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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약사 Jan 21. 2022

건강하고 오래가는 연애를 하고 싶다면

부분집합이 아닌 교집합의 자세

가끔 연애만 시작하면 연락이 끊기는 친구들이 있다. 다른 인간관계를 접어두고 오직 한 사람에게만 올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연애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 관계가 좋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그 관계가 조금이라도 삐걱거리면 자신의 삶도 같이 휘청인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 관계가 끝났을 때 받는 타격 또한 엄청나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처럼 한 사람만 바라본다면, 그 태양이 사라졌을 때 방향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그래서 내 삶에 어떤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은 위험하다.




고백하자면 나의 20대 시절 연애가 그러했다. 단단한 자존감이 완전히 자리잡기 전이었고, 누군가에게 사랑 받음으로써 내 존재를 확인하고 싶을 때였다. 그때의 나는 누군가 먼저 나를 좋아한다고 다가왔을 때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만 들지 않으면 어렵지 않게 연애를 시작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고 사랑해준다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상대가 나를 좋아해 준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세계를 버리고 그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그 세계 속에서 안정감을 느꼈고 언제까지나 그럴 거라 믿었다. 그 세계에 속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 내가 좋아하지 않는 취미생활도 받아들였다. 어리석게도 그렇게 하면 그 관계가 더 오래 지속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상대가 강요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그렇게 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여 본래 내 모습이 아닌 포장된 모습을 내보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 나를 바꾸고 다른 사람인 척하다 보면 결국 지치기 마련이다. 그때의 나는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도 그저 사랑받기만을 바라는 수동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상대의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기분이 널뛰듯 오락가락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누군가에게 배운 적도 없었기에,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 뜻대로 안 되는 연애가 그저 어려웠다. 좋아한다는 말로 먼저 다가왔던 남자들도 어느 순간 변했고, 처음의 모습만 기억하던 나에게 그것은 큰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당연한 일이었다. 연애 초반의 말과 행동은 호감을 얻기 위한 노력이 담겨 있는 것이므로 일상적인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인데, 내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뿐이었다.


마냥 나를 따뜻하게 품어줄 거라고 믿었던 상대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면, 나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를 외치며 울었다. 그 시절 나는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한다기보다 '나를 좋아해 주는 그 사람'을 좋아했기에, 그 감정이 조금이라도 식었다는 생각이 들면 그 관계는 끝이 났다.


그렇게 관계가 끝나면 나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스스로 나의 세계를 버리고 상대의 세계 속에 들어갔기에, 상대의 세계가 사라지면 나의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몇 번의 연애가 끝나고 30대가 된 지금은 안다. 누군가를 만날 때 나의 세계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각자 하나의 지구다.



언제든지 내 삶의 중심은 나여야만 한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도 의도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행복한 연애 중이라도 매일같이 만나기보다는, 가끔씩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연인 외의 다른 인간관계 역시 포기해서는 안된다. 친구나 지인들도 만나고 가족과의 시간도 보내면서 나의 세계를 유지해야 한다.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세계를 버리고 상대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말자.


부분집합이 아닌 교집합을 이룰 때 관계는 건강해진다.

 



배 두 척이 먼 길을 함께 가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같은 목적지.
둘째, 각자의 연료.
셋째, 적당한 거리.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사람들은 이 세 가지를 갖추고 있다.

이민규 <생각의 각도>

 

건강하고 오래가는 연애를 하기 위해서도 위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바다를 항해하는 배 두 척을 떠올려보자. 먼 길을 함께 가기 위해서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나아가되, 상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를 채울 수 있는 각자의 연료를 준비하고, 부딪치지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기대거나 너무 가까워지려 하면 멀리 갈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편안하게 나 자신으로 존재하며 상대와 나의 세계를 공유할 수 있을 때, 건강하고 오래가는 연애를 할 수 있다.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모든 것을 공유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나와의 교집합이 아닌 부분까지 인정해줄 때 비로소 좋은 연애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나를 버리고 무조건 상대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상대를 잠식하려는 욕심을 가져서도 안된다. 누가 누군가의 부분집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좋은 연애란 서로의 세계를 교집합을 통해 공유하며, 점차 그 교집합을 늘려나가는 일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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