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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약사 Jan 24. 2022

나와 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린다면

상대를 위해 변하고 싶은 의지도 필요하다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 같다'는 호기심만으로 섣부르게 시작한 연애가 있었다. 이전에 만났던 사람들과는 결이 다른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색달랐다. "나랑 왜 사귀었어?"라는 그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신기해서"라고 대답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만남을 지속할수록 그 다르다는 사실이 문제가 되어 다툼도 잦았다. 




내향적인 나와는 달리 그는 외향적인 사람이었고, 주변에 친구 또한 많았다. 사귀고 두어 달이 지났을 무렵 그가 나에게 자신의 친구들 모임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 그의 친구들이지만 내게는 그저 낯선 사람들이었기에 솔직히 불편한 마음이 앞섰고, 그래서 다음에 좀 더 친해지면 보자는 말로 거절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나를 보고 싶어 한다며 간절히 부탁하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져 결국 함께 갔다. 그의 친구들은 내게 친절했고 함께 하는 시간도 재밌었다.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진 않았지만, 집으로 돌아와서 곧장 쓰러질 만큼 내게는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이었다. 


얼마 후 그가 이번에는 나의 친구들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왜 빨리 친구들을 보여주지 않는 거냐고 서운한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나는 여태껏 친구들에게 남자 친구를 소개해준 적이 없었다. 나의 친구들 역시 나와 비슷한 성향이라, 서로 그런 요구를 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서로의 남자 친구에 대해 궁금해하고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철저히 사생활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다. 정말 확신이 생기고 결혼까지 생각하는 상대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조금만 만나도 친구들을 소개해주고 함께 노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친구들을 소개해달라는 그의 말에 부담감을 느끼는 나 사이에 큰 벽이 느껴졌다.
 

또한 데이트를 하거나 여행을 갈 때도, 어느 정도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것을 편하게 느끼는 나와는 달리 그는 즉흥적인 것을 좋아했다. 길을 가다 눈에 들어오는 음식점이 있으면 그냥 들어가 본다던지, 갑자기 바다를 보고 싶다며 드라이브를 간다던지 말이다. 


mbti로 따지면 전형적인 J와 P의 차이였다. 즉흥적인 그의 행동이 처음 한두 번은 일탈을 하는 듯 색다른 느낌이라 좋았지만, 반복되니 결국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내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매사에 계획이 없고 즉흥적이냐'라는 불만을 가졌고 그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마음 가는 대로 할 줄도 알아야지, 모든 걸 계획해서 하려고 하냐'라고 불만을 가졌다.



 


이런 사소한 일들에 대한 의견 충돌이 잦아졌다. 이럴 때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고 타협점을 찾으면 되는데, 둘 다 만만치 않은 성격이라 끝을 볼 때까지 싸웠다. 돌이켜보면 별 것도 아닌 일들로 엄청난 에너지와 감정을 소모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말이다. 


차라리 어느 한쪽이 잘못한 거면 해결이 쉬웠을 텐데 그저 다르다는 이유로 생긴 다툼이라 해결도 어려웠다. 각자 자신의 입장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했기에, 아무리 말다툼을 해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돌고 돌아 결국 원점이었다.




나와 반대인 사람의 매력에 끌려
연애를 시작했다면
나와 반대여서
내가 좋아하는 점이 있는 반면
나와 반대여서 나와 안 맞고
그런 점이 시간이 지나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 다투게 됩니다.

나와 반대여서 끌렸지만
그 사람의 안 좋은 점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이해하기 어렵고 다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연애가 좋은 연애가 될 수 있을까
사랑의 유효 기간을
늘릴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상대를 위해 변하고 싶은 의지가 있을 때
좋은 관계가 됩니다.

그러나 한쪽이라도
스스로 변하고 싶은 의지가 없으면
타인이 나에게 맞춰주기만 바란다면
그 연애는 상처뿐인 연애로
끝나게 될지 모릅니다.


글배우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는 상대를 위해 변하고 싶은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치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듯 기싸움을 했던 것이다. 서로 다른 모습에 호기심을 가지고 만나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다른 점이 이해하기 어렵고 불편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내가 상대를 위해 변하고 싶은 의지는 없고 상대가 나에게 맞춰주기만을 바랐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에 상처만 남기는 다툼을 계속했다.


그래서 처음 1년은 안 싸운 날이 더 적을 정도로 많이 싸웠다. 그렇게 싸우면서 몇 번인가 헤어지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계속 다시 만나게 되었다. 1년 정도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조금 평화로운 연애를 할 수 있었다. 각자의 모난 부분을 조금씩 깎아내자 함께 해도 서로를 찌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3년을 만났고 결국은 헤어졌지만, 나를 한단계 더 성장시킨 연애였다. 나와 반대 성향인 사람과 함께 하려면 상대를 위해 변하기도 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연애가 끝났을 때 홀가분함, 미안함, 고마움 등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기억이 난다.


나와 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려서 연애를 시작한다면 명심해야 될 것이 있다. 처음에 매력을 느끼던 그 '다른 점'이 나중에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되어 다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때 무작정 상대가 나에게 맞춰주기만을 바란다면 그 관계는 상처만 남고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도 말이다. 


나와 다른 상대를 위해 변하고 싶은 의지가 있을 때만 그 관계는 지속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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