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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베어 Jun 28. 2024

브라질 01

달나라여행을 찾아서

  까다롭지 않은 출국 심사대를 거쳐 밖으로 나오니... 나만 겨울용 털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밖은 후끈한 대기후. 옷부터 얇은 것으로 갈아입고 시내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려고 티켓을 샀다. 거스름돈은 엄청나게 무겁고 큰 동전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무겁고 큰 동전들은 처음 봤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나도 웃고 직원도 웃었다.

 

  도심까지 25 Km. 버스에 타고 보니 한국인이 한 명 있었다. 삼성물산에서 출장을 나온 사람인데, 하루 정도 시간이 남아 시내를 구경하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나중에 만났던 직장인들도 대부분 남미에는 출장으로 온 경우가 많았다. 특히 대기업 직장인들과 박람회에 참가하는 기업의 직장인들. 시내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렸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건물들, 꼬불꼬불한 머릿결에 까무잡잡한 사람들,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 포르투갈어.. 정말 브라질 상파울루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민박집을 찾아 길을 걷다가 너무 헤매는 느낌이 들어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민박집 주소와 지도를 주며 물었다. 두  달 동안 겨우 스페인어 기초를 익혔는데, 포르투갈어라니.. 자꾸 고맙습니다를 "그라시아스"라고 대답한다. 그런데 가게 주인은 검지 손가락을 눈 밑에 대고 내 가방을 가리킨다. 스페인어 수업 때 선생님이 알려준 게 생각났다. 오호스 ojos는 눈이고, 오호 ojo는 주의인데, 검지 손가락을 눈 밑에 대면 주의하라는 표시라고. 가게 주인은 내가 무척이나 위험하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뭐 그렇게까지 위험한가..  주변을 둘러보니 동양인은 나 밖에 없는 느낌이었다.


  지도와 대조하며 찾다 보니 파란색 집이 있었는데 왠지 이 파란 집이 민박집인 것 같았다. 저 멀리 오십 여 미터쯤 앞에 동양인 두 명이 걸어간다. 민박집주인인 것 같아 소리를 지를까 뛰어서 잡을까 하다가 무거운 가방 때문에 잡을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전화를 했더니 창문 너머로 전화벨 소리만 울리고 아무도 없다. 주변 가게 사람들에게 저 파란 집에 한국이 사냐고 물어봤다. 포르투갈어도 모르는데 사실 그렇게 물어볼 수는 없었고, 라 까사 아술 La casa azul! 꼬레아노 Coreano? (파란 집, 한국인?) 그냥 스페인어로 단어만 얘기했더니 다행히 알아듣고 맞다고 대답해 줬다. 포르투갈어가 스페인어랑 많이 비슷해서 다행이었다. 형형색색의 남미의 집들은 집 주소 대신 색깔로 얘기해도 될 정도였다. 그렇게 삼십 분 이상을 길바닥에 기다렸고, 아까 뒷모습만 보였던 동양인 두 명이 돌아왔다. 주인이 맞았다. 지금은 없어진 민박집 달나라여행. 비싼 브라질 물가답게 숙박비도 유럽만큼이나 비쌌다.



바 bar에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 있는 식당을 쉽게 볼 수 있다.


    피곤에 절어 있었지만, 기내에서 엄청난 숙면을 한 상태였기에 씻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 었지만 나는 파워 J고, 이제 막 서른이 넘었기 때문에 체력이 좋았다. 헤뿌블리까 Praca da Republica 역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비가 쏟아질 것 같아 숙소로 걸어가던 중 어느 식당에 들어갔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해 본다.

  "오브리가두"

  식당들은 영화 에스토마고 Estomago에 나오는 식당처럼 가게 문은 대부분 오픈되어 있고, 바 형태의 테이블이 많았다. 여행 책자에 보니 브라질 음식으로 유명한 것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부위별로 맛볼 수 있는 슈하스코 Churrasco. 과거에 브라질 흑인 노예들이 먹던 음식에서 유래가 된 돼지고기 요리 페이조아다 Feijoada. 노예들은 농장주인들이 먹지 않고 버린 돼지의 부속물을 검은콩과 함께 삶아 먹었다고 한다. 칼로리가 높고 소화를 시키는데 오래 걸려서 보통 수요일과 토요일 점심으로 먹는다고 한다. 슈하스코는 브라질 전통요리인데 우리나라에도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있어서 가 본 적이 있었다. 책에서 본 설명으로는 부드러운 육질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고기를 바짝 구워 질긴 육질을 좋아해서 비싸기만 하고 입에 맞지 않을 거라고 했다. 가게 점원은 동양인이 신기한지 쑥스럽게 메뉴판을 건넨다. 현지에서는 토요일에만 파는 음식인 페이조아다와 수꾸라는 음료가 있어서 주문했다. 식당에 간 날이 토요일이었으므로 오늘이 아니면 못 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페이조아다는 검은콩과 돼지의 여러 부위를 넣고 짜게 끓여낸 수프와 채소를 곁들인 밥이었는데, 양이 너무 많다. 이건 2인분도 아니고 3인분 정도... 돼지 껍질, 족발 이런 거 좋아하는 나는 그런대로 먹었지만, 비위가 약한 여자들은 비추. 수꾸는 그냥 오렌지 주스. 밥 먹으니 졸음이 몰려왔다. 숙소로 돌아가서 짐 정리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하고 침대 머리에 발을 올리고 쓰러져 누웠다.

  



겉은 새카맣게 탔지만 맛은 좋았던 도자기에 담긴 페이조아다 Feijoada


페이조아다14헤알, 수꾸3.5헤알. 3인분 같은 1인분.



영업이 끝난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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