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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속 대인관계 지도(1)

우리반 관계지도(구글 앱스스크립트)

교실 속 '관계 지도' 그리기 (우리 반 관계지도)

오늘은 내가 교실에서 시작한, 조금은 특별한 프로젝트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바로 우리 반 아이들의 '교우관계 지도'를 직접 만들고 활용한 이야기이다.

선생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아이들의 성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친구 관계라는 것을. 겉으로는 해맑게 웃고 있어도, 혹시 속으로 외로워하거나 친구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이는 없을까? 늘 궁금하고, 또 걱정이었다. 매일 함께하며 관찰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갈증이 있었고, 거기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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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프로젝트, 왜 시작했나? (나의 작은 고민에서 출발)

나는 아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연결고리를 '보고' 싶었다. 누가 누구와 마음 편히 이야기하는지, 누가 누구와 점심을 함께하는지, 혹은 누가 학급에서 조금은 외떨어져 있는지 말이다. 고등학생들은 특히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데 서툴다. 그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어요!"라는 대답만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했다.


그런 어느날 아이들이 와서 말했다. 선생님! 사실 우리반은 겉으로 보는 것 만큼 친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라고....

그래서 생각했다. '데이터로 관계를 파악하고, 시각적으로 그려보면 어떨까?' 구글 폼즈로 설문조사를 만들고, 그 응답을 구글 앱스 스크립트로 가공한 뒤, 웹에서 그래프로 보여주는 그림을 그렸다. 학생들의 관계를 한 장의 '지도'처럼 볼 수 있다면, 훨씬 더 섬세하고 실질적인 지도가 가능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게 바로 '우리반 교우관계 시각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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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상치 못한 변화들 (지도를 통해 얻은 통찰)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과연 이 '관계 지도'가 아이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보이지 않던 아이들'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활발한 아이들 틈에 가려져 있던 조용한 친구의 외로움, 혹은 겉으론 평범해 보여도 학급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숨은 리더의 존재를 데이터는 명확히 보여주었다. 특히 관계가 적거나, 다른 친구들이 '어색한' 감정을 표현한 아이들에게는 즉시 개별적인 관심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갈등의 '씨앗'을 미리 발견하는 기쁨을 얻었다. 그래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정적 감정'의 선들을 보면, 어떤 아이들 사이에 미묘한 불편함이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기 전에 개입하여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조언을 해주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다.


'맞춤형 정서 지도'의 문이 열렸다. 이제 "친구랑 잘 지내야지!"라는 막연한 말 대신, "OO이가 너를 많이 의지하는 것 같은데, 너는 그 친구에게 어떤 마음이 드니?"와 같이 아이의 실제 관계에 기반한 구체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의 자기 인식 점수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아이들에게는 격려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긍정적인 관계를 더 키워주는 '촉진자'가 되었다. 인기도가 높은 아이들, 즉 학급의 '인싸' 친구들이나 긍정적 감정으로 얽힌 아이들을 활용하여, 소외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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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전체의 분위기를 진단하는 '나침반'이 생겼다. 관계망의 밀도나 그룹 형성 등을 통해 우리 반의 응집력과 전반적인 분위기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팀 빌딩 활동이나 협동 학습 등을 기획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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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래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냐고? (나의 지도 철학)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재미있는 그래프'가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중요한 도구이자 나의 지도 철학이 담긴 결과물이다.


개별 학생 상담의 깊이를 더한다. 상담 시간, 아이의 관계 지도를 참고하며 아이의 눈높이에서 공감하고 지지한다. 혹시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는지, 어려울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함께 이야기한다. 물론, 아이의 관계 정보는 본인의 동의 없이는 절대 공유하지 않는다.


'관심 필요 학생'을 먼저 발견하고 다가간다. 관계가 적거나, 부정적 감정 링크가 많거나, 자기 인식 점수가 낮은 아이들은 자동으로 '특별 관심 학생' 리스트에 오른다. 그 아이들에게 어떤 친구를 연결해 줄지, 어떤 소그룹 활동이 필요할지, 혹은 개인적인 상담으로 다가가야 할지 구체적인 지도 전략을 세운다.


관계 개선 워크숍을 기획한다. 갈등 관계가 두드러지거나, 관계 불균형이 심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감정 표현 훈련, 소통 기술 증진 방법 등을 함께 고민하며 관계 개선을 돕는다.


학급 활동 및 자리 배치에 참고한다. 모둠 구성이나 자리 배치 시, 아이들의 관계 패턴을 참고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을 만들거나,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는 데 활용한다.


주기적인 변화를 추적한다. 학기 초, 중, 말에 주기적으로 설문을 진행하고 그래프를 업데이트한다.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지, 새로운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관찰하며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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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그램은 나에게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이 되어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감정과 관계망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여러분도 직접 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그 구체적인 제작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풀어볼까 한다.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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