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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x Park Sep 09. 2022

생각의 조각들 24

틈틈이 글쓰기

https://www.youtube.com/watch?v=Zv_8vKBX6mg&list=LL&index=1


1.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으면서도 길다


아무도 그대에게 세월을 되찾아주지 않을 것이며, 아무도 그대를 다시 한번 그대에게 돌려주지 않을 것이오. 인생은 처음 시작한 그대로 흘러갈 것이고, 진로를 되돌리거나 멈추지 않을 것이오. 인생은 소란도 피우지 않고, 자신의 속도를 상기시키지도 않은 채 소리 없이 흘러갈 것이오. 인생은 왕의 명령에 의해서도 백성의 호의에 의해서도 더 길어지지 않은다오. 인생은 첫날 출발한 그대로 계속해서 달릴 것이며, 어디서도 방향을 틀거나 머물지 않는다오. 하지만 그대는 분주하고 인생은 달려가고 있소. 그사이 죽음이 다가오면 그대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죽음을 위해 시간을 내야 할 것이오.

- 세네카,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 


잘 견디다가도 울화가 치솟는 날이 있다. 당신은 그것이 누구의 탓도 아님을 잘 안다. 인생에 있어서 '운'이란 때로는 당신의 노력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무심코 당신을 지르밟으며 그저 지켜본다. 그럴 때마다, 당신은 그것이 결코 누구의 탓도 아닌 '그저 일어난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너무나도 짧다. 물론 어려운 시절은 한없이 길게 느껴지지만, 누군들 그걸 신경 쓰겠는가. 오로지 당사자만이 한없이 답답하고, 이러다가 자신의 쓰임새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그저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이다.


그럴 때마다, 시간의 유한함을 상기하도록 하자. 결국 우리는 언젠가 찾아올 죽음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당신이 지닌 재주가 제대로 쓰이건 그렇지 않건,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지나면 당신을 기억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갈 뿐임을 기억한다면, 어찌하지 못하고 치솟는 울분은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것이다. 화가 치솟을 때는 잠시 숨을 고르고 노트북을 열어 왜 스스로가 화가 났는지에 대하여 글을 쓰도록 하자. 당신이 결코 기분이 태도가 되는 얕은 사람이 아님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도록 하자. 


구슬에 비친 일그러진 형태로 세상을 보지 말라. 고개를 들어 있는 그대로 드넓은 세상을 바라보자


2. 스토아 철학을 읽는 밤


당신은 분명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많을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어찌하지 못해 때로는 주체되지 않는 울분이 가득한 날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당신에게 그럴 때마다 스토아 철학 서적을 읽을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되었든, 세네카의 짧은 에세이가 되었든 그들의 글은 다른 철학자들과 다르게 매우 쉽고 간결하게 당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향에 대하여 논한다. 때로는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잠긴 당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주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세네카의 글을 즐겨 읽는다.


결국 당신의 울분은 당신이 지니고 있는 역량만큼 인생을 충실히 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아주 멀리 놓고 보면 1) 당신이 그만한 역량을 지녔는지 안 지녔는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2) 설령 그만한 역량이 충분히 있다고 하더라도, 장대한 시간의 흐름 (시간조차도 인간이 만든 개념임을 생각하면 그저 간격이라고 하자)을 고려하면 결국 잊힐 따름일 하찮고 얕기만 한 당신이 혼자 지닌 생각의 조각에 불과하다.


3. 의식의 패치워크


글은 결국 생각의 산물이다. 그리고 때로는 그 안에 감정을 싣기도 한다. 감정의 부스러기와 생각의 조각들을 기워서 오늘도 스스로에 대한 그럴듯한 글을 쓰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은 아무래도 세네카가 이야기한 것처럼 죽는 순간까지 계속해나가야 하는 숙제일 듯하다. 이제 당신은 뜨거운 불판 위를 걸어가는 마음의 어지러운 순간을 지나갔다. 이러한 감정적인 순간을 차분히 정돈하면서 새로운 조각보로 만들어 당신의 의식에 새롭게 덧대는 패치워크 작업의 결과물로 삼자.


당신의 감정과 생각의 조각들을 덧대다 보면 당신만의 훌륭한 패치워크 작품이 나올 것이다.


혹시 아는가? 그 결과물이 어느 순간 당신에게 깨달음을 준다든지 혹은 다른 이들에게 한순간의 위로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차근차근 조각보를 덧대는 삶을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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