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쿨베어 Jul 11. 2024

브라질 03

미술관, 노점 그리고 불안전한 치안 

Museu de arte de Sao Paulo 


  미술관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은 각 나라마다 의자의 위치나 모양이 달라서 이색적이다. 그런데 지하철이 출발하는 순간 깜짝 놀랐다. 뭐 이렇게 과격해.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자빠질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고, 쾌적함이란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만 느낄 수 있는 특권 같았다. 근육질에 등치 좋은 흑인 남자들도 손잡이를 꽉 잡지 않으면 쓰러질 거 같았다. 이후로도 이렇게 과격한 지하철은 타 본 적이 없다.





  뜨레아농 Trianon-Masp 역에 있는 상파울루 미술관 Museu de arte de Sao Paulo에 갔다. 비즈니스 거리로 유명한 빠울리스따 대로 Av. Paulista에 있는 이 건물은 외관도 멋지다. 대도시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물론 이 거리도 멋지다. 그러고 보니 찾아가야 할 건물의 반대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구나. 이후로도 종종 반대로 찾아가곤 했다.


상파울로 미술관 Museu de arte de Sao Paulo


  중세 이후의 회화들이 세계대전을 피해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규모도 꽤 크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여 외관 사진만 찍을 수 있었다. 이렇게 혼자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술관에 오니 대학교 3학년 여름 방학 때 배낭 메고 갔던 유럽 여행이 생각이 난다. 그때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갔다가 큰 규모와 시설에 놀래 나자빠졌었는데. 일요일에는 건물 아래에서 골동품 시장이 열리는데 마침 일요일이라 구경하러 내려갔다. 눈에 띄는 것은 색깔이 예쁜 전화기와 빈티지한 카메라, 축음기. 사고 싶은 것들이었지만 사서 배낭에 넣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배낭 무게 때문에 작은 기념품 외엔 살 수 없었다.







리베르다지_Liberdade 야끼소바


  책자 속에 소개된 동양인 거리가 있는 리베르다지 Liberdade 역에 갔다. 동양인 거리라기 보단 일본인 거리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일본 슈퍼마켓, 식당이 많았다. 현지인들은 길에 서서 야끼소바를 먹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 어디 앉을 데도 없어서 먹을까 말까를 망설였다. 일본 음식은 뭘 먹어도 자극적이지 않고 다 잘 맞아서 

왠지 여기서 파는 야끼소바도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은박 접시에 담아 주는데 양이 정말 많아 남길 줄 알았는데 이거 꽤 맛있다. 비 때문에 걷기엔 무리가 있어서 라테 한 잔 하러 카페에 갔다. 혼자 다니다 보니 딱히 대화 상대가 없어 적적할 때가 있는데 비까지 내리면 돌아다닐 수가 없어서 카페에서 멍 때리기로 시간을 때워보기로 했다. 책이든 노트북이든 아무거 나라도 들고 올 걸 그랬다. 






OJO


  밖은 비가 오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고,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다. 민박집주인이 근처에 무슨 마켓 같은 게 있다고 해서 가보라고 했는데, 어디더라... 골목골목을 내려갔다. 스산한 느낌이 드는 골목에서 발견한 사람이라고는 노숙자들이 보였다. 왠지 동양인인 내가 강도의 표적이 될 거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공포는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꼈던 기분이었다. 동네 주민이 있어서 마켓이 어딨 냐고 물어봤더니 나에게 계속 조심하라고만 한다. 결국은 너무 무서워 마켓까지 걸어갈 수가 없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스산한 분위기의 텅 빈 거리


민박집주인은 백화점 카페에 있는 커피도 맛있다고 했었다.  숙소에서 얼마 안 가서 근처 백화점에 있는 카페에 가서도 커피 한 잔을 하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커피만 마시고 밥은 안 먹었네. 눈에 띄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 고기와 치즈가 든 튀김에 사이다를 씹어 재꼈다. 저 튀김은 고기와 채소를 넣고 튀겨 낸 꼬시냐 Coxinha라고 하는데 브라질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간식거리 중 하나다. TV를 틀어 놓았던 가게들은 대부분 축구 경기를 보고 있었다. 이 동네만 이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여행한 중남미는 지역 대부분은 축구를 틀어 놓는 것이 보통이었다.


브라질 스타일 튀김 꼬시냐 Coxinha. 감자와 쇠고기 맛을 골랐는데 크로켓이랑 비슷하다.


어느 가게에서나 열대과일과 축구.


  숙소 근처는 낮에 갔던 다른 동네보다 치안이 좋은 편이었다. 대학가이고, 노인이 많은 이 동네는 다른 데 보다 안전하다고 했다. 옆 방에 출장 오신 분들과 대학가 앞에 있는 펍에 가려고 했는데, 일요일이라 문을 다 닫았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주방에서 간단하게 간식과 음료로 테이블을 채웠다.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하시는 두 분은 박람회 참가를 목적으로 출장을 오셨다고 했다. 이 민박집도 여행자보다는 출장으로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한다. 맥주 한 캔이 들어가니 피곤함이 밀려온다.

 



상파울루 거리풍경


작가의 이전글 브라질 0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