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관리자가 된다는 것
Y에게,
Y, 벌써 당신에게 쓰는 두 번째 편지입니다. 이번 편지는 대기업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영세한 조직에서 두 번째 직장생활을 시작한 저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변수들로 인하여 해외 취업이라는 꿈을 접어야만 했던 저는, 다시 꿈이 아닌 현실에서 저의 자리를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재취업 과정 속에서 만나게 된 당신의 헌신적인 도움과 통찰력 있는 조언은 저를 비교적 금전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자리에 중간관리자로 입사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러한 자리들이 주는 의미와 교훈을 지금까지 일 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 직장생활
어쩌면 직장 생활은 그저 돈을 많이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은 경제적인 의미와는 배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두 번째 직장 생활도 제가 원하는 그림이 아닌 현실과의 타협으로 시작된 저에게는 모든 것들이 낯설고 적대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처음 제가 마주한 조직환경은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은 영세한 중소기업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 머물고 있는 직장과 다르게 그곳에서는 어떠한 체계도 Work Ethics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그럴듯한 학위를 지닌 사람들이었지만, 체계적인 조직 생활을 해 본 저에게는 대부분이 기존 시스템이 부여하는 과제로부터 달아난 사람들로 느껴졌지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특히나 몇몇은 나름 명망이 있다는 대기업에서 이직 온 저에게 무의식 혹은 의식적인 견제를 지속적으로 보이며 저를 조직 내에서 고립시키려는 시도 또한 보여줬습니다. 처음에는 그러한 그들의 행태에 많이 분노하고 억울함을 느끼던 저도 이내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정도의 시야만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갖게 되면서, 이 모든 과정이 어쩌면 제가 안정적인 조직을 뛰쳐나와 야생에 적응해 가는 수업료라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위기감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
일만 시간의 법칙 등의 저서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은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논평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점에 도달한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왕따를 당하는 인물들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창의적 활동을 한다. 명심해라. 사회는 상처 받은 사람들에 의해 발전하고 있다. 그들은 세상을 우리와 다른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불행이 가져오는 긍정 효과'이다.”
저에게 주어진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지속적으로 적대적이면서도 신뢰감을 쌓을 수 없는 내부 조직에 있다는 의미는 저에게 바깥에서의 탈출구를 찾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외부 환경의 변화는 외려 제가 창의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다음 편지는 Y 당신을 포함한 수많은 좋은 사람들을 제가 어떻게 바깥에서 만나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예정입니다. 그때까지 미세먼지와 전염병 등을 조심하시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