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수정 3
"아얏. 아..... 아프다. 민아. 선생님 꼬집었어. 아파. 여기 봐봐 ."
민이가 꼬집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순식 간에 벌어진 일이다. 팔이 금세 벌겋게 변한 것이, 살갗이 살짝 벗겨진 것이, 순간 아리고 쓰라려,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통증으로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말, "선생님 꼬집었어 아파" 였다. 내가 만나는 민이는 사람을 보면 꼬집는 버릇이 있다. 버릇? 버릇이라고 하기엔 ..... 습관? 습관이라고 하기엔.... (우리는 이를 문제행동이라 말한다) 아무튼, 누구를 만나면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보다 먼저 손이 나간다. 상대방의 얼굴, 손, 다리 등 손에 잡히는 대로 꼬집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치료실에 마주 보고 앉아 있다가도 내가 자료를 뒤적이고 제시하려는 짧은 시간에도 손등을 꼬집거나, 얼굴에 손이 올라 온다.
민이를 처음 본다면, 대기실에 있는 또래를 만나 꼬집는 행동을 보였다면 반가움의 표시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반가움의 표현이 과도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언어로 표현 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여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민이가 센터에 들어와서 치료실에 입실하기 까지의 행동 패턴을 관찰해 보았다. 관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고작 5 ~60분 정도(센터에 와서 기다리는 시간, 치료실 40분을 합한) 이지만, 어떤 상황일 때 꼬집는 행동이 나타나는지를 살펴 보았다. 민이가 센터에 들어 오면 대기실에는 아동이 두 명, 보호자 또는 활보샘 4명 정도 기다리고 있다. 치료실 시간이 바뀌는 타임이라 치료사가 수업을 마치고 아동을 데리고 나오고 보호자는 상담을 하러 들어 가는 .. 조금, 아니 많이 어수선한 시간이 교차되는 장소이다. 민이가 센터에 들어 오면 보호자들은 민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보호자간에도 인사를 건넨다. 이때 보호자가 민이에게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민이 인사 해봐 인사 안해" 등등의 말로 인사 지도(?)를 한다. 이 말에 따라 민이가 인사를 하는 건 아니다. 그러면 민이의 보호자가 민이를 잡고 억지로(?) 인사를 시킨다. 이때 민이는 민이를 잡은 보호자의 손을 꼬집는다. " 너 또...꼬집었어. 아파, 하지 마, 알았지." 이 말에 다른 보호자가 "민이는 왜 꼬집지, 왜 그래 그러지 마, 하지 마" 라고 타이른다. 그러다가 또래를 만나면, 물론 또래가 민이에게 인사를 건네는 일은 없지만, 또래에게 접근해 얼굴에 손이 올라 간다. 이때를 잘 지켜 봐야지 다른 아이의 얼굴에 상처를 예방할 수 있다. 대기실에 있는 친구는 조용하게 기다리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거나, 뛰거나, 흔드는 친구들이다.
센터에 들어 오는 순간부터 민이는 스트래스를 받는 게 아닐까? 그리고 민이의 꼬집는 행동에 대해 강력하게 제지를 하거나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고 말하는 이가 없다. 그저 늘상 있는 일, 일어 나는 일로 치부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10여분 동안의 대기실의 기다림이 끝나면 치료실로 입장을 한다. 언제나 그러하지만 민이는 치료실 입장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착석도 잘 하는 편이다. 40분 동안 자주 일어 나지만, 일어나 서성 거리는 시간과 착석해야 되는 시간을 조절해 준다면 해야 할 과제는 충분히 수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와 함께 하는 치료실에서는 활동과제를 책상 위에 올려 놓기까지 짧은 기다림도 못 견뎌 할 때도 있다. 그러면 다시 손톱을 세워 나의 손등을 꼬집는 행동이 나타난다. 착석이 지루해 일어 나려고 할때 " 안돼 * 해야 할 시간이야" 라고 지도했을 때 본인의 의지가 꺾인다고 생각이 들면 꼬집는 행동이 나타났다. 집중 시간과 착석의 시간을 조절하기 위해 나의 설명이 길거나 반복되어 민이가 긴장이 되면 행동이 과격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치료실에서는 민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하는대로 두면 이러한 행동은 나타나지 않는다. 40분이 지나 다시 대기실로 나오고, 부모 상담 10분이 이루어지는 동안 꼬집는 행동이 나타났다. 또래의 얼굴을, 보호자의 손등을 꼬집고 상처를 낸다.
민이의 꼬집는 행동이 나타나면 보로자들은 아이를 챙기고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과는 반대로 한마디씩 걱정스런 말을 한다. "민이 또 꼬집는다, 가까이 가지마, 민이 오지마, 이제 그만, 하지마" 등등의 말로.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민이는 입실을 하고 퇴실을 한다. 민이의 꼬집는 행동은 문제 행동이다. 이러한 문제 행동이 나타나면 침착하고 단호하게 간결한 언어로 "안돼, 하지마"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민이의 기분과 감정을 표현 해 주어야 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나와의 시간에 관찰한 민이의 문제 행동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많은 상황에서 꼬집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 대기실에 있는 사람들의 인사나누기, 인사시키기, 꼬집는 행동에 대한 지적 등에 관한 언어적 지시(?)가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이 생긴 건 아닐까? 그리고 또래를 만나 반가움과 친근함의 표현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스킨십이 꼬집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와의 40분, 다른 상황 다른 환경에서의 시간에는 어떤 행동이 나타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른 보호자나 어른이 민이에게 건네는 불편하고 불안을 야기하는 언어는 자제를 해야 하고, 또래를 만나 관계를 맺는 방법은 알려 주어야 한다. 민이가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조절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이가 해서는 안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알려 주어야 하고,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에 대해서는 충분하고 반복적인 설명과 함께 공감하고 격려를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
아동의 문제행동을 바라보는 치료사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작은 공간에서의 40분은 누구에게는 짧지만, 누구에게는 긴 시간이다. 민이와 단둘이 있는 치료실에서 민이가 기립해서 돌아 다니거나 서성일때는 민이가 어느 정도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도록 (?) 지켜 보는 시간이 있다. 민이가 일어 나자 마자 "안돼, 앉아" 하지는 않고 일어나서 무엇을 하는지 지켜 볼 때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민이가 나의 얼굴을 손으로 만지고 꼬집으려고 할 때 민이의 손목을 잡고 "안돼" 하는 강력하고 단호한 말투를 사용하는 상황이 있다. 이런 상황이 자주 일어 날 때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상황을 보호자가 밖에서 지켜 본다면..... 아이가 일어나 서성이면, 지금 뭐하고 있나? 아이는 혼자 일어나 놀고 있고, 치료사는 그냥 보고만 있다는 생각을 하겠네 싶다. 그리고 아이의 손목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동 폭력? 나아가 학대? 까지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고민이 번쩍 스쳐 갔다. 현장에 있는 나의 고민은 ... 다가갈 수도 물러 설 수도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는 안타까운 현실에 우리는 ........아니,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