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없다.
“만약에 우리”라는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할 거리도 정말 많고, 옛날 생각도 많아 나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냐? 에 묻는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올랐던 장면은 가영이 은호의 연락처를 지우며 버스 안에서 우는 장면이 와닿았다.
나와 닮아있어서 인상이 깊었나? 생각했지만 정반대로 나는 그러지 못해서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전화번호를 외우는 거부터였다.
그래서 나만 먼저 전화번호를 외우고 그녀의 번호는 단축키로 안 해놔도 전화 걸 수 있게 해 두고 여기저기에 비밀번호에도 그녀의 연락처로 해두었다.
연락처를 지우며 너무나도 슬프게 우는 그 모습이, 내 머릿속에서 그녀의 전화번호를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버려 몇 날 며칠을 울던 내 모습이 생각이 나서 인상 깊었다.
그다음 영화 보면서 다가왔던 장면은 정원이 강민재와 바다를 놀러 갔다가 민재의 엄마를 만나고 나서 들었던 말이다. 호구조사를 했다고, 그러면서 돈이 없어도 가정환경이 비슷한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데 옆에서 입 꾹 닫고 있는 민재.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란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난 어렸었다. 엄마도 민재의 엄마와 같은 말을 하고, 난 그걸 너에게 전달했었다. 영화에서 정원의 반응처럼 그래서 뭐? 어쩌라고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할 텐데 너는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는 건 이미 훌륭한 홀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것인데. 난 뭐 하자고 그런 말을 전달했을까.
그다음은 은호가 정원을 의심해서 건축사 일 하라고 할 때 정원이
“너 만나고 눈물이 많아진 게 진짜 싫어 지쳐 힘들어”라고 하며 참다가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한 부분.
눈물 흘리지 않게
마지막에 만약에 질문들을 하고 나서 정원이
그 시절에 자신의 집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한 부분
나도 꽤 오랜 기간 집이 없었다. 집이라고 하는 공간의 정의를 한참을 헤맸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좀 알게 된 것 같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들이 다 같이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집. 같다.
은호의 게임에 대해 피드백을 해줄 때
남들이 보기에 재미없어 보여도 우리는 평탄하게 살자
던 정원의 말처럼 평탄하게 하루하루 주변 사람과 함께 사는 게 중요한 인생이다. 내 세계에서 이미 5년 전에 놓쳤던, 아니 놓았던, 서로 놓아줬던, 그녀를 여전히 생각한다.
한 사람에게 더 잘해 줄 수 있게 된 건 그때의
우리가 함께 보냈던 시간들 덕분이라고
리셋해서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갈까
보고 있어도 보고 싶었던 그때로?
고생했지만 장거리로 2-3주에 한 번씩 보던 그때? 난
프랑스 다녀왔는데 넌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나 봐
다행이야. 평탄한 삶을 잘 살고 있어 보여서.
정원의 말처럼.
헤어져도 친구처럼 가끔씩은 보자.
그렇게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