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그림자

에너지 안보 위기의 시작

by Felix Park

(2021년 1월 9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한국 국적의 유조선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된 지 5일이 흘렀다. 이란 정부는 해양오염을 주요 문제로 들어 나포했음을 주장하였지만, 협상을 위해 파견되는 한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인하여 동결된 한국 내의 7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핵심 관건임을 암시하며 해당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번 사건의 개요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이에 대한 이란의 반발, 그리고 그 사이에 끼인 한국의 곤란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정부와 언론 또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이슈 정도로 현재는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근원을 조금 더 파고 들어가면, 이번 사건은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 및 이에 따른 한국의 에너지 안보 전략 전체를 전면 재수정해야 하는 '핵심 사건 (Milestone)'으로 기록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번 나포 건은 기존에 벌어지던 소말리아 연안 지역의 해적 행위에서 발생한 부산물 정도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중동 지역 주요 국가가 자국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하여 기획 및 실행한 작전이다. 이는 한국의 에너지 수급이 특정 국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교역에서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는 항로의 안전이 위협받기 시작한 첫 번째 신호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에너지 자립도가 0에 가까운 국가들에게는 이번 사건이 에너지 수급 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기획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교훈으로 남을 확률이 매우 높다.


당연한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니다


먼저 현대 문명은 기본적으로 석유에 기반하여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시작하자. 이 글을 쓰는 사람과 읽는 독자 모두 석유를 기초로 운행하는 교통수단을 한 번쯤은 탈 것이며, 우리가 사용하는 전력 에너지와 입고 있는 옷과 플라스틱 소재 등에 있어서 화석연료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내는 것은 친환경 소재를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불가능에 가깝다.


photo-1562237553-36ad661d6f2c?ixid=MXwxMjA3fDB8MHxwaG90by1wYWdlfHx8fGVufDB8fHw%3D&ixlib=rb-1.2.1&auto=format&fit=crop&w=1000&q=80 좋든 싫든 석유는 아직까지는 인류와 함께 가는 중이다. 그말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는 의미이다.


이를 수치적으로 환산해보면 전 세계 화석연료 (석유, 석탄, 그리고 천연가스)의 사용량은 2019년 기준으로 약 85%의 사용량을 보이고 있으며, 친환경으로 판단되는 재생에너지와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지는 원자력 에너지의 사용량의 경우 두 가지의 사용량을 모두 합산하여도 약 10% 정도에 불과하다. (수력발전은 전통적인 영역으로 간주하고 제외하도록 하자)


1.png 글로벌 에너지 사용량 비중 (2020), BP


그럼 한국의 에너지 수급 현황을 좀 더 살펴보자.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이에 기반한 정책을 실행한다는 정부의 미래지향적인 선언이 무색하게 한국의 화석연료 사용량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90%에 근접한다. 그리고 이러한 화석연료 가운데 43%는 원유 등의 액상 형태의 화석연료이다. 한국은 2019년 기준 하루 250만 배럴의 원유 사용량과 함께, 세계 8번째의 원유 소비국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유추하면 제조업 기반의 한국이 누리고 있는 현재의 모든 풍요로운 생활수준의 전제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에서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곧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은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닌 상당한 물량의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으로부터 기반하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인 리스크: 무질서의 귀환과 공세적인 대외정책의 강요


그동안 한국은 베트남전 참전이라는 대규모 전시 파병을 제외하고는, 공세적인 대외 정책을 실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한국은 언제나 일차적으로는 북한이라는 역내의 1차 위협세력을 견제하는 것을 안보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었으며, 이는 냉전기간 동안 이루어진 미국의 대소 봉쇄정책과도 그 맥락이 부합하였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항해의 자유라는 이념과 이러한 이념의 부산물인 ‘무역망의 안전’ (사실 이게 이념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이라는 정책의 수혜를 극동지역의 주요 동맹국으로써 누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이번 이란의 한국 유조선 나포가 그렇게 큰 이슈인 것인가? 그 이유는 미국이 제공하는 항해의 자유라는 대외무역에 있어서의 안전망이 냉전의 종식과 함께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글로벌 교역 (원자재 등을 포함한)은 미 해군의 압도적인 무력에 기반하여 안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정책은 냉전의 종식과 함께 고립주의로 그 방향이 선회하고 있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고 해서 좋았던 옛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라. 외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내부의 정치 노선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대외정책에 있어서 개입주의가 외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흐름은 에너지 수급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국제 무역망 접근 그 자체가 위기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한국이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석유가 이란과 맞닿아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여 수급되는 현 상황 속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앞으로 한국의 대외 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순히 중동 지역의 특정 무역로가 아닌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요충지로 기능하고 있다. 먼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통과하는 일일 글로벌 원유 수송량은 일일 2,100만 배럴 정도다. 이는 전 세계의 액상 형태 원유 소비에 있어서 21% 정도를 차지한다. 또한 액상 천연가스 전체 시장 물량의 1/4 정도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고 있다.



3.png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지역 주요 파이프라인, EIA


한국의 경우 현재 전체 원유 (정제 등) 물량의 65%를 중동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은 오랫동안 지정학적인 리스크의 분산을 위해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있으나, 운임료와 운송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급만큼의 효율을 보여주는 대체 수입국의 지위를 보여주는 국가는 아직까지 없다. 이는 한국이 에너지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것을 넘어서 기존 운송망에 대한 안전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매우 높아짐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질서 유지로부터 빠져나가는 미국의 사라져 가는 영향력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협상만으로 핵심적인 에너지 안보 전략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앞으로 한국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공세적인 방향을 강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참고문헌


[1] 강진규, “美 "한국에 묶인 이란 돈 70억弗…JP모간 통해 백신 구매 결제해라"”, 한국경제신문, 1월 9일, 2021, http://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21010829421&category=NEWSPAPER (accessed January 9, 2021).

[2]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0”, BP, Sep 14, https://www.bp.com/en/global/corporate/energy-economics/statistical-review-of-world-energy.html (Accessed Jan 09, 2020)

[3] US Department of Energy,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 Office of Energy Analysis, Country Analysis Executive Summary: South Korea, Oct, 2020, https://www.eia.gov/international/analysis/country/KOR, (Accessed Jan 9, 2020)

[4] Ibid

[5] US Department of Energy,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 Office of Energy Analysis, The Strait of Hormuz is the world's most important oil transit chokepoint, June, 2019, https://www.eia.gov/todayinenergy/detail.php?id=39932, (Accessed Jan1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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