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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 Jul 13. 2016

때리면 걱정되고 맞으면 속상하다

아이들끼리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그래도 없으면 좋은 일

 "A야, 너 어제 우리 B 때렸니? 왜 그랬어? 다음부터는 말로 해."


 큰 아이 등원 길에 같은 반 엄마가 마주치자마자 아이에게 말했다. 말투는 조근조근 했지만, 얼굴을 보자마자 급하게 쏟아내는 거 보니 내내 벼른 모양이다.


 "어제 A가 C랑 실랑이를 하다가 때렸는데, 옆에 있던 우리 B도 덩달아 맞은 모양이에요. 선생님이 A랑 C는 화해를 시켰는데, B는 사과도 못 받고 속상했는지 집에 와서 서럽게 울더라고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니 아이는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아니라고 쏘아붙였다. 마침 버스가 도착하여 아이에게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 


 B의 엄마에게는 B가 속상 했겠다며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아이에게 직접 말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얘기해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뱉으려다 말고 삼켰다. 사과한 진심이 흐려질까 봐서.




 1. 큰 아이가 동생을 가끔 때리는 일은 있지만, 밖에서는 누군가가 자기를 불편하게 해도 싫다는 말조차 잘 못한다. 그런데 친구를 때렸다고? 의외였다.


 2. 정말 '때려서' 문제가 될만한 상황이었다면 원에서 아이들을 중재한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을 텐데, 그런 이야기를 듣지 못했으니 큰 일은 아니라고 생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정말 다른 사람을 때린 일이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는 있었다. 그래서 하원 시간까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기다렸다.




 오후에 아이를 만나 다시 물었다. 아침에 B의 엄마가 한 얘기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B와 C를 때린 일이 있는지. 그런데 아이는 잘 모르겠다며 "나는 B를 민 적이 없는데, 왜 B가 그런 말을 했지요?"라고 했다.


 없던 일이라 기억을 하지 못하는 건지-그러기엔 B의 엄마가 묘사한 상황이 너무 구체적이었고-, 혼날까 봐 말을 하지 않는 건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확실하게 해두는 게 좋을 것 같아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다. 전후 사정을 이야기하며 아시는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의아해하며 A가 C와 싸워서 화해시킨 일은 없다고 했다. 오히려 둘이 서로 좋아하며 친밀하게 지낸다고 했다.


 평소 친구들을 때리는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A가 굉장히 밝고 긍정적이며 공격적인 성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A가 활동 중에 살짝 치고 지나갔거나 그런 일을 B가 때렸다고 기억할 수도 있으니, 내일 아이들하고 잘 이야기해보겠다며 걱정 말라고 했다.




 아이들은 100% 사실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건 우리 큰 아이도 마찬가지다.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대로 각색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에겐 그게 진실이다. B도 서러워하며 그렇게 이야기 한 이유가 분명 있었을 거다. 


 B의 엄마에게는 따로 해명하지 않기로 했다. '왜 그랬냐'는 화살이 B에게 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찌 됐건 큰 아이가 친구를 때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난 안도했고,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일방적으로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강요하거나, 진실을 말하라고 다그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는 B가 잘못 알았나 보다고, 하지만 너도 모르게 섭섭했을 수도 있으니 그런 일이 있다면 말해달라고 하라고 했다. 그리고 너 역시 앞으로 무슨 일이 있건 엄마에게는 말을 해줘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런데 선생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설마 C가 남자야?"

 "응"

 "헐, 너 걔랑 친해? C가 좋아? 엄마가 좋아?"

 "히힛, C도 좋고, 엄마도 좋아."

 "야! 벌써 그러는 게 어딨어. 엄마가 제일 좋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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