼켜 헛헛한 속을 메꾸면

'새알 한그릇 무그마 속 메꾸어져 추위도 더위도 안타는기라.'

엄마의 젊은 목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라 와온 몸이 훈훈하게 더워진다. 목이 메인다.

땀인지 눈물인지 손이 자꾸 얼굴을 훔친다.



시간이 걸리고, 품이 들고. 그럼에도 꼭 먹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추억이 많다는 것이다. 추억이 새록새록 내 주위를 머물고 있어 한 자락씩 꺼 내 볼 수 있음에 위안을 얻고 힘을 낸다. 2022년 올해도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저물고 있다. 역시 시간은 정직하다는 것. 올해도 잘 살아내자는 자신과의 약속을 한다.




친정엄마 생각나게하는 찹쌀새알미역국

"기운없다, 입맛없다." 는 말이 떨어지자 마자 끓여주신 미역국, 커다란 무를 채썰어 미역과 함께 참기름에 볶는다. 그 고소한 향에 도취되어 깨기도 전에 큰 그릇에 검은 미역 사이로 하얀 구슬이 동동 떠 있는 새알미역국. 더운 여름날에는 땀 많이 흘리니 이거 먹고 골 메우라고 하시고, 추운 겨울에는 추위 타지 말게 뜨끈하게 먹으라 하셨다. 언제부턴가 엄마는 이젠 맛이없다고 하시며 끓여 주시지 않으셨다. 언제부턴가 그 미역국을 내 손으로 끓이기 시작했다. 빨강,노랑. 초록, 하양 등 색깔을 입힌 찹쌀 새알이 탄생하고, 작은 고사리 손으로 아이들과 빚고 끓이고 있었다. "골 메으니라, 추위 안타느니라." 가 아니라, 두 손으로. 눈을 보면서, 힘 조절 해야지 ...어떤 색으로 변했나, 몇 개 만들까, 미역은 어떻게 변했는지 관찰해....난, 내 어머니가 끓여주신 새알미역국을 그들과의 활동에서 새롭게 변회시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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