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34화

마지막 서면

by 첩극

변호사가 보내 준 아내의 서면을 열었다. 또 어떤 거짓말로 범벅이 되어 있을까. 파일이 열리는 짧은 찰나에도 가슴이 답답해진 것이 느껴진다.


우선 재산 분할에 대해서는 아내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 본인이 최소 70%, 내가 최대 30%가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혼인 파탄에 대해서는 내가 얼마나 나쁜 남편인지에 대해 쓰여 있었다. 시가와 위스키 등의 취미로 가사와 육아를 소홀히 했고, 그것에 부부 생활비를 많이 썼다는 이야기였다. 아내가 제출한 사진에는 시가들과 위스키가 있었다. 이걸 찍기 위해 집에 왔었구나.


또한 23년 초에 부부상담을 했는데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상담절차를 중단했다고 하며 부부상담 확인서를 증거로 첨부했다.


당시 부부상담은 총 5회였다. 처음엔 둘이 2회, 그 후 각각 1회, 마지막으로 같이 1회 하는 상담코스였고 당연히 나는 모든 상담에 참여했다.


그런데 이걸 증거로 내민다고?

아내가 제출한 상담확인서는 4회만 표기 되어있었다.


바로 상담소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본인이 상담한 것만 발급된다고 했다. 따라서 각1회가 있기에 4회만 나오는 것이 맞다. 하지만 아내가 제출한 서면에 따르면 판사가 아내의 주장처럼 받아들일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바로 발급 요청을 했고 다음 서면에 증거로 제출했다.


아내는 이번엔 아이의 진료 기록도 첨부했다. 그동안 아이가 겪었던 감기와 습진, 가려움, 정기검진 등에 대한 기록이 있었지만 후에 받은 판결문에 이것이 가죽공예로 인한 것이라고 참작되진 않았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나에겐 의처증이 있었고 통제해왔으며 피고의 외도라는 거짓된 주장으로 이혼 소송으로 제기했다는 내용이다.


어떻게 본인이 자백한 내용에 대한 녹취록과 둘이 함께 팔짱 끼고 숙박업소로 들어가는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음에도 거짓을 계속 주장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서면 내용에는 ‘백 번 양보하여 피고들의 관계가 법률적으로 부정행위라고 평가된다 하더라도,


①피고들이 성관계를 하였다거나 오랜 기간 관계를 이어오지 아니한 점,

② 피고들은 현재 이 사건과 관련되어 본 소송대리인을 통한 것을 제외하면 일절 교류하고 있지 아니한 점,

③ 원고와 피고 의 혼인관계 파탄은 원고의 의처증, 원고가 취미생활에 집착하여 가사에 소홀하였던 사정 등이 원인이 되었던 점 등을 고려한다면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과도하므로 기각되거나 감액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라고 써있었다.


또한 양육권에 대해서는 아이가 아직 어리고 어머니의 손길이 필요한 점, 본인과 유대관계가 깊은 점과 함께 내가 지난 서면에 제출했듯 아이와 본인, 처갓집 식구들과의 사진을 첨부해서 냈다.


내가 생활비를 사용하며 성형 수술을 하는 등 가정경제를 고려하지 않다고 썼는데 실제로 수술을 받은 것은 맞지만 아파서 병원에 간 것이고 스무살 때 받은 의료 수술의 후유증으로 인한 수술이었기에 실손보험 환급을 받았다.


아무래도 아내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되든 말든 제출한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하단에는 내 여권에 찍힌 해외 입국 도장들이 있는 사진 몇 장이 첨부 되어있었다. 이것도 집에 들어온 이유였을 것이다.


아내가 제출한 사진에는 일본 2회, 필리핀 1회, 몽골 1회 입국기록이 있었는데 당황스러웠다. 모두 아이와 간 것이다. 어떻게 이걸 내가 육아를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주장할 수가 있지?


마지막으로 재산 분할에 대한 표가 적혀 있었다. 이건 수치적으로 나오는 것이기에 공동 재산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내 것과 다르지 않았다.


파일을 닫고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걸 제출하면서 아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기억하는 결혼생활과 아내가 말하는 결혼생활의 간극은 너무 컸다.


어쨌든 아내는 또 이렇게 주장했고 나는 반박을 해야 한다.


부부상담확인서는 차주 초에 발급해서 보내준다고 했으니 됐고..

여행에 대해서는 아내가 아이 여권을 가지고 있으니 아이와 내 이름이 있는 항공권 발급 내역을 출력하여 변호사에게 보냈다. 그리고 의료 목적의 수술이었다는 진단서, 수술확인서와 함께 실손 환급 받은 증빙도 첨부했다.


재산은 어차피 법원에서 계산해서 분할할 것이라 아내의 주장이 부당하고 내가 그동안 생활비로 보낸 내역과 매번 아내에게 공유한 생활비 송금 파일을 보냈다.


월급, 보너스, 가죽공예품 판매 수익과 대출상환과 용돈 등을 제외한 잔여금액을 언제 얼마씩 보냈다는 매달 기록하고 공유하는 파일인데 결혼한 그 달부터 정리를 해왔기에 그대로 보내면 되었다.


이 부분을 보내면서 개인용돈이 40만원이고 생활비로 시가나 위스키 구입 등의 사치생활을 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름을 기입했다.


어차피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육권이었다.


아내가 12월에 갑자기 아이를 데리고 공동재산을 들고 집을 나간 점을 강조했다. 사건본인(아들)에 대해서도 배려 없는 일방적인 분리였으며 양육자를 지정하는데 중요한 판단자료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는 문구를 변호사가 덧붙였다.


이 증거들을 제출하기위해 과거로 몇 번 다녀와야 했다. 사진첩을 열고 위로 올리면서 행복한 아이의 얼굴이 계속 나왔다. 잘못한 것은 어른인데 왜 고통은 아이가 받게 되는 걸까.


4차 재판일은 1월 어느 수요일이었다.


사실상 마지막 재판일 가능성이 높았기에 꼭 출석하고 싶었는데 1월에 해외 전시회 출장 스케줄이 잡혔다. 우리 회사가 부스를 내는 것이고 내가 담당하는 지역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인지라 회사 차원에서도 서포트로 나를 비롯해 총 5인이 참여했다.


문제는 출국일이 재판 이틀 전이었고 나는 또 회사에 양해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상사분들이 이해해 주셔서 나만 재판 다음날 오전에 출국하는 것으로 항공권을 변경하였다.




재판일 당일.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법원 로비에서 변호사를 만났다. 이번이 제발 마지막 재판이길 바라며 재판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 상대측 변호사는 같은 사람이 나왔다.


지난번과 달리 재판이 밀렸는지 한참을 기다렸다. 예정된 재판 시작 시간에서 1시간이나 밀린 상태였다. 초조하다. 또 이곳에 올 일이 없으면 좋으련만.


“사건번호 2023드단 XXXXXX 들어오세요.”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재판장의 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