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모바일 게임 5개 찍어낸 결과에서 알아보는 다양성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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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쓰는 직장인 쿨캄준입니다.
무언가를 찍어 내기만 하면 되는 회사라면, 다른 의견이 없을 경우 그 추진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비즈니스 환경은 정말로 빠른 속도로 급변합니다. 오늘의 트렌드와 상황이 내일과 같으리라는 법은 하나도 없습니다. 고객의 니즈는 변화하고 비즈니스에는 공식과 답이 없습니다. 따라서 작년에 성공했다고 내년에 똑같은 제품을 찍어서 내면 선례가 있으니 잘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결과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사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NC는 김택진이 이끄는 큰 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본인이 회사의 주인(의장/CEO)이고 본인의 와이프가 사장/CSO/CEO/이사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리고 친동생인 김택헌은 모든 부사장을 대표하는 수석 부사장으로 엔씨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가족경영 회사에는 투자하면 안 된다고들 합니다. 건강한 기업 거버넌스가 존재하지 않으면 주주 가치를 훼손하기 때문이고, 엔씨는 좋은 거버넌스를 위해 의장직과 대표직을 분리하고 있는 추세임에도 모자를 여러 개 쓰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의사결정은 모르긴 몰라도 김택진이 모두 내릴 것 같다는 건 합리적인 추측으로 생각됩니다. 아래에서 이야기하겠지만 결국 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어집니다.
김택진호는 많게는 약 80% 그리고 적게는 약 60%의 매출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북미/유럽과 같이 큰 시장에서는 폭망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미지사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서구권을 타겟한 콘손 플랫폼의 리듬게임 <퓨저>도 2020년에 출시하고 2년 만에 서비스 종료하였죠. 더불어 과거 미국 게임업계에 영향력이 많은 리처드 게리엇(울티마 개발자)을 영입하여 북미에서 저변을 넓히기 위해 노력을 하였었죠. 이렇게 노력을 지속하였지만 엔씨는 <길드워> 그리고 <아이온>과 같은 PC MMORPG가 조금 흥행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서구권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장기간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MMO는 니치 시장인 만큼 지금까지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지만, 한국이나 대만에서의 MMO 시장처럼 크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잘 되는 시장에 물 더 주어 매출 성장을 이루기 위한 전략적 방향을 엔씨가 택한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북미에서 이런저런 노력 다 해 봤는데 뭔가 잘 풀리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하였을 것이기에, 한국에서 초대박을 낸 <리니지>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을 선택하여 단기 실적을 추구하게 된 게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사실 이게 가장 쉬우면서 많이 아쉬운 경영 결정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수순이 엔씨소프트의 주가를 대폭락 시키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리니지>의 비즈니스 모델을 사실상 모든 엔씨의 모바일 MMORPG에 도입함으로써 시장의 냉철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매출을 올리는 공식이 검증이 된 BM들을 다른 IP에 도입하였더니 주주가치를 엄청나게 훼손시키게 되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특정 회사가 모바일 MMORPG로 성장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엔씨소프트 일봉 차트를 보고 가시죠. <리니지>와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을 탑재하여 '스킨'만 바꾸어서 출시한 게임 2종을 시장에 선보였을 때 엔씨의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당연히 신작의 기대감을 반영하면서 출시 전까지는 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회사가 각종 보도자료, 마케팅 활동 등을 하면서 대세감을 형성하고 시장의 기대를 부풀리기 때문이죠. 이러한 사례는 <트릭스터M>이었습니다. 다만 <블레이드&소울2>의 경우 주가를 미끄럼틀에 기름을 바르고 볼링공을 굴리듯이 쭉 미끄러져 떨어집니다. <트릭스터M>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었길래 이렇게나 폭락한 걸까요?
차이점이 있다라기 보다는 엔씨소프트에서 출시한 모바일 게임들이 모두 사실상 동일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니지M>, <리니지2M>, <트릭스터M> 그리고 <블레이드&소울2> 모두 동일한 BM 설계도를 보고 개발한 타이틀입니다. 이에 엔씨 주가 박살은 김택진의 과도한 욕심, 참신한 도전정신 부족, 다양한 의견 수렴 거부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분명 엔씨 내부에서 누군가는 동일한 BM으로 게임을 4개나 찍어내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했을 법도 합니다. 그러나 <블레이드&소울2>까지 세상에 태어나고 당시에는 결국 동일한 게임인 <리니지W>도 곧 시장에 소개가 될 예정이었으니,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거의 대부분 묵살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사실상 같은 게임을 총 5개를 찍어내는 엔씨는 숲은 보지 않고 나무 몇 개 심어 두고 관찰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리니지>를 아주 잘 아는 유튜버 중년게이머 김실장은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소울2>가 사실상 리니지와 완전 동일한 게임이라고 분석하였습니다. "트릭스터M의 문제는 리니지를 베꼈다는 것 정도가 아니다" 그리고 "블레이드앤소울2에서 리니지를 빼면 무엇이 남는가? 김실장의 블소2 플레이 후기" 유튜브 영상에서 김실장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처음 접하는 게임 시스템 대부분을 설명합니다. 평소에 플레이하는 <리니지>와 너무 유사하기 때문이지요.
북미시장에서 성공을 찾기 위해 엔씨는 2000년대부터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북미지사는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고, PC MMO 타이틀 몇 개를 제외하면 그럴듯한 성과를 내지 못하였습니다. 이와 반대로 한국, 대만 등의 시장에서는 <리니지M>을 시작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초초대박을 내었지요. 그리고 사실상 <리니지M>이랑 거의 동일한 <리니지2M>을 출시했는데도 대박이 났고요. 이때 엔씨는 이게 답인 마냥 기존 유저들에게 더 많은 과금을 요구하고, 문양 사태로 고객을 기만하였으며, 동일한 게임을 여럿 찍어냅니다. 결과는 아까 보았던 엔씨소프트의 주식 차트입니다. 2022년 12월 말 현재에는 그 당시보다 더 떨어졌고요.
엔씨소프트는 놀라울 정도로 사실상 동일한 게임을 짧은 기간에 걸쳐 총 3개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트릭스터M>은 2021년 5월, <블레이드&소울2>은 2021년 8월 그리고 <리니지W>는 2021년 11월에 출시되었습니다. 무려 각각 3개월 기간마다 하나씩 한국에 선보인 겁니다. 앞서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없을 경우 그 추친력이 엄청나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김택진호는 공장을 열심히 돌려 동일한 제품을 무려 3개나 찍어냈습니다. 공장 회전력은 좋았으나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린저씨들의 <리니지>에 대한 수요는 비탄력적일 수 있습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특정 제품에 있어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예를 들어 가격이 올라도 고객들은 계속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죠. 리니지의 브랜드는 1998년부터 시작되었기에 충성고객이 많고 다른 게임으로 이탈하지 않습니다. 다만 엔씨에서 만들었다고 하여도, 모든 게임의 수요는 비탄력적이지 않습니다. 즉 리니지의 가격정책과 BM을 다른 IP에 적용할 경우 수요는 탄력적이 되겠지요. 다르게 표현하자면 가격이 오르면 고객들은 해당 제품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겁니다. <리니지>와 같이 다년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없고 그만큼 충성고객들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같은 돈을 써야하는 상황이라면 동대문 시장보다는 에르메스 매장에서 소비를 하고 싶을 것이고, 현대, 기아, 도요타 또는 혼다 보다는 독일 3사 차량을 타고 싶을 겁니다. 엔씨소프트의 5종의 게임은 결제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진행이 안 되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이 있기에, 어차피 돈을 써야 한다면 리니지의 충성유저들은 리니지에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양 등의 사태로 엔씨에 지쳐서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오딘>으로 넘어간 케이스를 제외하면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동일한 BM을 탑재한 게임 5개가 한국에 소개되었다면 엔씨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거나, 직원들이 발언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거나 다양한 의견은 묵살되는 회사 분위기가 있다고 봐도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 결과 엔씨는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였고 아직도 엔씨소프트 사옥 앞에서 시위 트럭이 자주 보입니다. 리더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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