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외도. 그래서 나는 법정에 섰습니다.]-37화

[아이의 생일, 가족의 끝]

by 첩극


[선고]


원고와 피고는 이혼한다.

위자료로 피고1은(아내) 원고에게 2,500만원을 지급하라.

피고 2는(상간남) 피고 1과 공동하여 위 위자료 중 2,000만원을 지급하라.


재산분할로 원고는 피고1로부터 별지1 기재 부동산 중 1/2 지분 소유권 이전등기 절차를 받음과 동시에 피고 1에게 N억 N천만원을 지급하고 별지2의 자동차 중 1/2 지분의 소유권 이전 절차를 이행하라.

피고1은 원고로부터 N억 N천만원을 지급받고 별지1의 부동산 소유권 이전 절차를 이행하라.


사건 본인의 친권자 양육자로 피고를 지정한다.

원고는 피고에게 사건 본인에 대한 양육비로 2025년 2월부터 매월 말일에 90만원을 지급하라.

원고는 별지상 기재와 같이 사건 본인을 면접 교섭할 수 있다.


소송 비용 중 원고와 피고2 사이 부분은 피고2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1 사이 부분은 각자 부담한다.

2항과 6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오늘 선고 내용입니다. 위자료는 2,500만원으로 인정되었고, 재산 분할은 우리가 계산한 것보다 N천만원 더 지급하라고 나왔고 아쉽게도 양육권은 피고에게 인정되었습니다. 판결문은 내일이나 모레 정도면 나올 테니 바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변호사가 보낸 메시지를 한참을 반복해서 읽었다.

재산 분할은 하나도 아쉽지가 않다.

양육권이 결국 아내에게 갔구나.

법적으로 나는 아들과 같이 살 수 없게 되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최근까지의 모습이 짧은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사무실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밖으로 나갔다.


법원은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정리했다. 문장 몇 줄로.

그 문장을 읽는 데 30초가 걸렸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잘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혼 사유는 피고1의 외도이다 이런 문구는 없나요? 그걸 공식적으로 문서화하기 위해서 소송을 한 거라서요. 아니면 실제 판결문에는 나오는지요.]


[제가 보내 드린 것은 오늘 선고한 내용의 결론입니다. 실제 판결문이 나오면 거기에 이혼 사유가 적혀 있습니다.

피고가 원고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이 나왔다는 것은, 피고의 외도사실이 인정되었다는 뜻입니다. 관련 내용이 판결문에 적혀 있을 겁니다.]


[다행이네요. 알겠습니다. 이후 제가 진행해야 할 절차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항소기간은 각각 판결문 받은 날로부터 2주입니다. 오늘이 기준이 아니고 각 변호사가 판결문을 송달 받은 날이 기준이 됩니다. 이후 판결문 도착하면 바로 보내 드리고 추후 진행해야 할 것들 설명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양쪽 모두 항소를 하지 않을 경우 판결이 확정되고 위에서 재산분할 이행하라는 금액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니 대출 등 돈을 마련할 방법을 미리 알아보시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판결문 오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선고가 되었으니 아내도 본인 변호사에게 결과를 들었을 것이다.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것으로 본인의 부정행위가 인정되었는데 어떤 마음일까.

일말의 죄책감은 있을까 아니면 이 상황이 그저 짜증이 날까.


변호사에게 받은 결과를 부모님께 공유하고 설명 드렸다.

맏아들로서 부모님께 화목한 결혼생활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리고 어릴 때부터 결혼 생각이 없다던 어린 동생에게 형이 잘 살고 있는 모습으로 든든함과 향후 동생도 좋은 여자와 결혼하길 바랐는데 모든 게 미안하다.


전부 다 내가 엎어버린 것 같아 죄책감이 몰려온다.


지잉-

아내에게 메시지가 왔다.


[애가 고깃집 가고 싶다던데.]

[알겠어.]

[그리고 태권도장에서 픽업해줘. 난 여섯시 반까지 식당으로 갈게]

[알았어.]


이게 무슨 오늘 이혼 선고를 받은 자들의 메시지일까.

부부로서의 관계는 끝나지만 아이의 부모로서의 관계는 이어져야 하기에 무 자르듯 갈라지진 못할 것이다.




퇴근시간이 다가와 노트북을 닫고 짐을 챙겼다.

바로 출발하면 태권도장이 끝날 때 쯤 도착할 것 같다.

오늘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의 얼굴을 봤을 때 혹시라도 내가 어두운 표정이거나,

아내와 이혼 결과에 대해 어쩌다 이야기라도 나와 논쟁을 하게 되면 아이가 보낼 온전한 가족으로서의 마지막 생일에 안 좋은 기억이 될 수 있으니 최대한 조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빠~!”


유리문 너머로 나를 발견한 아들이 손을 흔들었다.

태권도 수업은 거의 막바지였고 나처럼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생일 축하해!”

“어머 오늘 생일이야? 오늘 맛있는 거 먹으러 가니? 아줌마도 축하해.”


아들과 유치원 같은 반, 그리고 같은 수업을 듣는 아이가 태권도장에서 나오며 아들에게 축하인사를 건넸고 아이의 어머님도 축하해 주셨다.

아내와 종종 술을 마시는 이 분에게, 아내는 이혼함을 밝힐 것일까.


“엄마는?”

“엄마 퇴근하고 식당으로 바로 온대. 우리 먼저 가서 기다릴까?”

“응 가는 길에 놀이터에서 놀고 갈래.”

“그래, 30분 정도 놀다 가자.”

“목마 태워줘.”


1층에서 아들을 목에 올리고 놀이터까지 걸어가며 이야기를 했다.


“이제 많이 무거워져서 초등학교 들어가면 아빠가 목마를 못해줄 수도 있겠는데?”

“아냐 할 수 있어.”

“하하하.”


아이의 당찬 목소리에 실소가 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아이는 목마타는 것을 참 좋아했다.

언제 까지고 아이가 뭔가를 하고자 할 때 육체적이든 금전적이든 해줄 수 있는 아빠이고 싶다.


“알겠어 아빠가 해줄 수 있을 때까지 해 줄게. 근데 나중에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면 힘이 없을 텐데 그 땐 어떡하지?”

“그 때는 내가 해 줄게.”


어깨에 얹어진 아이의 허벅지를 몇 번 쓰다듬고 내려줬다.


“자 도착. 이제 뭐할까?”



그렇게 아이와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 아내가 퇴근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대충 20분쯤 걸리니 조금 더 놀고 아이와 식당으로 이동했다.


“엄마는?”

“출발했대.”

“그럼 지하철 가서 기다리자.”

“추운데 그냥 식당 가서 기다릴까?”

“아냐 엄마도 우리 빨리 보면 좋아할 거야.”


반은 맞고 반은 틀리겠지만 아이가 원하니 그러기로 했다.

지하철역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 아내가 나오는 출구 앞에서 아이와 가위바위보를 하며 기다렸다.


곧 아내가 올라왔고 아이는 달려가서 엄마에게 안겼다.

아이는 한 손으로는 아내 손을 잡고 반대 손으로는 내 손을 잡은 뒤 우리는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이는 우리의 손을 잡고 점프를 하면서 “난다~!”라며 재롱을 피웠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우리는 화목해 보이는 온전한 가족일 것이다.

아마 이렇게 셋이 다닐 일은 이제 없겠지.


오늘은 아이의 생일이자 우리 셋이 마지막으로 가족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