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연극이 되는 순간

나를 만든 동아리-음향

by 참치

너도나도 일상 vlog를 찍어 유튜브에 올리며 1인 크리에이터가 대세가 되며 초등학생들의 희망직업 5위안에 유튜버가 있을 정도다.

나 또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 올해 초 인턴을 시작할 때 유튜브를 시작해야지 마음을 먹고 이런저런 영상들을 마구잡이로 찍어보았다. 영상들을 찍고 필요한 부분들만 자르고 이어 붙였는데 제법 그럴싸해 보이는 영상이 나왔다. 하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바로 “음악”. 음악을 넣었더니 내 평범한 일하는 일상이 다시 보게 되는 흥미로운 일상이 돼있었다.

음악, 음향은 연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연출이 배우들의 연기를 신경 쓰면서 동시에 전체적인 흐름에서 주의 깊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며 연극의 맛을 배가 시키는 데는 음향의 힘이 굉장히 크다.

연극에서의 음향은 크게 4개로 나뉜다. 관객맞이, 효과음, 암전, 관객몰이

앞서 말한 유튜브처럼 평범한 일상이 드라마나 영화 같은 특별한 순간이 되는 건 일상 모습에 음악을 입히면 된다. 드라마나 영화와 다르게 우리의 실제 일상엔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 첫 키스의 순간 종소리가 들린다거나, 첫눈에 반할 때 Natalie cole의 L-O-V-E노래가 들리는 게 아닌 것처럼. 우리의 일상은 각종 소음과 음향으로 차있지만 드라마나 영화 같은 순간들은 아니다. 대신 연극에서는 그 감정들을 전 후에 배가 시켜주는 장치들로 음향을 활용할 수 있고 관객은 암전 음악에 흐느낌을 감추는 식으로 음향을 활용할 수도 있다.(음악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대사에 잔잔하게 깔아주는 BGM으로 음향을 넣어줄 순 있지만 연극에서 난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굳이 BGM을 넣지는 않는 편이다.)

우선 연극의 가장 첫 번째 장치로 관객맞이 음악이 있다. 보통 아무 노래나 넣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생하는 캐스트들에게 노래 선곡을 받는다. 캐스트들의 긴장감을 덜어줄 수 있는 곡이면서 동시에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며 연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는 신나는 곡을 보통 관객맞이 노래로 정한다. 연극의 주제나 목표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밝고 산뜻한 음악이 많이 나온다.

그다음 각종 효과음은 시대적 배경, 소품에 알맞은 효과음을 온갖 사이트를 뒤져가며 찾아온다.

그다음 암전 음악이다. 연극에는 암전이라는 장치가 배우들이 다음 장면을 위해 준비하고, 시간적, 공간적 흐름의 변화가 생길 때 사용하는 연극적 장치이다. 이 암전 음악은 소리가 비는 부분이 없어야 하며 크고 그 전후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서 넣는다.

그리고 마지막 관객몰이 음악은 연극이 끝났음을 알리는 음악으로 템포가 빠른 음악으로 혹은 극의 주제에 알맞은 음악으로 끝맺는다.

음향이 연출의 디렉션을 듣고 주로 찾는 건 암전 음악과 효과음이다. 초반에 연출의 디렉션은 보통 이렇다. “#6 씬 암전 10개, 전화 벨소리 5개 찾아와”실은 이렇게 요구하는 것은 참 음향 입장에서는 난처하다. 어떤 음악을 원하는지 연출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무작정 찾아오라고 요구를 한다. 음향을 적절한 것으로 찾아오려면 그 10배, 20배 되는 양의 음악을 들어야 몇 개를 구할까 말까 한다.

다양한 전화 벨소리부터 초인종 소리 등을 수십 개씩 들으며 가장 어울릴 것 같은 것으로 찾아오고 암전 음악은 사람 목소리가 없는 중간에 정적이 없는 음향을 찾는다. 암전 음악을 찾다 보면 온갖 드라마와 영화 OST를 다 듣게 된다. 너무 유명한 드라마, 영화 OST의 음향은 오히려 연극의 몰입을 방해하니까 최대한 유명하지 않은, 아무도 모를 것 같은 부분까지 들어가 고민하고 찾아내야 한다. 양을 모르고 질을 논할 수 없는 것처럼, 충분한 양이 모이면 질이 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헤드셋을 끼고 외로운 음악과의 싸움을 질리도록 연습기간 동안 해서 듣고 찾아내고 나면 음악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을 정도의 상태가 된다. 그렇게 고생해서 찾아낸 음향들은 정말 소중하고 귀하다.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 음향은 첫 연극 때 관객맞이 playlist 중 연극 직전에 나오는 노래로 수없이 무대 뒤에서 들었던 제이래빗의 happythings 그리고 두 번째 연극에 거의 모든 관객을 울렸던 암전 음향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이다. 여전히 이 두 노래를 들으면 연극을 할 때 그 연극이 생각나고 그 음향에 빠져서 듣게 되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나의 대학시절 모든 방학이 연극 한 편 한편으로 기억이 되는데 다른 사람들에겐 그냥 흔한 노래일 뿐인 음향도 내가 했던 연극에 나온 음향을 들으면 그 연극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된다.

일상이 연극과 같은 순간이 될 때는 언제일까? 평범한 일상이 드라마나 영화같이 극적이 되는 데는 무엇이 필요할까?

드라마에서도 간혹 음악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의 박모건(장기용)이라든지 “또 오해영”에서 박도경(에릭)과 같은 음악이 삶에 뗄 수 없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특별한 일상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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