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들 9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

by Felix Park

0. 안부 II


유학을 다녀오기 이전 다녔던 과거 직장 동기로부터 연락이 왔다. 조금은 일찍 결혼하고 벌써 자라나는 자녀를 보면서 살아가는 그 친구는 나에게 바깥 생활이 어떻냐고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회사 일이 너무 고되어 탈출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조만간 보기로 일정을 잡으면서 많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드라마 미생에서는 바깥은 지옥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작금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안팎으로 사람들이 다 힘든 것 같다.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들어와서 이제 막 가정을 꾸리거나, 꾸릴 때를 가늠하고 있는 나의 세대도, 그리고 더 윗단에서 자녀를 한창 키우면서, 일을 하고 있는 세대까지 사실 모두가 힘들 것이다. 단지 종류가 다르기에 각자가 어찌할 줄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대략 7-10년 정도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표준화' 된 길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모두가 알만한 기업의 공채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3년 차가 되었을 때, 모두로부터 예외적 혹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회사를 뛰쳐나갔으니까. 하지만,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내가 본 한국의 상황은 본인들의 의지 또는 희망과 상관없이 정해진 길이 사라진 상황이었다. 더 이상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지도가 소용이 없어진 새로운 항로로 들어선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혼란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austin-neill-emH2e5SBifE-unsplash.jpg 같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라도 '방황'과 '탐험'은 엄연히 다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와중에 내가 겪고 있는 힘듬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도 선제적으로 지도를 버리고 스스로의 나침반과 별자리를 보면서 항해를 시작한 사람의 대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가정을 꾸리기 이전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행운에 대하여 다시 한번 감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1. 향수 그리고 변화


가을을 맞이하여 기분전환도 할 겸 향수를 하나 새로 구입했다. 가을, 겨울 옷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면서 너무 낡고 더 이상 몸에 맞지 않는 옷들도 다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되도록이면 간소하게 필요한 것만 사자는 주의지만, 때로는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사치를 통해 앞으로 나아갈 동기를 얻기도 한다. 향수는 그중에서도 특히 구입하는 물건들 가운데 가장 생산성과 거리가 멀기에 가장 큰 사치 중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향수를 사면서 쇼핑몰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깨달았다. 무언가 내가 가진 물건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꿔야 한다고 느끼는 때가 온다는 건, 현재 삶으로부터의 변화가 다시 임박했음을 암시한다는 것을. 항상 그래 왔던 것 같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물건을 아껴서 깨끗하게 쓰지만, 어느 순간 더 이상 지니고 있는 물건들과 나 스스로가 더 이상 맞지 않고, 이를 교체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개인적인 일신상의 변화 또한 항상 같이 찾아왔던 것 같다. 이번에 찾아올 변화의 바람도 그동안의 인내를 보상해주는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변화의 바람은 언제나 내 인생에 있어서 긍정적이었지만, 이번은 더더욱 그렇게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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