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편지

좋은 사람들: 영감을 주는 인적 네트워크의 구성

by Felix Park

Y에게,


어느덧 벌써 연말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요? 지난번 편지에서 저는 영세한 조직의 중간관리자로 일하게 되면서 겪게 된 각종 부조리함과 모순적인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당신에게 들려드렸습니다. 체계의 부재, 조직의 발전적인 변화보다 작기만 한 조직 내부의 권한에 집착하는 구성원들은 저에게 대기업에서 근무할 때와 다른 의미의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어쩌면 조직 내 인간관계 전반에 대하여 ‘염증’을 느낀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타인의 평판을 깎아내리거나, 불필요한 조직 내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몇몇 구성원들과 이를 방관하며 조직의 건전한 관리보다는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만을 따지는 조직장… 이 모든 것들은 제가 업무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다른 이들과 소통해야 할 필요성을 반감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해야 할 일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초점을 맞추어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그러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외부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영감을 주고받는 활동인 인적 네트워킹 활동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러한 과정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저 또한 제가 이렇게 비판을 가하거나, 부정적인 표현을 하는 조직 내부의 대상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한 명의 나약한 인간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가 그녀의 소설에서 다룬 것처럼 어쩌면 대다수의 인간은 아래와 같은 존재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인간들을 경멸하지 않는다. 내가 인간들을 경멸한다면, 나는 그들을 다스리려 할 어떤 권리도, 어떤 근거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자만스럽고 무지하며, 탐욕스럽고 불안해하며, 성공하기 위해서나 심지어 그들 자신의 눈에라도 가치 있게 보이기 위해, 혹은 그냥 단순히 고통을 피하기 위해, 거의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나는 알고 있다: 나도 적어도 때로는 그들과 같으며, 혹은 그들과 같을 수도 있었으리라는 것을, 타인과 나 사이에 내가 발견하는 차이들은 너무나 하찮은 것이어서, 최종 합산에서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행위를 단순히 커리어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나 자신을 브랜딩 또는 셀링 하는 행위로 한정 짓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같은 인식은 처음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저의 성장을 외려 저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와는 다른 삶의 가치 기준을 기초로 하여 자신만의 성공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 장기적으로는 그들 내면의 인간적인 빛까지 엿보는 것. 그것이 곧 저의 네트워킹 활동의 목적이 되었습니다.


목적이 수립되면, 이를 실천해야 합니다. 저의 네트워킹 활동은 특정한 모임에 무작정 가입하는 것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우선 저는 제가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저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들을 전화번호부를 보면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차적인 검토를 마치고 난 후 저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서로 소개해주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행운이라고 생각한 것은 저의 이러한 활동에 다른 이들 또한 매우 공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특정 분야에서 이미 성공하거나 성공에 가까워지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저의 이러한 시도에 매우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기 시작했습니다.


photo-1515169067868-5387ec356754?ixid=MX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VufDB8fHw%3D&ixlib=rb-1.2.1&auto=format&fit=crop&w=1000&q=80 네트워킹이 언제나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불필요한 만남으로 인해 시간을 낭비하기도 합니다.


저라는 존재를 매개로 하여 연결된 사람들은 처음에는 저라는 존재를 공통의 화제로 추후에는 각자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관계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러한 만남과 만남이 일직선의 관계가 아닌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그물망의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소개해준 사람들이 서로 간에 또 소개를 시켜주고 이러한 소개를 통해 자신들의 본업에서 영감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저에게는 희열의 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물망의 네트워크는 저에게 세상의 다양성을 끊임없이 상기시키고 저보다 잘난 사람들의 존재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저에게 겸손함을 항상 가르쳐주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조직 내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제가 좀 더 너그러운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식한다는 것은 동시에 저보다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더욱 너그러운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것을 의미함을 저는 이러한 인적 네트워킹 활동으로 배웠습니다. 그렇기에 한때는 공감하지 못했던 유르스나르의 다음과 같은 명제에 지금은 공감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더할 수 없이 불투명한 사람들이라도 희미한 빛을 지니고 있는 법이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너그러워진다는 것은 곧 심적인 여유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빼어난 사람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저의 부족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괜찮은 면을 계속 발견하면서 생기는 심리적인 여유는 저에게 좋은 취미를 가질 수 있는 더 넓은 시야를 주었습니다. 당신에게 들려드릴 다음 이야기는 이러한 취미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히 지내시길 바라며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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