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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by 까칠한 종이인형

엄마.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감정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리움, 따뜻함, 포근함, 든든함, 아련함 등등


하지만 ,엄마가 '될' 또는 '되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감, 책임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아이를 곧 낳거나 또는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는 더 크게 와 닿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를 완전히 다 키운 것은 아니지만, 약간 중간(?)에 있는 사람으로서

중간 정산처럼 경험을 공유해 본다면,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습니다 ;) �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니.

이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엄마가 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특히 일하는 엄마, 워킹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저야 워낙 옛날 사람(?!)이다보니

임신했다는 자체만으로 고과도 못받고,

법정 감염병이 창궐해서 고위험군이라 출장 안가고 화상회의로 일한다고 구박받아서, 출장 한 번 갔다가 바로 터미널에서 신종플루 걸리고,ㅜㅜ

무리하게 일하다가 하혈해서 유산 방지 주사 맞으러 급히 병원가고,

등등으로 승진도 한 번 누락되고,


낳기 전부터 파란만장하게 여러개의 허들을 지나와야 했지만,

지금은 그나마 예전보다 배려가 많아진 편이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임신이 끝이 아니죠.

출산을 하고 나면 앞으로 쭉 고생길입니다.

아이 낳아보신 분들은 다 아는 그 유명한 문장

"내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 ㅎㅎㅎ


육아. 또 육아.

도대체 누가 육아휴직하고 오면 잘 쉬고 왔다고 망언을 하는 건지.


특히 아이가 어렸을 때는,

자주 아프고, 일찍 끝나고, 챙겨줘야할 것도 많고...

내가 직장생활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라는 자괴감

엄마가 되어서는 애도 제대로 못챙긴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정말 괴롭지요. 정말 괴로웠습니다.


가끔은 도망치고도 싶었고,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자체가 또 너무 죄스럽고

하지만, 내 일은, 내 커리어는 지키고 싶고

세상이 다 원망스럽고 화도 났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분노하면서 시간이 조금 지나면 아이는 엄마의 손을 아무래도 덜 타게 됩니다.

'덜' 타는 것이지 안 타는 것이 아닙니다.

좀 사람이 된 것 같다 치면 교육. 입시, 학원, 학교 행사 등등

정말 끝도 없습니다.

챙겨야할 것은 끝도 없고, 그에 따른 고민의 수준도 달라지지요.


그리고 회사에서의 워킹맘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그렇게 막 좋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 아이라는 존재가 저를 살게 하고,

저를 어른으로, 그리고 더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애 앞에서 찬물도 못 마신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입니다.

그래서 아이 앞에서는 행동도 말투도 좋은 것만 하게 되는 압박(?)이 생깁니다.


그리고, 어른인 혼자였을 때는 세상 무서울 것도 못할 것도 없었던 저에게

세상이 얼마나 어렵고, 또 수많은 변수로 가득찼으며

마음대로 또는 계획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그렇게 되면서 뾰족한 사각형이었던 제 성격은 어느새 모서리가 둥글둥글해지며, 타인을 좀 더 이해하거나 배려하는 마음이 커지게 되었습니다.


그것보다 더 엄청난 사실은,

그냥 제가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아무런 조건없는 신뢰와 사랑과 믿음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감정은 뭐라 표현하기 참 어렵습니다.

가슴이 벅차고, 두근두근합니다.

아이가 웃는 모습에 이유없이 행복해지고,

아이가 아프면 내가 더 아프고 마음이 미어집니다.

세상에 어떤 존재가 나때문이 아닌 이유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줄까요?


이렇게 그렇게 엄마가 되고 있다 보니

엄마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아니, 저는 소중한 우리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너무 행복합니다.

아니, 제 아이가 저의 아이로 태어나준게 너무 감사합니다.


그러니,

세상의 모든 엄마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으니

다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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