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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요리치료연구소 Nov 03. 2023

바지에 손을 넣어요

행동수정 10 


바지에 손을 넣고 킁킁 냄새 맡는 행동 


A가 의자에 앉자마자 만류할 틈도 없이 바지에 손을 넣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더니 바지 속에 있던 손을 꺼냈다. 손을 코에 대고 킁킁 냄새 맡는다. 이런 상황에 나는 무슨 말과 행동으로 아이의 행동에 대처해야 하나?

“안 돼, 창피한 행동이야.” A는 바지에 손을 넣는다가 다시 손을 꺼내 그 손을 코에 대고 킁킁 냄새를 맡는 행동을 제지하는 말이다. 나는 결혼을 했고, 살아온 세월도 반백도 넘었다. 서른을 넘은 아들 둘도 키워 봤다. 한마디로 산전수전 공중전으로 볼 것 못 볼 것 다 겪으면서 살아 냈는데 그럼에도 장애인과 함께 수업을 하면서 적응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거나, 바지를 벗는 행위이다. 

장애 아동의 이 행동을 보는 사람은 기겁을 하거나, “ 하지 마!, 안 돼!”라고 꾸중을 된다. 바지에 손을 넣는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우리는 비밀스럽게 또는 드러나게 더 하고 싶은 행동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유아동이나 청소년 또는 성인이 바지에 손을 넣는 행동을 보는 치료사는 대상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이유도 있다.

가끔 혹은 자주 바지 속에 손을 넣는 행동, 바지 겉옷을 손으로 잡고 있거나 조물조물 주무르는 행동, 손을 바지 속에 넣었다가 뺏다가 반복하다가 냄새 맡는 행동 등을 하는  친구가 있다. 이러한 행동으을 보이는 친구에게는  사람이 많은 공간 즉, 공적 영역에서 사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장애인 성교육의 한 부분이다. 장애인의 이러한 행동은 심심하고 지루해서,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 촉각 방어와 자기자극, 관심 끌기, 상황 회피 등 다양한 유발 요인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부적절한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도  장애인의 생활연령에 따라  다르게 관찰된다. 성교육 내용을 모든 아이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프로이트는 고민을 하였다. 비장애인의 성교육과 동일하게 장애인에게도 똑같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장애인의 특성과 수준을 고려해야 해야 한다. 사회적 성숙과 성의 발달은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정상적이며, 장애를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 또한 생물학적 성숙은 대개 생활연령과 일치한다(미국 소아과 학회, 1996) 


바지 안으로 손을 넣는 아동에게 요리활동을 위해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하였더니 바지에 손을 집어넣는 행동이 줄어들었다. 가끔 손을 집어넣으려다가 멈칫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이 비닐장갑을 착용했다는 것을 잊은 모양이다. 아마도 장갑의 촉감이 손의 촉감과 다르기 때문일 거라는 나의 추측이다. 이 친구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치료실 현관에 들어오면서 보호자의 “인사해야지”라는 성화(?)에 못 이겨 인사를 한다. 물론 몸을 돌리고 눈을 맞추거나 바라보면서 하는 행동은 아니고 습관처럼 행해지는 의식 수준이다. 행동주의의 파블로프와 스키너의 조건화를 보는 듯하다. 습관처럼 신발을 벗고 실내화를 신어야 되는 순간에도 보호자는 자녀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신발 벗어. 슬리퍼 신어, 신발 신발장에 넣어야지. 신생님께 인사했어? 인사해야지.”계속 지시를 내리고 있다. 자녀가 행동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고 기다림이 없음이 관찰되었다.



작은 공간의 치료실에 입실해서 자리에 앉으면서 나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 바지에 손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손을 넣고 빼서 냄새 맡기를 반복하는 행동이 이어졌다. 나는 나의 손을 책상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 주이, 손 책상 위에 올려요.” 아동의 손이 바지 속에서 나와 냄새를 맡으면서 책상 왜에 가지런히 올려졌다. 손을 마주 잡기 전에 물티슈를 뽑아 손을 닦게 하였다. 우리는 두 손을 마주 잡고 “손을 바지에 넣으면” “안. 되. 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바지에 손을 넣으면” “안. 되. 요.” 내가 선창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하는 아동이다. 바지에 손을 넣지 말라, 냄새를 왜 맡나, 사람 많은 대세 바지에 손을 넣으면 부끄러운 짓이니 하지 말라는 긴 설명을 하지 않는다. 중요한 단어만 나열해도 안 되는 것을 아는 아동이지만, 타인의 감정을 알고 공감하는 일이 어렵고 자신의 행동을 조절할 수 없다. 그래서 금방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다시 바지 속으로 손을 넣고 냄새를 맡는 행동이 이어지는 이유이다. 


나는 아동에게 설명할 때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의 행동에 하지 마라, 안 된다는 단어보다는 해야 하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지도한다. “바지에 손을 넣으면 창피한 일이야. 바지에 손을 넣으면 다시 손을 닦아야 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이어지는 결과를 설명해 주는 편이다. 아동이 행동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를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는‘하지 마라, 안 된다“ 아동의 부정적인 행동에 강화를 더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 스스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아동의 긍정적인 행동에는 ”그렇게 했구나. 오른쪽으로 돌려서 빼는 것을 알았네. “섬세하고 구체적인 칭찬을 하는가? 우리는 아동의 긍정적인 행동에는 ”잘 했어“라는 짧은 말만 남긴다. 바지에 손을 넣은 아이에게 하지 마라, 안 된다보다는 바지에 손을 넣을 여유로움을 만들어 주지 않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아동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스스로 흥미로운 과제를 찾아 활동할 수 없으며. 심심해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행동기능 : 심심하고 지루해서,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 촉각 방어와 자기자극, 관심 끌기, 과제(상황) 회피.  ※행동중재 : 하지 마. 안 돼보다는, 이 행동이 안 되는 이유와 바람직한 행동을 설명한다. 고무 바지보다 허리 사이즈가 맞는 지퍼 달린 바지, 벨트 착용 바지를 권장한다. ※행동결과 : 바지 속에 넣으려다 눈치를 보고 흠칫 놀라면서 넣지 않으면 칭찬과 격려(강화제 사용)를 한다. "안된다. 하지마라. 혼난다" 부정적인 말과 지시 속에 똑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게 아닌데 우리는, 아니 나는 부적절한 표현을 말하고 있지는 아닌가? 다양한 특성을 지닌 친구들이 나를 만나는 시간은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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