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마무리하며

코로나19에게 전하는 말

by 글짓는약사

2021년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 동시에 큰 전환점이 된 한 해였다. 그 계기는 누구나 예상하듯 코로나19였다.


전대미문의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뒤덮고 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중단되었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바람과는 달리 변이가 거듭 생기며 코로나19와 1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2차 접종까지 마쳤으나 이제 부스터 샷 접종이 진행 중이고, 곧 4차를 맞아야 될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약국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



#마스크 대란


공적 마스크 시행 초기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마스크가 언제 오나' 하고 약국 앞에 서서 보초를 서는 일도 있었고,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서 '줄을 서시오'를 외치며 일일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 후 마스크를 판매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펼쳐지던 때도 있었다.


"마스크 있어요?"

"아니요. 없어요."

"언제 들어와요?"

"저희도 몰라요."


이런 대화를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했고 어느 약국에서는 대답하다 지쳐 목소리를 녹음해서 틀어놓기도 했다고 한다. 목소리를 녹음하던 그 약사님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도매상 배송차로 공적 마스크가 오는데 그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도 정확히 언제 마스크가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일부 사람들은 알면서 안 가르쳐준다고 생각하거나, 우리가 먼저 빼돌리는 거 아니냐는 무례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며 추가된 업무에 몸도 힘들지만 마음도 힘든 나날이었다.


매일같이 마스크 있냐고 몇 시에 들어오냐고 묻는 전화도 셀 수 없이 받았다. 그때는 정말 전화선을 뽑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흘러 마스크 물량이 정상화되었고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평화가 찾아왔다.


그때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은 결국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요즘은 힘든 일이 생길 때도 '이 또한 지나가리'하는 마음으로 받아 들일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확진자와의 접촉, 코로나 검사


내가 사는 지역에 갑자기 확진자 수가 급증했을 무렵 약국에도 확진자가 다녀간 적이 있었다. 사실 한두 번이 아니고 제법 많았다. 고백하자면 하고 많은 약국 중에 하필이면 내가 일하는 약국에만 자꾸 다녀가는 건지 조금은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 무렵 보건소라고 말문을 여는 전화가 걸려 오면 가슴이 덜컹했다. 또 언제 확진자가 다녀갔는지, 이번엔 몇 명인지, 설마 또 검사를 받아야 되는 건 아닌지...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확진자가 다녀갈 때마다 보건소 직원들이 약국으로 와서 확진자가 왔을 때의 상황을 담은 CCTV를 확인했다.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도 철저히 했으나, 그중 한 번은 확진자와 마주 보며 제법 가까운 거리에서 복약 설명을 했고 약을 건네주며 약간의 접촉이 있었다는 이유로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었다.


사실 검사를 받아보기 전에는 약간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긴 면봉으로 입안에 한번, 코안에 한번 채취를 하는데 면봉이 코 안 정말 깊숙이 들어왔다. '더 이상 들어오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지점까지 면봉이 들어와서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그때 검사자분이 하나 둘 셋을 하며 면봉을 또 돌리셨다.


어느 웹툰에서 뇌를 찌른다는 표현을 썼던데 그 표현이 정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이상한 기분과 아픔이었다. 어찌나 아프던지 돌아서서 오는데 눈물이 찔끔 났다. 절대 두 번은 하기 싫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현장에 가서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 장갑에 가림막까지 하고 일하시는 분들을 보니 새삼 그 노고를 실감하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티브이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저렇게 고생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고작 마스크와 장갑 끼는 일, 손 소독하는 것을 답답해하고 귀찮다고 생각하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검사를 받은 후 다음날 오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사실 같이 밥을 먹어도 안 걸리는 사람도 있다던데 겨우 그 정도로 걸리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마음 한편에 만에 하나라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얼마 전 생긴 입술포진도 예사롭지 않게 겨지고 갑자기 목도 약간 아픈 것 같았다. 그때 '사람 마음이 참 약한 거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마음이 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에 마음 관리,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다행히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고 그 경험을 통해 조금 더 조심하고 신경 쓰면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를 대하는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바이러스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식의 무조건적인 비관론에 빠지거나 유난스럽게 불안해하며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덮어놓고 괜찮겠지라는 낙관주의나 안일함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염병에 있어서만큼은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유난스럽지 않은 선에서 최선의 노력을 할 필요는 있다.


열린 마음으로 불가피한 부분은 받아들이고, 불편하더라도 그 속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약국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원래 나는 주말이면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가고 사진 찍고 맛집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쉽게 말해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일상이 중단되고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관심을 외부가 아닌 나 자신에게 쏟을 수 있을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가져다준 혼자만의 시간들이, 노느라 잠시 내려놓았던 나 자신을 돌아보며 새로운 것들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1년 동안 책 100권 읽기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전에도 꾸준히 책을 읽어오기는 했지만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다. 보통 한 달에 한두 권 정도 읽었는데 올해는 어차피 시간이 많으니 제대로 읽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1년에 100권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게 되었다. 이는 단순 계산을 해보면 한 달에 최소 8권 이상, 그러면 1주일에 2권 이상은 읽어야 달성 가능한 목표다.


처음 한 달은 평소처럼 퇴근 후 남는 시간에만 책을 읽었더니 겨우 4권에 그쳤다. 이렇게 읽어서는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방법을 바꾸었다. 틈새 독서를 시작한 것이다.


약국 일은 단순 대기시간이 많다. 손님이 몰릴 때는 정신없이 몰아치지만, 반대로 한참 동안 손님이 없어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도 있다. 예전에는 그런 시간에 해야 할 약국 업무가 없으면 폰만 들여다보곤 했다. 특별히 볼 건 없었지만 할 일이 없으니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인터넷 기사들을 클릭해서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들을 독서로 채우기로 결심하고 출근할 때마다 가방에 책을 한 권씩 가져갔다. 틈새시간의 독서는 생각보다 집중이 잘되었고 책 읽는 속도에도 탄력이 붙었다. 그 결과 2021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까지 결산을 해보니 총 92권의 책을 읽었다.


비록 목표한 100권에는 조금 못 미치는 숫자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내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읽은 달은 11권까지도 읽었는데 이는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숫자다. 재테크, 자기 계발, 건강, 글쓰기,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다.


많은 책을 읽다 보니 사고의 확장이 일어난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 있었고,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블로그를 시작하다


독서에 있어서 양적인 성장을 이룬 것과 동시에 질적인 성장도 있었다. 예전에는 책을 읽어도 그냥 읽는데서 그쳤다. 그러다 보니 남는 게 없었다. 그냥 '책을 읽었다'라는 자기만족만 있었을 뿐 시간이 지나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긴가민가한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독서노트를 만들어서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책 한 권을 읽은 후 인상 깊거나 중요한 부분을 노트에 옮겨적고 중간에 내 생각을 덧붙여 기록하는 과정이다.


확실히 독서노트를 쓰고 난 이후로는 '제대로 책을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독서의 질 또한 높아졌다. 그렇게 혼자서 노트에 기록을 하다가 어느 순간 이것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8월 말쯤 블로그도 시작하게 되었다.


독서노트에 있는 내용을 보고 포스팅을 작성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블로그에 하나 둘 기록을 남기다 보니 스스로도 한번 더 책 내용을 되새길 수 있었고, 공감하며 글을 읽어주는 소중한 이웃들도 생겼다. 혼자서만 책을 읽어오던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 기분이다.


아직은 갈길이 먼 초보 블로거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나의 독서기록을 남기고 생각을 글로 써나가며 블로그를 나만의 색깔로 채워나가고 싶다.



#브런치 작가가 되다


예전부터 브런치에 대해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주변에서 '한 번에 되기 힘들다더라, 보통 두세 번은 떨어진다더라'하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막연하게 어려울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좀 더 준비가 되면 신청해봐야지,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라고 생각하며 작가 신청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런데 블로그를 시작한 후 매일같이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 되고, 나만의 글이 조금씩 모이자 어느 순간 신청을 해야겠다는 마음에 불씨가 당겨졌다. 완벽한 때라는 것은 어차피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떨어지면 다시 하면 되지'하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어느 주말 신청을 했다.


이틀 후 결과는 다행히 한 번만에 합격! 브런치 작가가 되었음을 알리는 알람이 어찌나 반갑던지, 메일에서 읽은 작가님이라는 호칭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요즘은 나만의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두 군데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다. 나만의 메모장에 소재거리를 차곡차곡 모아나가면서 오늘은 어떤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에 즐겁다.


얼마 전에는 브런치 글이 다음에 노출되어 갑자기 조회수가 폭발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나의 글을 통해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항상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주시는 구독자님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진심을 담은 포인트 색상..ㅎㅎ)




이렇게 적고 보니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고 삶을 큰 전환점을 만들어준 계기가 된 코로나19에게 조금은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마 이 모든 경험과 변화들은 예전 같은 삶이 계속 이어졌다면 없었을 일들이기에.


하지만 이만하면 된 것 같다. 그러니 코로나19 너도 이제 그만 가면 안 되겠니?

이전 08화30대 미혼 여자 셋, 우리가 연말을 보내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