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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작가 Oct 22. 2024

가까운 곳에 두고 자주 꺼내보고 싶은 책

그림책-오늘상회 

어스름한 새벽, 신비한 기운의 작은 가게에 불이 켜집니다. 오늘이라는 병을 실은 트럭이 오면 주인은 가게 문을 엽니다. 주인은 손님이 오기 전에 작은 병들을 닦으며 병에 적힌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합니다. 작은 병에는 사람들의 오늘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 상회에서는 작은 병에 담긴 오늘을 손님들에게 줍니다. 손님들은 오늘 상회에서 받은 각자의 오늘을 보냅니다. 오늘을 받아서 웃고 떠들다 보면 오늘은 어제가 됩니다. 어떤 오늘은 금방 잊히기도 하고 어떤 오늘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도 하지요. 


하나둘씩 손님이 들어오고 할머니 손님도 오늘 상회에 왔습니다. 주인은 할머니에게 오늘을 건넵니다. 할머니는 어릴 때부터 이곳에 왔고 오늘을 더 달라고 떼쓰던 꼬마였지요. 주인은 그런 꼬마에게 매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오늘은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가지만 소중하게 보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린다고요.


꼬마는 소녀가 되고, 여자가 되어 한 남자를 만나고 두 사람은 앞으로의 모든 시간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각자의 오늘을 마시며 살아갑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피곤하지만 행복한 오늘을 수없이 함께 합니다. 그렇게 보낸 수많은 오늘이 눈가와 이마에 쌓이고 늘 함께하던 사람의 오늘이 어느 날 사라집니다.


할머니는 벤치에 앉아 보내온 날들을 생각합니다. 함께 하던 이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오늘이겠죠.

그때 할머니의 오늘을 깨워주는 건 살랑이는 바람, 따뜻한 햇살, 지나가던 아이의 인사, 오랜 친구에게서 온 전화였습니다. 할머니는 할머니의 소중한 오늘을 깨닫고 일어섭니다. 오늘상회 주인은 여전히 소중한 오늘이 기다리고 있다며 할머니에게 작은 병을 건넵니다.

 

시간이 빨리 흘러서 어른이 되고 싶던 어린 시절도 있었고 어른이 되어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앉아서 천천히 밥 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게 보낸 날들의 기억이 조금씩 커가는 아이들의 사진 속에 묻어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크고 부부는 함께 나이 들어가는데요 울고 웃고 다투기도, 행복하기도 했던, 수많은 오늘을 함께 보내던 이가 사라지면 어떨까요?


떠난 이는 받을 수 없는 오늘을, 남은 사람은 받게 되지만 오랜 시간 수많은 오늘을 함께 해 왔기에 삶이 멈춘 것처럼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남은 이의 삶은 계속되기에 또 오늘을 보내야 하겠죠.  이 책을 보며 배우자의 죽음, 부재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언젠가 오늘을 함께하지 못하는 날이 온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오늘을 무엇으로 채우는 게 좋을까요?


오늘을 함께 보낸다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도 생각해 봅니다. 작은 병에 담긴 오늘을 마시면 누구나 똑같이 오늘을 시작하지만 각자 다르게 오늘을 보냅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오늘을 함께 보내는 것은 그만큼 특별한 선물이고 인연이겠지요?


무언가에 쫓기듯이 바쁘게 보내는 오늘도 있고,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오늘도 있습니다.  어느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오늘이 있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특별한 일이 생기는 오늘도 있습니다.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무심코 지나치는 오늘도 있고, 꽃 한 송이, 아침 햇살도 다르게 느껴지는 오늘도 있습니다. '나중에 해야지, 나중에 말해줘야지' 미루면서 무심하게 오늘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오늘을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보냅니다.


오늘을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그동안 보낸 수많은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쌓여 있나요?

소중하게 보내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오늘을 어떤 이들과 함께 하고 있나요?


지나버린 어제의 일들로 후회하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 대해서 불안해하지 않고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한 병의 오늘을 잘 마시기를, 오늘을 함께 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다양한 빛깔의 오늘을 보내기를, 반짝이는 작은 병에 담긴 당신과 나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오늘’이라는 소중한 선물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가까운 곳에 꽂아두고 자주 꺼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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