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보이스
작은 앱 하나가 교실에 가져온 놀라운 변화 - '세계시민활동' 앱을 마치며

안녕하세요! 얼마 전, 저는 코딩 지식 하나 없이 학생들과 함께하는 작은 웹 앱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은 '세계시민활동'. 학생들이 학교생활 속에서 발견한 문제점이나 칭찬할 만한 선행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제가 포인트를 부여하고 레벨을 올려주는 간단한 챌린지 앱이었죠.
처음에는 '디지털 시민 교육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즐겁게 받아들일까?'라는 소박한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기술적 시도가 한 학기 동안 우리 반에 가져온 변화는, 때로 교실에서 마주하는 작은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오늘은 그 여정과 교육적 성찰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카메라 렌즈'로 세상을 다시 보다
(포토보이스 활동)
활동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아이들의 '시선'이었습니다.

이전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복도의 쓰레기, 친구의 작은 친절, 급식실의 남겨진 음식물들이 어느새 아이들의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문제 해결'과 '선한 영향력'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죠.
"선생님, 저 복도 끝에 전등이 깜빡거려요. 이것도 문제점이죠?"
"친구가 제가 무거운 거 드는 거 보고 도와줬어요! 이거 '칭찬해요' 맞죠?"
아이들은 점수를 얻기 위해 경쟁하기보다, 우리 주변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소재를 찾는 '보물찾기'에 더 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디지털 기기는 더 이상 단순한 소비의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관찰하고, 문제를 발견하고, 가치를 포착하는 생산적인 '눈'이 되어주었습니다.

'포근지수'가 가져온 긍정의 나비효과
저희는 앱에서 얻는 포인트를 '포근지수'라고 불렀습니다. 이 작은 이름 하나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누가 더 높은가'의 경쟁이 아니라, '우리 반의 포근함이 얼마나 쌓였나'라는 공동의 목표가 생긴 것입니다.
'우리들의 빛나는 순간들'이라는 이름의 공개 피드는 이러한 변화에 불을 지폈습니다. 한 친구가 올린 '분리수거를 돕는 사진'은 다음 날 다른 친구의 '사물함 정리를 돕는 사진'으로 이어졌습니다. 보이지 않던 선행들이 앱을 통해 공유되고, 칭찬받고, 또 다른 선행을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나비효과가 교실 전체에 퍼져나갔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칭찬 스티커'를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이 단순한 개인의 선행을 넘어, 공동체에 영감을 주는 의미 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이는 디지털 시민으로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갖고, 긍정적인 온라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실질적인 훈련이었습니다.
기술을 넘어 교육을 돌아보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저는 교사로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무엇을 가르칠까'에 집중하지만, '어떤 판을 깔아줄까'가 때로는 더 큰 교육적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작은 앱은 거창한 교육 이론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선한 시민으로 살아볼 수 있는 작은 '놀이터'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은 그 안에서 스스로 문제를 찾고, 행동하고, 공유하고, 성찰하며 교사가 의도했던 것 이상의 가치를 스스로 배워나갔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학생 주도성(Student Agency)과 살아있는 인성 교육이 아니었을까요?
Firebase라는 도구를 활용해 직접 앱을 만들어 본 경험은, 교사 역시 학습자이자 창조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의 작은 시도와 서투른 코딩이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가장 위대한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교실의 작은 변화를 꿈꾸고 계신가요? 거창한 계획 대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작은 기술의 '판'을 한번 깔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 여러분의 교실에서도 상상 이상의 작은 기적들이 피어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