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수정 2
세상에 있는 모든 것,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냄새부터 맡아요.
밥도, 빵도, 고구마, 감자도, 게살도, 오이도, 마요네즈도, 케첩도, 참기름도, 깨도, 준비된 식재료를 냄새 맡는 일이 루틴이 되어 버렸다. 친구의 행동을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이 아닌게 되었다. "어떤 냄새가 나는지 궁금하구나" 하는 가벼운 생각을 지나 걱정스럽거나 신경에 몹시 거슬리는 행동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마도, 칼도, 후라이팬도, 가위도, 수저와 그릇까지 킁킁거리며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다. 위생장갑도 냄새 맡고 종이타월도 한번 더 맡아보고 반찬통도 냄새 맡는다. 심지어 사람(선생님)의 머리에도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다. 아직까지 내 머리 냄새를 맡거나 목덜미에 손을 대는 일은 없었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친구가 내 앞에 앉아 있다. 모든 사물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는 것은 이 친구의 특성이다. 이런 행동이 수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하기도 하고, 이어지는 어떤 상황을 지연,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작은 방에서 마주 앉아 있는 사이(치료사와 내담자)가 아니였더라면 난 분명 잔소리를 했을 것이다. 치료실에서 나는 그에게 "안돼, 그만, 냄새 맡는 거 아니야 " 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을 중단시키는 일이 서로에게 갈등을 야기하거나, 폭력, 반항 등의 또 다른 행동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아동기를 지난, 청소년이나, 초기 성인이 된 장애인에게는 금지, 부정의 지시가 어느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오랜 기간 동안 습관(집착적 요구)이 되었기에 쉽게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 되었기에 장애인에게 " 안돼, 하지 마"는 치료사의 잔소리가 될 뿐 긍정적 지원이나 행동 수정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냄새 맡기는 감각적 불균형에서 나타난다. 감각이라고 하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말하고, 감각통합이란 감각기관으로 들어 오는 다양한 자극이 머리(뇌)와 조화를 이루어 조직화 되는 과정을 말한다. 오감각이 균형을 이루어 발달하여 통합적으로 감각을 다루어야 한다는데. 그러나 발달장애인은 감각 이상을 보이며 정상적으로 감각을 다루는 게 어렵고 통합의 불균형을 나타난다. 이 친구처럼 모든 물체의 냄새를 먼저 맡는 일은 비정상적인 후각을 지녔기 때문이다. 특히 요리치료를 진행하다보면 미각적으로도 새로운 식재료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체로 그들이 즐겨 먹는 것만 먹고 새로운 것을 거부한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감각이 발달하고 통합되어야 신체조절 능력이 이루어진다. 신체조절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면 환경에 대해 탐색하고 상황에 대해 경험하고 예측하므로 학습의 폭이 넓어져 인지능력이 향상된다. 인지가 발달되면 사회성 즉, 사람과의 관계, 환경과의 관계를 비롯한 다양한 관계형성이 촉진되어 수용, 표현 언어가 발달되는 과정을 무난히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감각발달, 감각통합은 인간 발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장애인과 함께 하는 현장에서는 감각이상을 보이는 아동, 청소년이 많이 만나게 되는데, (특히 자폐성장애) 영유아기부터 감각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튼, 내가 만나는 장애인이 치료실 입실에서부터 시작되는 냄새맡기는 초기성인이 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였다. 그동안 다양한 선생님과치료사를 분명 만났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일한 방식으로 모든 물체에 대한 냄새 맡기에 대한 집착은 부적응 행동이므로 영유아기부터 다른 행동으로 대체시키는 기술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내가 만나는 친구(성인)는 이미 일상생활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40분 치료수업 중에 냄새맡기는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행동이 나타날 때마다 금지어, 부정어를 사용하는 일은 친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가정, 학교, 타 기관에서도 수없이 듣고 있는 잔소리(?)일 텐데 본인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감각의 불균형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나와 만나는 40분 동안 냄새맡기의 집착 행동이 보일 때 다른 기능 영역(강점찾기)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친구의 강점은 반향어와 상황에 어긋나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언어 또는 글을 쓰고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이므로 내가 작성해 간 활동계획서를 읽게 하거나, 요리 만들기를 좋아하므로 1, 2분 정도의 대체 활동이지만 제품의 뒷면에 있는 조리하는 순서를 읽고 의미를 말 할 수 있도록 했다.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는 활동을 제시 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았고 진행 중이다.
※행동특징
※행동기능
※행동중재
1단계 - 냄새를 맡도록 둔다. 나는 친구의 냄새맡기 행동을 보고도 모른척 하는 편이다. 위험한 물건에 코를 박거나, 뜨거운 불에 코를 가까이 댈려고 할 때는 단호하게 "안돼, 뜨거워, 위험해"라고 말한다.
2단계 - 친구가 냄새를 맡기 전에 내가 먼저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보여 준다. 치료사가 이러한 행동을 계속하니까 본인이 냄새 맡기 전에 나에게 물건을 넘겨 주는 행동을 보인다. 나에게 넘겨 주다가 본인이 냄새 맡기 행동을 잊어 버리기도 한다. 아주 간간히.
3단계 - 물건을 하나씩 나누어 가지고 냄새맡기를 한다. 그 다음 물건은 냄새맡기를 하지않고 제자리에 두는 훈련을 한다. 냄새맡기 - 제자리 두기- 냄새맡기 -제자리 두기를 반복한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을 물어 보고 친구의 의견을 따라 준다. 제자리 놓기라고 말하고 자리 놓다가 다시 어 들어 냄새맡기를 하기도 한다.
※행동결과
: 단시간에 행동수정이 되지 않지만, 친구는 냄새 맡기를 하면 안되는 것을 안다."냄새 안 돼요." 라고 말한다.
이 친구는 생활연령이 성인이므로 행동수정을 하기에는 오랜, 생활연령 만큼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와 만나는 시간은 고작 일주일에 40분이라 '도움이 될까' 하는 회의적이다. 분명 이 친구가 만나는 다양한 선생님의 지도 방법이 다를 텐데.....다를텐데, 그리고 혼란스러울텐데.
특수교육에서 말하는 조기발견, 조기교육의 힘은 엄청나다. 아이가 태어나 성장 발달하는 과정을 지켜 보면서 양육자의 세심한 관찰이 이루어지면 유아의 이상 발달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영유아의 연령 별 발달 특징을 체크하고 내 아이의 현재 발달 상황을 글로 기록(육아일기)해 두기를 바란다. 설마 하는 마음이 있다면 병원으로 달려 간다. 아닐 것이라는 마음이 있어도 조기교육을 진행한다. 일찍 시작한다면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그때 할 걸" 하며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괜찮은데 괜히 했네" 라고 말할지라도 일단 해 놓고 후회한다. 고로 양육자는 지치지 말아야 한다.나를 찾아오는 이 친구는 성인이지만 그럼에도 나에게 주어진 40분 동안은 긍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훈련과 노력이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현장에서 경험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며 일반화 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