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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쿨캄준 CCJ Apr 13. 2023

판교 자가에 스타트업 경영하는 김 대표 1화

1화 - 김 대표, 결혼정보회사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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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 대표는 살면서 처음으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걸 발견한다.


대학 졸업 후 김 대표는 한국 5대 기업 중 하나에 입사하였다.  취준생 시절 자소서도 대충 작성했고, 심지어 오타도 여러 개 있었는데 합격하여 입사했다.  시작하는 연봉 앞자리가 고등학교 동창들과 다르다.  이게 바로 이름 있는 대학을 졸업한 대가라며 당연하게 생각한다.  학창 시절 항상 성적 순위권을 놓친 적이 없었다.  굴지의 대기업 사원증도 쉽게 목에 걸었으니, 사회에 나와서도 공부 잘하면 다 해결된다고 굳건히 믿는다.  


모임에 나가면 대기업에 다니기 때문에 삶의 질이 다르다며 자랑한다.  중소기업 보다 매월 200은 더 번다며 이야기하며 카페에서 가장 비싼 커피를 주문한다.  모임 여자들에게 좋은 대학 나온 걸로 어필한다.  대학생 때 얼굴이 잘생기지 않았어도 학교 이름만 대면 미팅과 소개팅이 끊이지 않았던 시절을 회상한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여자들이 전화번호를 주지 않는다.  분명 사회도 학교와 동일한 로직으로 작동한다고 믿었는데 말이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3년 동안 여러 모임에  참여해 봤지만 관심을 주는 여성이 하나도 없다.  초고속 대리 진급, 유명 대학 출신 그리고 또래보다 높은 연봉의 소유자인 김 대표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3년간 매주 5개의 모임에 참석했지만 아무도 없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암기력이 좋아 커피 모임에서는 모든 커피종류를 외워서 읊었다.  와인모임에서는 라벨을 보고 와이너리, 포도의 종류, 도수 등을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수영모임에서는 머리로 배운 접영을 어설프지만 열심히 하여 실력을 뽐냈다.  독서모임에서는 500 페이지 책도 대부분 외워 펼치지도 않고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이야기하였다.  영어모임은 다니다가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여 포기했다.  


외국어를 제외하고는 못하는 게 없다고 생각한 김 대표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가 없다.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했고, 군대도 병특으로 다녀왔다.  학부 졸업 후 대기업에 바로 입사했다.  남들 취업이 잘 안 되어서 한다던 휴학이나 대학원 진학은 생각도 안 했다.  이제 결혼을 해야 김 대표가 생각하는 삶의 공식이 완성되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발목이 잡힌 것이다.


어느 날 퇴근하는 길에 결혼정보회사 광고가 하나둘씩 보인다.  그리고 문뜩 생각이 든다.  한국 서울 지역에 수많은 모임이 있지만, 그중 5개밖에 나가지 않았기에 기회가 제한적이었다고 합리화한다. 바로 전화를 건다.  상담사와 대화를 시작한다.  





2


김 대표는 어떤 노블 결혼정보회사에 방문한다.


오늘은 토요일.  오후에 있는 독서 모임에 일이 있어 나가지 못한다고 미리 이야기했다.  명문대 출신인 내가 당연히 모임장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해왔다.  지난번에도 김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을 때 올라온 업데이트 사진첩에 사람이 평소보다 많았다.  오늘도 그런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특히 여자 멤버가 더 많이 나왔던 게 마음에 걸린다.  


김 대표는 모임에서 하는 취미 활동들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를 들키지 않으려고 김 대표는 속내를 최대한 숨기고 연기도 열심히 해 왔다.  나름 자연스럽게 관심 있는 이성에게 다가갔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나 보다.  아니 자만추가 이런 것 아니냐며 전화번호를 물어본 뒤 갑자기 모임에 나오지 않았던 여자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사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여 모임에 나오는 거 아니냐며 말이다.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고 김 대표는 생각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곳이 바로 어떤 노블 결혼정보회사다.  광고에서 명문대, 대기업, 의사, 변호사, 회계사 그리고 사업가를 우대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결혼정보회사에 다 와 간다.  드디어 결혼 적령기인 김 대표를 삶의 공식대로 살게 해 줄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녕하세요 3시 예약하신 김 대표님 맞나요?"

리셉션에서 바쁘게 키보드를 치다가 김 대표를 맞이하는 여직원이 이야기한다.  


"네 김 대표 맞습니다.  진 상담사님 만나러 왔습니다"

진 상담사는 만나서 이야기하자면김 대표를 서울에서 고급진 동네로 불러냈다.


"이쪽으로 오세요."   

김 대표는 리셉션 직원을 상담실까지 따라간다.  김 대표는 나름 아늑해 보이는 방의 푹신한 소파에 착석한다.


"녹차 커피 중 무엇으로 드릴까요?"

김 대표는 녹차와 커피에 모두 카페인이 있는 걸을 우려 한다.


"그냥 생수 주세요."

리셉션 직원은 생수 달라는 김 대표의 요구에 아주 잠시 침묵이 돈다.


"아 김 대표님 오셨군요, 시간 딱 맞춰서 오셨네요, 진 상담사입니다."

눈을 마주친 후 김 대표는 무언가 자신의 외모에 대한 칭찬을 내심 기대했지만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초록색 블로그 후기에 외모로 칭찬을 받았다는 후기 몇 개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명문대 컴퓨터공학과 졸업에 한국 5대 대기업 대리로 최근에 진급했다고 지난번 통화 때 이야기 했는데, 스마트해 보이시네요."


"오늘 직접 상담을 요청드린 원인은 김 대표님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 좋은 분을 소개해 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편하게 대화한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해 주세요."


진 상담사는 김 대표를 편하게 해 준다.  그러면서 정보 하나둘씩 이야기하게 한다.  부모님 직업, 부모님 재산, 부모님 출신 대학교, 김 대표가 모아둔 돈, 취미생활, 흡연유무, 종교유무, 나이, 키 그리고 몸무게도 알려준다.  


한참 이야기 하다가 진 상담사는 아예 김 대표에게 종이를 꺼내어 지금까지 이야기하면서 나온 정보를 기재해 달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진 상담사에게 이야기 한 내용들이 공란 처리되어 있고, 김 대표는 하나둘씩 적어 나가기 시작한다.  




3


김 대표는 어떤 노블 결혼정보회사 가입비를 듣는다.


"가입비는 900만 원이에요."

김 대표는 진 상담사가 이야기한 가격이 믿기지가 않는다.  


"나이도 많지 않고 대기업 직장인에 좋은 대학교 나왔는데 왜 이렇게 비싼가요?"

살짝 흥분한 김 대표는 진 상담사에게 버럭 할 뻔한다.  


"김 대표님이 원하시는 여성분은 어떤 노블 결혼정보회사에서도 100억 이상 자산가들이 원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여성분들과 만남을 이어 주기 위해서는 가입비가 조금 높아요.  그래도 대기업 다니니까 할인을 조금 해 드린 거예요.  원래는 1,000만 원은 내셔야 그런 분들을 만나실 수 있어요."  

김 대표는 대학생 때 아나운서를 준비한다던 여자들과 소개팅을 했던 시절을 떠올린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김 대표님이 원하는 여성분들은 저희 어떤 노블 결혼정보회사 회원인 의사 변호사도 안 찾고, 사업가들을 찾으신답니다."


"학벌과 대기업 연봉자는 한국에서 둘째라면 서럽고,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또래 연차 대비 최상위 연봉을 받는데요?"


"능력이 있다는 건 결국 사업을 통해 월급보다 훨씬 더 큰돈을 버는 분들을 의미해요.  특히 말씀 주신 현직 지상파 방송국 아나운서를 만나시려면 출신 학교와 재직 중인 회사 이름은 별로 안 중요할 수도 있어요."


김 대표는 답을 찾으러 어떤 노블 결혼정보회사에 왔지만 머리는 더 복잡하다.  공식대로 해 왔는데 왜 답이 안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히려 답을 찾으러 왔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대기업 재직하는 직장인의 월급으로는 지상파 아나운서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여 좋은 기업에 가면 나름 부자라고 생각했지만, 김 대표가 몰랐던 세상이 있었다.  


김 대표는 결혼정보회사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건지, 아니면 김 대표가 여태 허황된 생각을 해왔던 건지 혼란스럽다.  침착하게 생각해 보니 둘 다 인 것 같다.  영어 알파벳 G가 끊임없이 있는 패턴의 지갑 속 신용카드 두어 개를 만지작 거리며 김 대표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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