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듣고 있나요?

by 글짓는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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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구멍이 있어야 할 자리에 뭔가 소리를 지르거나 울부짖는 듯한 입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으니 혼란스럽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듣겠다고 하면서 제각기 저 하고 싶은 소리만 해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닫힌 귀로 제대로 듣지도 못하면서 자신이 하고픈 소리만 한껏 내지르는 꼴입니다.


입은 자신의 생각과 뜻을 뱉어 전달하는 '나' 혹은 '자기중심적'인 몸의 기관입니다. 반대로 귀는 타인의 생각과 뜻을 고스란히 전해 듣는 '이타적' 기관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귀 안에 들어 있는 입, 또는 입을 둘러싸고 있는 귀의 이미지가 전하는 메시지는 어쩌면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행위라는 뜻이 아닐까요.


든든한 관계를 위해서 우리는 나를 전하는 일보다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좋은 대화법의 기본은 먼저 듣고 나중에 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요.



김기연 <레코드를 통해 어렴풋이>





귓구멍을 막고 있는 입, 다소 기괴해 보이는 그림이다. 처음 이 그림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기발하다는 감탄을 했다.


그 뒤에 뒤따라온 것은 '나는 제대로 듣고 있나'라는 생각이었다.


관계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말을 잘하는 것보다는 잘 듣는 일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경청의 힘'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겪어본 바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었다.


첫째, 모든 이야기를 자기에게로 끌어가는 블랙홀 유형.

자기중심적인 대화만 하려고 하는 주인공형이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그 소재를 낚아채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소개팅하는 2시간 내내 자기 이야기만 하는 분을 만나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둘째, '다음에 무슨 말 하지?' 유형

겉으로는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 같지만, 머릿속으로는 다음에 무슨 말을 할까 하는 생각으로 바쁜 사람들이다. 이런 유형과는 대화를 해도 결국 각자 자기 이야기만 하게 되기 때문에 진정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셋째, 영혼 없는 리액션 유형

응 그랬구나, 어 그래, 네네, 시도 때도 없는 끄덕끄덕.

적절한 리액션은 대화를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영혼 없는 리액션은 안 하는 것만 못하다. 저런 리액션을 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마치 로봇을 상대로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이다.


대화를 할 때는 내 말을 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일단 집중해서 상대의 말을 듣자.


진심을 담은 리액션을 하고, 적절한 질문을 통해 상대가 이야기를 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토크쇼의 진행자가 된 것처럼 해보자.


또한 상대가 힘든 일이 있어서 털어놓을 때는, 섣부른 위로를 건네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그저 진심을 담은 태도로 잘 들어주는 것이 더 큰 힘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때로는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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