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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x Park Sep 04. 2022

생각의 조각들 23

틈틈이 글쓰기

1.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


https://www.youtube.com/watch?v=gclIfoghanc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이다. 라디오에서는 태풍 소식이 연일 이어지고, 하늘도 물기를 잔뜩 머금은 구름으로 가득 차있다. 차근차근 무척이나 더웠던 이번 여름을 보내주고, 옷장 속의 가을과 겨울 옷을 꺼내어 옷걸이에 걸어두기 시작한다. 


기대로 가득하지만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봄, 무덥고 습윤한 날씨에 정신 못 차리던 여름을 지나 조금은 정신을 차리고 차근차근 돌아볼 수 있는 가을이다. 올해 가을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무엇을 수확한 해로 기억할 수 있을까? 코로나가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무언가 숨이 막힐 정도의 답답함 속에서 버티고 또 버티는 느낌이다. 과격한 비유를 들자면, 어설픈 애국심과 낭만으로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원병으로 떠난 1차 대전 초입의 젊은 병사가 자신이 생각한 전쟁이 아닌, 끔찍한 참호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노련한 병사가 되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환상은 없다 그래도 앞으로 묵묵히 걷는다


기대하던 눈부신 커리어, 혹은 낭만이 가득할 거라 믿던 삶이란 존재하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 분투하며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 된 지금의 모습을 돌아보면, 삶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을 원석이 연마되어 눈부신 보석이 되는 것과 같이 본래 지니던 꿈이 아닌 새로운 혹은 나도 모르던 꿈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스스로에게 위안이 된다. 어쩌면 여름의 무더위와 치열함은 가을의 수확을 위한 것이리라. 그렇기에 더 많은 수확과 보람을 위해 오늘도 인생의 무더운 여름을 견뎌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2. 신뢰자본


잠시 영국에서 석사 공부를 하던 시절, 그 시절 내가 영국에서 느낀 신기한 문화 가운데 하나는 영국인들이 명절이 될 때마다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 서로에게 값비싼 선물까지는 아니어도 카드를 교환하면서 인사와 안부를 전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영국은 임차를 할 때도, 은행계좌를 만들 때도 모두 보증인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채용도 추천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이를 종합하면 당신이 지닌 연결점들 가운데, 당신이 무언가 중요한 순간을 맞이할 때,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가 영국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자본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신뢰자본이 결국은 결정적인 순간에 당신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스스로의 네트워킹을 만들면서 네트워킹 활동을 단순히 '내가 아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 아닌, 나의 '신뢰자본'을 늘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나의 활동은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잘난 사람, 성공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닌 내가 만나고 연락하는 사람들을 서로에게 소개해주는 주선 역할도 나서서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선을 함에 있어서 매우 신중하게 자리를 설계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신뢰자본은 매우 섬세하게 다루어야 하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예를 들어 A에게 B를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기 전에 이러한 소개 행위가 지니는 무게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역량이 있고 밝은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은 대부분 매우 바쁘다. 이러한 사람들의 시간은 그 자체로 매우 귀중한 자원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서로에게 소개를 하는 자리를 만들 때 나 스스로의 이익을 무작정 고려하는 것이 아닌 그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자리를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심도 깊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네트워킹과 신뢰자본은 매우 연결점이 많다.


아울러 이러한 자리를 만들었을 때, 그분들이 정말로 즐거워하면서 자신들이 가진 자원을 120- 150%까지 드러내며 환담을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가진 신뢰자본을 정말 적확하게 사용했다는 기쁨과 함께 지금의 신뢰자본 소모가 결국은 더 큰 물질적 그리고 더 나아가 심리적인 자본이 될 것이라고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결국 차근차근 기다리며, 이러한 신뢰자본을 쌓다 보면 태풍이 왔을 때 나를 지켜주는 것을 넘어서 태풍을 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태풍이 불면 돼지도 난다. 태풍이 불 때까지 때를 기다리는 것은 너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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