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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종이인형 Feb 02. 2024

이직하지 않고 커리어 계발한 이야기

꽤 많은 분들이 커리어 계발을 위해 회사를 이리저리 옮겨다니고는 합니다. 


오늘은 이직하지 않고 커리어 계발했던 것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모든 회사에서 가능한 방법도 아니고,

저도 쉽게 커리어를 쌓은 것은 아닙니다. 


물론 조직변경이라는 타의에 의한 업무변경도 있겠지만, 

가끔은 배수의 진처럼 퇴사까지 결심해야 원하는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됩니다. 


제 커리어는 관리회계(저희 회사는 지원부서라고 부릅니다) 부터 시작합니다. 

전공이 경영이었는데, 말로하는 마케팅보다는 숫자로 하는 회계/재무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원래는 은행권 기업금융 또는 컨설팅쪽으로 취직할 계획이었고

단 3명을 뽑는 A은행 기업금융에 어렵게 합격도 했습니다.

(이니셜을 쓰면 너무 티나므로...) 


그런데, 사람일은 모르는 법. 

교수님께서 자꾸 지원하라고 독촉한 회사가 있어 등떠밀려 지원한 글로벌 회사에'도' 합격하게 됩니다. 


"글로벌" 회사라는 타이틀에 혹했는지, 

'여자라면 은행을' 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반항심이 생겼는지 

A은행 인사담당자의 전화에도, 가족들의 만류에도 고난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어린 그때는 은행권과 현재 회사의 연봉 차이가 그렇게 큰 지 몰랐습니다...ㅠ_ㅠ 쥬륵) 


그리고 시작하게 된 ①관리회계 업무는, 예산/결산 등의 업무였는데, 

제가 대학때 생각한 회계/재무와는 다른 업무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약간 제 성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매출과 비용을 보다보니 Back office가 아닌 영업/마케팅. 즉, 실제적으로 매출을 만들어 내는 Front job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전배를 신청합니다. 


그 과정이 쉬웠을까요? 

관리회계가 맞지 않다면 일반회계를. 등등 그 부서 안에서 저에게 맞는 업무를 찾아보시라며 

이것저것을 권하셨습니다. 

윗분들이 배려(?)해주시는데, 배신(?)을 할 수는 없으니 묵묵히 해봅니다.

그래도 역시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4년이 지나고, 정말 굳건히 마음을 먹습니다. 저에게는 이 때가 첫 배수의 진이었습니다. 

배수의 진을 친 자의 눈빛은 확실히 다른가봅니다.

그렇게 말씀드릴때는 안된다고 하시더니. 


드디어 마케팅으로 갑니다. 

마케팅에서 처음 담당한 업무는 ②상품기획 입니다. 

현재까지 해 본 업무중에서 객관적으로 Value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업무가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저는 상품기획 업무라고 하겠습니다. 

개발과 디자인, 지원부서와 협의에 협의를 해야하고,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이 되었든) 제가 기획한 제품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입니다.


IFA라는 전시회에 출품도 하고, 

Good Design Award도 받습니다. 

가끔 어설픈 컨셉으로 특허도 등록하고요 


상품기획을 하다보니 런칭 역할을 강화해야하는 조직변경에 따라 

③글로벌 제품관리자가 되었습니다.

각 지역에 제품을 도입하는 업을 하였습니다. 글로벌 라인업 전략을 수립합니다. 

주로 유럽 위주 담당이었고, 1년정도는 북미도 담당했습니다.


이젠 직접 영업관리가 하고 싶어집니다.

영업관리는 영업/마케팅에서 가장 힘들기 때문에, 다들 주재원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면 기피하는 부서입니다. 따라서 부서 전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④지역영업관리자가 되었습니다. 

가격전략, 거래선협의, 법인협의 등의 업무를 하다보니, 좀 더 현장에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몇년을 죽도록 일해서 드디어 ⑤법인영업주재원이 되었습니다.

제가 기존에 담당했던 사업뿐만 아니라, 추가로 두가지 종류의 사업을 추가로 담당하게 되어

정말 쉴 새없이 정신없이 일하는 시기였습니다.

좋은 현지인력들이 있었기에 많이 배우고 현장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영업 주재원으로 있는 동안 전례없던 '팬데믹'이 옵니다. 

매장은 모두 문을 닫고, 여태까지 해왔던 영업방식들이 먹히지 않습니다.

온라인이 급부상을 하고 언택트가 떠오릅니다. 

이 때 저는 앞으로는 온라인 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온라인 활용도가 일정수준이상으로 강제로 올라갔기 때문에

시장은 이전과 같이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귀임을 하면서 온라인 부서를 희망했지만, 이런저런 상황때문에 기존부서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D2C(Direct to Customer)분야에서 사내 Job posting으로 인력을 모집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부서이동은 기존 부서분들에게는 역적같은 일이라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었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그리, 제가 업무를 변경하면서 늘 해왔던 일은, 

기존 부서분들과 현재 부서분들의 업무 갈등 또는 오해가 생겼을 때 양쪽의 입장을 서로에게 설명하여 

갈등조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도 기존 전통적인 거래선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인력들에게 D2C의 중요성과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 지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이동을 결심합니다. 


최종합격하여 ⑥D2C 캠페인 매니저가 됩니다. 

캠페인 매니저에서 B2C Biz 디렉터를 거쳐, 지금은 고객 Retention기획 리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D2C라는 분야가 저에게는 생소하여 많이 헤메고 있고 아직도 계속 공부하는 중이지만, 

공부하면 할 수록 더 많이 공부해야한다는 생각이 드는 분야라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관리회계-> 상품기획 -> 글로벌제품 -> 지역영업 -> 법인영업주재원 -> D2C


저는 제 커리어를 점점 고객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이 좋은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좋은 점은,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여러개의 부서를 차례대로 경험했기에

각 부서의 사일로 포인트나 해결법에 대하여 다른 분들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업무해결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전체적인 그림도 머리에 그려지고요. 


물론 회사를 이직하면서 커리어를 쌓는다면 연봉은 많이 오르겠지만, 

저처럼 한 회사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build-up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제 경우를 공유해보았습니다. 


사진: Unsplash의Scott Gra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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