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편지

좋은 취향을 갖는다는 것

by Felix Park


Y에게,


정신없는 연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약간의 무기력함으로 늘어진 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글도 간신히 게으름을 붙잡고 쓰고 있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그래도 오늘 당신에게 이야기할 주제는 글을 쓰고 있는 제 곁에 놓여 있는 와인에 대한 그리고 더 나아가 좋은 취향을 갖는 것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조금 더 쓸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지난 편지에서 당신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는 좋은 음식과 음료에 대한 약간의 집착이 많은 만남들을 더욱 윤택하고 풍성하게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저는 오랫동안 생각은 했지만 실천하지 못하던 와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허영심에서 애정으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 와인 테이스팅 수업을 등록하면서 했던 생각은, 어떻게 해야 좀 더 타인에게 보이는 내 모습을 근사하게 할 수 있을까에서 출발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잘난 모습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근사한 인상을 심고자 하는 욕망은 있는 법이니까요. 그렇기에 저에게 와인을 마시고 공부한다는 것은 처음에는 나를 포장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출발했습니다.


photo-1470158499416-75be9aa0c4db?ixid=MX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VufDB8fHw%3D&ixlib=rb-1.2.1&auto=format&fit=crop&w=1000&q=80 처음에 와인을 마신다는 건 사람들에게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접한 와인은 제가 좋아하는 많은 요소들: 고유의 이야기, 각 와이너리들이 나름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하는 레이블들, 그리고 품종 및 숙성 방법 등에 따른 천차만별의 향과 맛 등을 겸비한 종합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기에 연금술사의 저자인 파올로 코엘료는 와인에 대하여 다음과 논평했습니다.


“인생이 당신에게 제안하는 것들과 모든 잔들을 받아들여라. 몇몇은 오직 한 모금만, 다른 것들은 병째로 마셔야 하겠지만, 모든 와인들은 반드시 맛을 봐야만 한다.”

(“Accept what life offers you and try to drink from every cup. All wines should be tasted; some should only be sipped, but with others, drink the whole bottle.”)


안정적인 직장을 나와 머나먼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던 시간들, 부득이하게 돌아와 새롭게 시작한 직장에서의 적응 시간 등 제가 겪는 모든 순간들이 고되다 느껴질 때 제 곁에 있던 것은 한 잔의 와인이었습니다. 어쩌면 와인을 좋아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예측하지 못하는 다양성과 그 다양성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 가운데 저의 이야기와 어울리는 찾기 위한 여정일지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정은 곧 제가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하루하루 열의를 쏟게 만드는 좋은 취향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였습니다.


아마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좋은 취향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저만의 이야기를 찾는 여정을 또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다른 좋은 취향 또한 처음에는 저의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출발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가지게 될 좋은 취향은 분명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 제 곁에 놓여있는 와인 한 잔처럼 분명 삶의 위안과 때로는 기쁨까지 함께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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