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조각들 16

틈틈이 글쓰기

by Felix Park

1. 깊어지는 순간


무엇인가 삶이 의도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인정받지 못함을, 어떤 이는 충분하지 않은 물질적 뒷받침으로 인해, 또 어떤 이는 애정의 결핍이, 그리고 어떤 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삶이 의도대로 풀리지 않음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혹은 이 모든 것들이 복잡다단하게 중첩되어 괴로워하는 이들 또한 있을 것이다.


물론 가끔은 그 어떤 근심과 걱정도 없이 인생을 그저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만난다. 처음부터 그 어떤 것도 부족함이 없었기에, 삶에 있어서 무한히 긍정적일 수 있는 이들. 마땅한 고난이 없었던 그 삶이 아주 옅은 그림자마저 만들지 않는 존재들. 고민과 괴로움마저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아이스크림 가운데 무엇을 골라야 할지 정도인 존재들.


시기와 질투를 하며 바라보기에는 그들은 너무나도 순수하고 선의로 가득 차 있기에 그저 긴장을 풀고 순수한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돌아보면, 나 또한 어떤 이들에게는 그렇게 보일 거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며 마음을 추스른다.


2. 시를 읽는 시간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의 내면으로 침잠하여 돌아보는 시간이 오면, 오랜 시간 동안 찾지 않았던 시집들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서 읽는다. 특히 무언가 명상의 순간으로 이끄는 것이 주로 나의 시선을 붙잡는다. 최근에는 레바논 출신의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필사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많은 내용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호흡을 길게 하고 차분히 옮겨 쓰며 곱씹는 그의 글에서는 삶에 대한 찬미와 있는 그대로의 인정이 묻어 나온다. 특히 삶에서 누리는 자유와 고통에 대하여 보여주는 그의 통찰력은 내가 겪는 당장의 순간순간들을 좀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낮에 근심이 없고 밤에 욕망과 슬픔이 없을 때 그대가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모든 것이 그대의 삶에 휘감겨도 그것들을 벗어던지고 얽매임 없이 일어설 때 그대는 진정으로 자유롭다.

- 칼릴 지브란, 예언자 중 자유에 대하여


paige-weber-4k8-YkV8oes-unsplash.jpg 홀로 있어도 결코 홀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밤길을 걷는 나그네에게는 별과 달이 가야 할 여정을 보여주지 않는가.


그대의 고통이란 그대의 깨달음을 가두고 있는 껍질이 깨어지는 것이다.

과일의 씨도 햇빛을 보려면 굳은 껍질을 깨야 하듯이, 그대 역시 고통을 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 만일 날마다 일어나는 삶의 기적들을 가슴속에 경이로움으로 간직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고통도 기쁨처럼 경이롭게 바라볼 것을.

그러면 들판 위로 지나가는 계절에 언제나 순응해 왔듯이 그대 가슴속을 지나가는 계절도 기쁘게 받아들이리라.

그리하여 그대 슬픔의 겨울들 사이로 고요히 응시할 수 있으리라.

- 칼릴 지브란, 예언자 중 고통에 대하여


3. 별일 없이 사는 거다


이렇게 시를 읽고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런 생각도 든다. 그래 별일 없이 사는 것만으로도 아직까지는 감사할 일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지만, 결국 나에게 주어진 것은 내일이 아닌 오늘이다. 오늘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살아보자.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과 영혼이 따라주지 않아서 애먹는 이 명제의 실현을 위해 오늘도 별일 없이 무탈하게 잘 살고 있음을 인정하자. 하루하루 오늘 점심 뭐 먹지?라는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인생은 결국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하루하루의 최선의 수를 두다 보면 돌아보았을 때, 별일 없이 일단 평균은 했다는 안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하루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목적지라고 생각한 휴게소에 도착할 것이고, 거기서 잠시 쉬면서 다음 여정에 대하여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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