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편지

생각보다 한국은 괜찮다

by Felix Park

N에게,


N,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이 시절에 네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잘 지내고 있겠지. 오랜 세월 너와 함께 지내면서,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에게 흉금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라는 것이 나는 언제나 기쁘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꾸던 꿈을 너는 옆에서 지켜봐 왔고, 항상 요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응원해주었지. 그러한 너의 모습과 최근 들어 보여주는 너의 성숙한 처신을 보고 있노라면, 절친한 사이임에도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아닐까 하던 나의 오만함을 반성하게 된다.


각설하고, 너는 내가 오랫동안 꾸던 꿈과 목표 등에 대하여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그렇기에 너에게 쓸 이 편지는 다른 편지들보다 좀 더 적나라하면서도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 것이라는 Manifesto (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내가 처한 상황부터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에 맞춰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한 여정과 관련된 계획을 세워야 하겠지. 어떤 작가가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 것처럼,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현재 상황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기본자세로 삼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되짚는 이 편지에서 내가 돌아온 한국이라는 장소가 현재 내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장소인지 아닌지의 여부부터 따져보자.


꼭 나가야만 꿈을 이루는 것일까


내가 만약 유학이라는 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가운데 내가 가진 꿈을 한국에서 있는 그대로 실현하고자 했다면, 많은 난관에 봉착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머물고 있는 한국이라는 장소는 분명 내가 원하는 분야의 공부와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는 분명 제한된 한계를 제시하는 나라이다. 그러나 한 번쯤 더 넓은 세상에서 이곳에서 접하기 힘든 콘텐츠를 접하면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지금은, 이곳에서 글을 쓰면서 내가 원하는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유학 경험이 부재한 상황에서 나 스스로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설계해야만 한다면, 분명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N, 너도 알다시피 나는 처음의 의도와 다르게 넓은 세상에서 단순히 학위를 취득하거나 논문을 쓰는 것이 아닌 어떤 식으로 내 삶을 디자인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배웠다.


photo-1520500374161-c2f4f955fda5?ixid=MX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VufDB8fHw%3D&ixlib=rb-1.2.1&auto=format&fit=crop&w=1000&q=80 방법을 알면 파편화된 상황과 조건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How를 알게 된 이상 장소는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특히 글을 쓰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삶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현장을 방문하면서 느끼고 깨닫는 직관적인 현장의 지식도 필요하지만, 사실 내가 원하는 수많은 데이터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는 간접적인 자료 분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 그렇기에 모국인 이곳에서 타국에서의 생활 대비 더 안정적인 경제, 심리적인 상황이라는 레버리지를 바탕으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은 분명 호의적인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한국은 (아직은) 내가 원하는 삶을 디자인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지에서는 내가 어떠한 방향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설계하여 실행하고자 하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길 바라며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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