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이 아닌 ‘직업’을 향해
N에게,
N, 이전 편지는 내가 어떻게 나의 하루를 조직하고 이에 규율을 부여하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물론 이러한 규율을 통해서 승리하는 날도 패배하는 날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올바른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는 왜 더 이상 괜찮은 직장이 아닌 나만의 유일한 직업을 찾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이전에 나와 가까운 지인과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나누었을 때, 이미 결혼을 하신 그분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에게 Best가 아닌 Unique 한 사람을 만나라.’ 이 말과 함께 그분은 아래와 같이 보충 설명을 해주셨다.
“Best 한 사람은 항상 대체가 가능하다. 지금 만나는 그 순간에는 너에게 그 사람이 외면, 내면 모든 것에 있어서 최고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가 연애가 아닌 그 너머를 바라보게 될 사람은 ‘현재’ 너에게 최고 또는 최선의 사람이 아닌 ‘앞으로도’ 서로에게 있어서 Unique 한 요소를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그분의 조언은 지금 생각해보면 비단 남녀관계를 넘어서 네트워킹을 하면서도, 그리고 커리어 방향을 잡고 나아가는 것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누구에게나 Best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내가 Unique 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말을 커리어에 적용한다면, 누구나가 선망하는 최고의 직장 또는 조직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가 어떤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면,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를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처럼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은 곧 ‘삶의 유한함’을 인식한다는 것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존재였다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 혹은 개인의 삶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정체성과 연관된 고민 등은 할 필요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은 결코 그렇게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언젠가 이 곳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이 순간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 주변의 수많은 정보들과 세상의 변화들 가운데 나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하루 24시간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라는 행위는 가장 온전하게 나를 담아내는 것이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물론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내가 원하는 직업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스스로에게 진실한 태도로 임한다면 내가 원하는 직업 그리고 더 나아가 원하는 삶을 그리면서 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N, 다시 한번 긴 시간 동안 나의 편지를 읽어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이만 줄인다. 이제 나는 너에게 쓰는 이 편지를 끝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그리기 위한 캔버스와 물감을 준비하여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너 또한 네가 진실로 원하는 삶을 그릴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를 동봉하며 이만 줄인다.
이타카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노를 두려워 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고한 감동이 깃들면
그것들은 너의 길을 가로막지 못할지니
네가 그들을 영혼 속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따르지 않는다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너의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커다란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도 없으니
페니키아의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추고
어여쁜 물건들을 사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로부터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너의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고 나서야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 주기를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아름다운 모험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리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다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지혜로운 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가 가르친 것을 이해하리라
- Ithaca, C.P. Cavaf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