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 주린이의 공모주 일기
공모주 청약에 필요한 마음가짐
작년 1월, 처음으로 증권사 계좌를 개설했다. 직장 생활을 한지는 꽤 되었지만 재테크라고는 예적금밖에 모르던 금융문맹이 바로 나였다. 누가 주식을 해서 얼마를 벌었다더라, 자산증식을 위해서는 투자를 해야 된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가 들려와도 꿋꿋이 예적금만 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 싫다는 귀찮음이 더해진 결과였다.
하지만 코로나와 더불어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으로, 주식을 안 하면 대화가 안 될 정도의 분위기가 되자 나도 호기심이 생겼다. 갈수록 떨어지는 은행 금리 또한 주식 시장 입문을 부추겼다.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첫 시작은 생각보다 쉬웠다. 마치 쇼핑을 하듯 소소하게 1주씩 사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다 보니 점점 금액이 커졌고, 한창 주식열풍이 불던 고점에서 산 결과 아직 회복이 안된 종목이 많지만...ㅠ)
그러다 8월쯤 처음으로 공모주에 도전해보았다. 그동안 공모주가 돈이 된다는 말은 들었지만,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막연하게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귀차니즘으로 그렇게 몇 개의 대어급 공모주를 보내고, 한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뼈를 때리는 말을 들었다.
공모주는 땅에 떨어진 돈이라고, 땅에 떨어진 돈은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주워야 된다고.
그 말을 듣고 바로 내가 쓰는 증권사 앱에서 공모주 청약법을 검색했고, 얼마 후에 예정되어 있었던 공모주를 청약하며 실습을 해보았다. 막상 해보니 허무할 정도로 쉬웠다. 증권사 앱에서 그냥 터치 몇 번만 하면 되는 거였다.
결국 모르는 분야라면 지레 겁을 먹고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는 귀차니즘이 문제였다. 혹시 아직 공모주를 해보지 않은 주린이가 있다면,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찾아보고 시도해보길 바란다.
자신이 이용하는 증권사에서 주관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증권사의 계좌를 만드는 약간의 수고만 감수하면 된다.
나의 첫 공모주는 제약회사였다. 약국에서 근무할 때 처방으로 많이 나오는 약들을 만드는 회사라서 친숙했고 비교적 내가 잘 아는 분야라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청약 결과 2주를 배정받았다.
뭘 모르는 순진한 주린이었던 나는, 나름 괜찮은 회사의 주식이니 안 팔고 계속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주가가 올라도 팔지 않았다. 상장 이후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지금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첫 공모주를 통해 혹시 계속 보유하고 싶은 회사의 주식이더라도 공모주로 배정받은 것은 일단 매도하여 수익실현을 하고, 추후에 주가가 떨어질 때 다시 매수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첫 공모주의 기억은 좋지 않지만, 두 번째 공모주는 나에게 첫 따상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당한 때에 매도했는데도 무려 167%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2주나 받아서 꽤 쏠쏠한 부수입이 생겼다. 잠깐의 수고로 이렇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야 공모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 공모주는 씁쓸한 기억을 남겼다. 두 번째 공모주에서 따상을 경험한 후 욕심이 생겼고, 기대되는 공모주였기에 일찍부터 앱을 켜서 호가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든 너무 힘이 들어가면 오히려 잘 안 되는 것처럼 욕심을 가지고 바라보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잠시 올랐다가 곧바로 곤두박질치는 주가를 본 순간 지금 안 팔면 더 떨어지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아쉽지만 기대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해버렸다.
그런데 내가 판 그때가 거의 최저가였던 것.
내가 던져버린 후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고, 결국 한참 높은 종가로 마무리되었다. 56%의 수익률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지켜보며 신중하게 대처했다면 100%가 넘는 수익을 낼 수도 있었다는 생각 때문에 미련이 남았다. 차라리 안 보고 있다가 마지막에 팔걸 그랬다며 때늦은 후회도 해보았다. 일찍부터 어지러이 바뀌는 호가창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멘탈도 너덜너덜해진 기분이었다.
팔고 나서는 더 이상 안 보면 되는데, 마치 헤어진 연인의 SNS를 찾아보듯 호가창을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본 하루였다. (나 이렇게 질척이는 성격이었나...) 이미 내손을 떠난 주식이기에 주가가 올라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보게 되었다. 내가 판 가격보다 내려가길 바라는 다소 사악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 아쉬움이 좀 덜할지도 모르니까. 익절은 옳은 거라고 아무리 되뇌어보아도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패닉셀에 섣불리 팔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
공모주를 하며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을.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면서 팔까 말까 마음이 갈팡질팡한다. 지켜보다가 주가가 더 떨어지면 내 눈으로 이미 높은 주가를 봐버렸기 때문에 그때 팔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한다.
그래서 공모주를 할 때는 '이쯤이면 만족한다'는 나름의 기준을 세워놓고, 그 가격이 되면 과감하게 매도 후 뒤돌아보지 말고 미련을 버리는 것이 베스트다.
그런데 기준을 세워놔도 막상 그 가격이 되면 차트를 보며 어쩌면 더 오르지 않을까, 좀만 더 기다려볼까, 하는 욕심이 고개를 든다. 만약 주가가 더 오르면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며 기뻐하지만, 예상과 달리 쭈욱 떨어질 때는 지금이라도 팔아야 되나 고민한다. 익절은 무조건 옳다는 걸 알면서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공모주를 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이건 인간의 욕망을 시험하는 일이다.
과도한 욕망보다 큰 참사는 없다.
불만족보다 큰 죄는 없다.
탐욕보다 큰 재앙은 없다.
노자의 명언이다.
결론적으로 공모주 청약 시 주린이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에 대해 요약해보면,
1. 귀찮다고 생각하지 말고 시도해보자.
2. 공모주는 일단 매도하여 수익실현을 하자.
3. 익절은 항상 옳다.
4. 과욕은 금물이다.
5. 매도 후에는 미련을 버리자.
사실 이건 나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