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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 Jun 05. 2016

시행착오가 경력을 만든다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일단 행하자

 최근 읽은 책에서 나왔던 이야기다.


 어느 도자기 공예 교수가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쪽 그룹은 도자기를 많이 만들수록 좋은 학점을 주겠다고 했고 다른 그룹에는 한 학기 동안 만든 것 중 가장 잘 만든 작품 한 점으로 점수를 매기겠다고 했다.

 어떤 그룹에서 더 훌륭한 작품이 나왔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멋진 작품 하나를 만든 집단에서 더 좋은 작품이 나왔을 거라고 답했다.

 하지만 미적 완성도뿐 아니라 기술적인 섬세함에서도 '많이 만든 그룹'에서 최고의 작품이 나왔다. 부담 없이 도자기를 반복해서 빚으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된 결과였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려 애쓴 학생들은 고민도 많이 하고 계획도 세웠지만, 실제로 만들어본 연습이 턱없이 부족해 실력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제출한 작품의 완성도도 많이 부족했다.


 나 역시 최고의 작품 하나를 만든 그룹에서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 예상했다. 평소 나의 행동양식도 그러하다. 무언가를 행하기 전에 고민하고 계획부터 세운다. input 대비 output의 효율을 계산하느라 아예 시작하지 않는 일도 허다하다.




시행착오는 겪을 수밖에 없다


 본래 성향이 철저히 계획적인 건 아니었다. 뭐든 시작은 자유롭고 즉흥적인 쪽에 가깝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안 하는 거 보단 낫다는 주의였다. 결정하고 선택하고 행하는 데에 크게 망설임이 없었다.


 엄마가 되고 나니 내 선택이 자식-엄밀히 따지면 타인-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거라는 엄청난 무게감을 느낀 후부터 달라졌다. 아이에게 주어진 황금 같은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 시행착오 없이 지름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각종 강연과 육아서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양육 방안을 세웠다. 이대로만 키운다면, 계획대로 커준다면 우리 아이는 엄친아가 될 것 같았다.


 계획은 계획일 뿐, 막상 겪어보니 아이와 나의 성향이나 우리 가족의 가치관이나 상황에 맞게 끊임없이 수정하게 된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수정하고 실행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는다. 해보지 않았으면 결코 몰랐을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지 않겠다는 그 자체가 오산이었다.



  

그럼에도 육아의 시행착오를 줄이려고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고 선택하여, 어떤 환경을 제공할 것인가는 오롯이 양육자의 몫이다. 아이들이 어릴수록 그렇다. 그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휩쓸려 다니지 않고, 필요한걸 얻어내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스스로 알아보는 것이다. 타인에게 좋은 게 나에게도 반드시 좋으리란 법이 없다. 광고나 홍보를 가려내는 판단력도 필요하다. 지인이나 인터넷의 평은 참고만 한다. 아이들의 책과 교구 등을 사거나, 기관을 정할 때에는 반드시 직접 눈으로 보고 정보를 확인했다. 그러면 뻔히 비교가 되니 고민할 필요 없이 선택이 쉬워진다. 다음번에 선택을 할 때의 안목도 추가가 된다.


 아이들에 관한 일은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관찰하는 내가 고민하고 결정한다. 그 과정에서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모두 남편과 공유한다. 기본적으로 양육의 근간은 가정이고, 가정의 중심은 부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건 당연하고도 대외적인 답변이고, 실제로는- 다소 중요도가 있는 결정을 할 때 보다 수월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남편의 협조가 꼭 필요하거나 큰 돈을 써야 하는 그런 일들.) 그럴 때마다 매번 남편에게 지난 히스토리나 향후 로드맵을 설명하고 설득하기는 힘들다. 혹은 "난 잘 모르니 당신이 알아서 해."라는 말을 들으면 섭섭할 거 같다. 애는 나 혼자 키우냐! 면서. 그러니 평소에 다 이야기를 해두면 남편이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의사결정에 보탬이 된다.

  

 지금까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고, 그 반대를 버리는 행보를 이어왔다. 되게 자신 있게 걸어왔다. 그런데 가끔은 이게 정말 맞는 것일까, 현실과는 동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안개 속을 홀로 헤매고 있는 기분이 든다. 특히 첫째 아이의 교육에 대해 고려할 시기가 도래하니 더욱 그렇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이러니, 아이들이 커갈수록 이 고민이 얼마나 더 깊어질지 상상도 할 수 없다. 헷갈릴 땐 훗날 지금의 결정을 후회할지 생각해본다. 그럼 답이 나온다. 지금은 아기들과 더 많이 웃고 뛰어놀고, 맛있는 것을 나눠 먹고, 살을 맞대고 비비며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데에 실컷 여유를 부려야 할 때라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의 위치는 엄마가 된 뒤 지난 4년 가까이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인 거다. 계획한대도 인생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렇다고 제자리에 서있거나, 시간이 흐르는 대로 될 대로 되자고 맡겨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헤매며 어디에 가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치열한 고민과 공들인 시간들은 고스란히 '엄마 경력'과 '아이들'로 남아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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