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엄마와 목욕탕에 가면, 제일 마지막에 머리를 헹굴 때,
엄마는 항상 당신 머리에만 린스를 바르시곤, 내 머리에는 발라주지 않았다.
다만 대야에 물을 받아 머리를 헹구시고는,
나더러 거기다 머리를 담궈 한번 헹궈내고 샤워기로 다시 씻으라고 하셨다.
늘 나는 그게 의문이고 불만이었다.
"나도 머리에 린스하고 싶은데.." 라는 내 요구에 엄마는
"이렇게만 해도 돼. 머릿결이 충분히 좋지. 린스 많이 해봐야 안좋아." 라고 하셨는데,
언제나 나는 그걸 엄마가 좋은 걸 하고 남는 걸 날 준다고,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샤워하다 문득 그 장면이 떠오르면서 왈칵 가슴이 아려왔다....
큰 아이를 가졌을 때, 나의 예민해진 성정이 혹시나 아들과 관련이 있을까 걱정돼, 이렇게 중얼거렸던 게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축복아, 엄마가 나쁜 거 할게, 니가 다 좋은 거 해! 엄마가 나쁜거 다 할게."
우리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는 걸,
나는 서른 여덟해 만에 깨닫는다.
엄마, 고마워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를 만난 나는 정말 행운아에요.
그걸 너무 늦게 알아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