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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캄준 CCJ Sep 11. 2022

게임의 해외 진출 방법 - 라이선싱 2편

4.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 넥슨은 글로벌 회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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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쓰는 직장인 쿨캄준입니다.  


개발사가 라이선싱을 채택하여 퍼블리셔에게 서비스 권한을 부여하게 되면, 게임의 IP를 보유하고 있는 개발사는 많아봐야 총매출의 30% 초반 때를 매출로 인식합니다.  만일 퍼블리셔가 총매출의 40% 이상을 개발사에게 준다고 한다면 해당 퍼블리셔는 유통사의 의무 중 몇 가지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risk-return tradeoff 원칙에 따라 리스크도 낮아야 할까요?  리스크는 직접 하는 해외진출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건 세상에 단 하나도 없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eral Reserve)이 담보하는 T-bill 조차 미국 정부가 망할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즉 아무리 안정적으로 보이는 선택이더라도 항상 일정 수준의 리스크는 존재합니다.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투자를 하는 asset class는 아니기에 risk-return tradeoff 개념의 1대 1 대입은 사실 어렵습니다.  다만 리스크가 낮으면 이윤도 높을 수 없는 원칙이 있다는 걸 조금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개발사가 직접 해외 확장이라는 바다에 발을 담그지 않는 대가로, 적게 가져가는 R/S(revenue share)에서 알 수 있듯이 말이죠.  하지만 게임을 퍼블리셔에게 맡기는 행위가 항상 리스크가 낮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필자가 엑스엘게임즈에 재직할 때 있었던 일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아키에이지> 북미/유럽 퍼블리셔였던 Trion Worlds는 엑스엘게임즈에게 보내주어야 하는 로열티(royalty, 퍼블리셔가 개발사와 합의한 R/S)의 송금이 계속 밀리고 있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엑스엘게임즈는 라이선싱 계약에 따라 북미/유럽에 Trion을 통해 진출했지만, 해당 지역에서 벌어들인 매출의 쉐어를 몇 달째 받지 못하고 있던 것이지요.  왜 Trion은 개발사에게 지속적으로 로열티를 송금하지 못했을까요?


이유는 정말 다양하겠습니다.  Trion은 비상장사로 회사의 재무제표를 보지 못했기에 회계처리가 어떠한 식으로 되었는지는 알지 못하나, 이유는 간단할 겁니다.  진정한 속사정이 어떤지는 모르나, 퍼블리셔는 보내줄 돈이 없으니 로열티를 송금하지 못했던 거죠.  라이선싱 계약서에 연체이자 조항도 있기에, 안 보내면 퍼블리셔 손해입니다.  어찌 되었든 엑스엘게임즈도 가난한 회사이고 매달 로열티를 못 받으면 많이 아쉬운 게임 개발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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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에이지>를 미국에서 퍼블리싱만 하는 회사로는 사실 한계가 있죠.  만일 엑스엘게임즈가 Trion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다른 유통사에게 타이틀을 줘 버리면 낙동강 오리알 되는 건 한 순간입니다.  그래서 미국 유통사는 <아키에이지>로 번 돈을 가지고 개발사로 사업을 추가적으로 확장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태어난 게임이 <Trove>와 <Defiance>이고 예전에 개발했던 <Rift>를 개선해 나갑니다.  세 타이틀 모두 PC MMORPG로 개발기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게임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Trion 대표였던 Scott Hartsman은 <아키에이지>에 대한 추가 마케팅을 집행하기보다는, 그 돈을 가지고 자체 타이틀을 더 많이 알리고 개발했을 겁니다.  


Trion은 망하기 전 약 750명의 직원이 있는 회사였으며, 직원 당 평균 연봉은 약 $77,000이었습니다.  사실 Trion의 처우는 경쟁사들이 제시하는 연봉 대비 높은 수준의 급여는 아닙니다만, 상황이 어려워진 겁니다.  XL게임즈는 로열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가뜩이나 가난한 엑스엘게임즈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Scott Hartsman에게 전화가 옵니다.  계약 상 <아키에이지> 서비스 권한은 양도 가능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Trion은 ABC 프로세스를 밟아 회사를 Gamigo라는 독일회사에 처분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러나 계약서에는 양도 불가능하다고 써져 있습니다.  당시 팀장은 당황했는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예측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실 무슨 이야기냐, 양도 가능하지 않은데 헛소리 말라!  이래야 하는데 머리가 하얗게 될 법도 하지요. 양도를 했다는 건 <아키에이지> 퍼블리싱 권한을 독점적으로 퍼블리셔에게 부여했는데, 이러한 유통 권한을 다른 회사에게 주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건 양사 간 약속한 적이 없고, 양도 불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지요.  그리고 Scott은 회사를 팔았다고 하면서 처음 듣는 ABC 절차를 거쳤다고 하였습니다.  일단 팀장은 ABC가 무엇이었는지 몰랐을 것이고 일단 회사를 팔았다는 소리를 Scott에게 들었으니 갑자기 아무 생각이 안 날 법도 합니다.  회사의 대부분의 매출은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ABC는 Assignment for Benefit of Creditors의 약어로, Trion이 빚지고 있던 돈을 주기 위해서 파산 절차를 밟아 회사의 자산을 처분하여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차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회사가 가지고 있던 게임 IP인 무형자산 그리고 컴퓨터, 서버, 의자, 장비 이런 거 다 팔아서 채무자가 채권자들에게 돈을 주는 절차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Scott이 <아키에이지>의 서비스 권한이 양도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통보한 것은, ABC를 통해 Trion의 자산을 산 Gamigo에게 <아키에이지> 퍼블리싱 권한도 같이 팔아넘겼다는 소리겠죠.  아니나 다를까 Gamigo의 당시 COO Jens Knauber는 마치 그런 것처럼 이메일을 당당하게 엑스엘게임즈에 보냅니다.  


당시 엑스엘게임즈 사업개발 이사는 팀장과 법무팀장을 시켜 우리는 양도한 적이 없다는 공문 Gamigo Jens 앞으로 보내라고 지시합니다.  그 뒤 Jens는 독일에서 한국으로 바로 날아옵니다.  Jens와 당시 Gamigo 한국 지사장과 엑스엘게임즈 사업개발 이사, 사업개발 팀장, 해외사업 팀장 그리고 필자는 담판을 하러 판교 우설화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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