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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먹어요

행동수정 28

장애아동이 또래와 어울릴 수 있고 사회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그 중에서 유아동기에 올바른 식습관과 식사예절을 가르쳐야 한다. 그들에게 식사예절의 기본인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방법을 지도한다. 장애아동이 숟가락을 잡는 모습을 살펴보면, 손 등이 위로 보이도록 잡는 모습 또는 손바닥이 위로 보이면서 숟가락을 잡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숟가락을 잡고 음식을 떠는 모습은 대개 엄지손가락이 위로 보이며 숟가락 채가 두 번째, 세 번째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엄지로 고정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장애아동의 숟가락질은 손가락 하나하나에 힘을 주고 조절하는 방법으로 수행하지 않는다. 우리도 그들의 방법으로 숟가락을 잡아보자. 손가락 다섯 개가 똑 같이 힘을 주고 조절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손가락마다 조절을 다르게 하는 것보다 한꺼번에 같이 움직이고 조절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아동에게 올바른 숟가락과 젓가락질을 가르쳐 보려고 애써 보았지만, 가끔씩 만나는 나로서는 그들에게 꾸준하게 연습하고 실행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장애아동이 보여 주는 가장 쉬운 행동은 음식이 나왔을 때, 특히 좋아하는 게 나왔을 때는 설명하고 가르쳐 줄 여유도 없이 어찌나 행동이 빠른지 잽싸게 손으로 잡고 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숟가락 사용해야지.”라는 설명을 하기 전에 이들의 행동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들은 숟가락을 잡은 손과 다른 손의 협응이 부적절하게 자주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한 손에는 숟가락이나 포크를 잡고 있지만, 다른 손으로 음식을 낚아채는 것을 말한다.



맨 손으로 음식물을 잡는 행동은 숟가락 사용에 어려움이 있거나, 선호하는 식재료가 나와서 음식을 빨리 먹겠다는 마음이 앞질렀거나,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음식으로 장난을 하거나, 혹은 먹기 싫어서 버리려고 던지려고 하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있다면 음식이 담긴 접시를 바로 참여자 앞에 차려 주는 것보다 치료사가 접시를 잡고 있으면서 충분한 설명을 먼저 시도한다. 물론 참여자가 치료사의 설명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이해를 하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열심히 반복해서 설명을 해야 한다. 언어적인 이해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처리하는 게 우선시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숟가락을 잡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두 가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나는 숟가락의 긴 자루를 손등이 위로 보이도록 잡는 모습과 손바닥이 위로 보이도록 잡는 모습이다. 아마도 힘을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숟가락질을 해 보자. 손등, 손바닥이 보이게 숟가락을 잡아 밥을 먹어 보자. 어떠한가? 이 둘의 방법은 힘의 세기. 힘의 쓰임, 힘의 조절이 다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손 등이 보이도록 잡는 경우는 손 전체에 한꺼번에 힘이 모이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잡는 숟가락질에는 손가락 다섯 개가 제각각 역할을 해야 하고 손목 뿐 아니라 팔 전체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친구들의 숟가락질이 바르지 못한 이유는 숟가락을 쥐는 손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손가락마다 쓰임을 적절하게 발휘하지 못해서 손가락 근육의 발달이 세분화 되지 않아서 일까? 아무든 숟가락질을 올바르게 하지 못하기에 손을 사용하는 것이 쉽고, 편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고착되어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떻게 지도해야 손보다 도구를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수저를 먼저 앞에 둔다. → 어떤 음식이 나올 것이라는 충분한 설명을 한다. → 먹는 방법을 반복적, 간결하게 설명한다. → 참여자의 이해 반응을 체크한다. → 음식이 담긴 접시를 올린다. → 도구 사용을 권장한다. → 시범을 보인다. → 수행한 후 칭찬한다.

참여자의 수저 사용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관찰하는 일이 먼저이다. 장애아동이 또래와의 통합교육을 지향한다면 식사시간에 손이 먼저 음식에 가는 일은 없게 지도해야 할 것이다.


장애아동이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구와 도구가 있다.

①특수 디자인된 숟가락과 포크: 그립이 넓거나 손잡이가 커서 사용하기 쉬운 숟가락과 포크가 있다. 이러한 도구는 아동이 손에 쥐기 쉽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②안정적인 접시와 그릇: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에 고정된 접시나 그릇을 사용하면 아동이 도구를 사용할 때 음식이 쉽게 흘러내리지 않는다.

③스푼 및 포크 홀더: 도구를 고정해주는 홀더를 사용하면 아동이 도구를 더 쉽게 쥘 수 있도록 한다.

④흡착식 도구: 바닥에 부착할 수 있는 흡착식 도구는 아동이 도구를 사용할 때 안정감을 제공한다.

⑤음식 분리기: 음식을 한 곳에 모아두는 도구로, 아동이 도구를 사용하여 쉽게 음식을 집어 먹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⑥일회용 또는 재사용 가능한 식사용 장갑: 장갑은 손을 깨끗하게 유지하면서도 도구를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제품은 아동이 손대신 도구를 사용하여 음식을 먹는 데 도움을 준다. 필요에 따라 적절한 도구를 선택하여 사용해 본다.



단계별 지도 방법


1단계: 탐색 및 친밀감 형성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손으로 음식을 만지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것이 목표이다. 먹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 없이 오감을 통해 음식을 탐색한다.

목표: 음식 재료에 대한 거부감 감소, 손으로 만지는 촉각 경험 증진.

식재료 오감 놀이: 다양한 질감과 온도의 식재료(예: 부드러운 바나나, 미끄러운 두부, 바삭한 쌀 튀밥, 끈적이는 반죽 등)를 테이블에 펼쳐놓고 손으로 자유롭게 만지고, 냄새 맡고, 모양을 관찰한다.

으깨기/찢기 활동: 삶은 감자, 바나나, 두부 등을 손으로 으깨거나, 상추, 김, 빵 등을 손으로 찢는다.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질감과 변화를 언어로 표현해 준다.

식용 반죽 놀이: 밀가루나 쌀가루로 만든 식용 반죽을 사용하여 주무르기, 굴리기, 누르기, 뜯기 등 다양한 손동작을 유도하며 놀이로 접근한다.

치료사의 역할: 아동이 재료를 만지는 것을 격려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부드럽네", "끈적끈적하네", "시원하다" 등 감각을 표현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아동의 감각 인식을 돕는다. 아동이 재료를 만지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면, 강요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접근한다. (예: 손등에 살짝 대보기, 장갑 끼고 만져보기 등)


2단계: 손-입 연결 유도

손으로 만진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을 유도하는 단계이다. 쉽고 성공적인 경험을 통해 긍정적인 연결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 손으로 잡은 음식을 스스로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 유도, 자기 주도적 식사 시작.

활동 예시: 핑거 푸드 만들기 및 시식: 아동이 손으로 쉽게 집을 수 있는 크기와 형태의 음식을 함께 만듭니다. (예: 작게 자른 과일 조각, 삶은 채소 스틱, 치즈 큐브, 미니 주먹밥 등) 모방 학습: 치료사가 먼저 손으로 음식을 집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동의 모방을 유도합니다. 손-손 유도 (Hand-over-Hand): 아동이 음식을 잡았을 때, 치료사가 아동의 손을 부드럽게 잡고 입으로 가져가는 동작을 함께 해줍니다. 점차 치료사의 도움을 줄여나갑니다. 선택의 기회 제공: 여러 종류의 핑거 푸드를 제시하고 아동이 직접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게 하여 자율성을 증진시킵니다.

치료사의 역할: 아동이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는 작은 시도에도 즉각적으로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냠냠 먹어볼까?", "우와, 스스로 먹네!", "맛있지?" 등 긍정적인 언어로 피드백을 제공합니다. 음식을 강요하지 않으며, 아동의 속도에 맞춰 진행합니다.


3단계: 자율적 손 식사 및 기술 정교화

아동이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에 익숙해지고 나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통해 손의 조작 능력을 더욱 정교하게 발달시키는 단계입니다.

목표: 다양한 질감과 형태의 음식을 손으로 조작하여 먹기, 손가락의 미세 운동 능력 및 협응력 향상.

미니 김밥/또띠아 샌드위치 만들기: 밥을 손으로 뭉치거나, 속 재료를 손으로 올려 또띠아를 접는 등 좀 더 복잡한 손 조작이 필요한 요리를 한다.

과일 꼬치 만들기: 작게 자른 과일을 손으로 잡고 꼬치에 끼우는 활동을 통해 양손 협응과 정교한 집기 능력을 향상시킨다.

다양한 질감의 음식 제공: 끈적이는 떡, 미끄러운 묵, 부서지기 쉬운 쿠키 등 다양한 질감의 음식을 손으로 먹어보게 하여 손가락의 감각과 조절 능력을 발달시킨다.

치료사의 역할: 아동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다려주고,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한의 도움을 준다. 다양한 손동작(집기, 쥐기, 뜯기, 굴리기 등)을 유도하고, 아동이 잘 수행했을 때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식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지저분함에 대해 관대하게 대처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갖는다.


4단계: 도구 사용 선택적 유도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에 충분히 익숙해지고 기술이 발달한 후, 필요에 따라 숟가락이나 포크와 같은 식사 도구 사용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단계이다.

목표: 손 식사 기술을 바탕으로 도구 사용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형성 및 점진적인 도구 사용 유도.

도구와 손 병행 사용: 숟가락과 포크를 식탁에 함께 놓아두고, 아동이 원할 때 자유롭게 사용한다. (예: 밥은 손으로 먹고, 국은 숟가락으로 떠먹기)

부분적인 도구 사용: 특정 음식(예: 떠먹는 요거트, 푸딩)에는 숟가락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다른 음식은 손으로 먹게 한다.

도구 사용 시범: 치료사가 도구를 사용하여 음식을 먹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아동의 흥미를 유발한다.

치료사의 역할: 도구 사용을 강요하지 않고, 아동이 도구를 사용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한다. 도구 사용에 대한 성공적인 시도에 대해 칭찬하고, 실패하더라도 괜찮다고 안심시킨다. 도구 사용이 어렵다면 다시 손으로 먹는 활동으로 돌아가 손의 조작 능력을 더 향상시킨 후 재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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